[제보 현장] 이렇게 복잡한 ‘G-패스’ 어르신들 두손 두발 다들어

편의점 근무자 “등록 좀 해줘” 하소연에 답답 청년이 해도 ‘15분’ 걸려…환급금 소멸은 뭔 기준? 원 씨 “환급금 자동 적립 등 제도 개선” 서명 운동

2025-04-03     최문석 기자
65세 이상 이용객 절반 환급해 주는 ‘이즐 K-패스’. 사진=제보자 제공.

 광주시의 생애 주기별 맞춤형 대중교통비 지원사업인 G-패스(이즐 K-패스)로 교통비 반값을 환급받으려는 어르신들이 너무도 복잡한 등록·환급 절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광주 동구 소재 편의점에서 근무 중인 원동언 씨는 본보에 이같은 사정을 제보하며, 젊은 축인 자신이 앱을 설치해도 15분 이상 걸린다고 하소연하고, 특히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환급금이 소멸되는 시스템은 말이 안된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이를 위해 서명 운동에도 나선 상황이다.

 동구 대인동 광주은행 본점 맞은편 편의점에서 일하는 원 씨.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하는 원 씨는 매일 어르신들의 부탁을 거절 못해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어르신들의 부탁은 다름 아닌, G-패스(이즐 K-패스) 등록이다.

 편의점을 찾은 60대 이상 어르신 대다수는 충전 후 쓴 금액의 절반을 다음 달에 되돌려 주는 G-패스의 혜택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절차에 대해선 막막해했다. “총각, 이거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겠어”란 어르신들의 호소를 무시할 수 없다고.

 휴대폰에 익숙한 젊은 사람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도와드리면서 알게 된 사실은 “예상보다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것.

 원 씨가 직접 등록해 보니 △앱 설치(이즐충전소) △본인 인증(회원 가입) △NFC 활성화 후 카드 태그 △등록 버튼 클릭 △카드번호 복사하기(내 카드 버튼 클릭→복사 버튼 클릭)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후 △앱(K패스) 설치 △회원 가입 △카드번호(16자리) 직접 입력 △유효성 체크→카드 등록 △계정 로그인을 해야 비로소 카드를 쓸 수 있게 된다.

 이렇듯 “너무 복잡하다”는 하소연에 원 씨가 대신 등록해 드린 어르신만 족히 40여 명에 이른다.

동구 대인동 편의점에서 원동언 씨가 어르신에게 K-패스 등록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처음에는 원 씨도 방법을 몰라, 한번에 40분 정도 걸렸다. 숙달된 지금도 한 분 등록해드릴 때마다 15분 이상은 걸린다고 한다.

 원 씨는 “편의점이 버스 정류장 근처라 많이들 오신다. 어르신들이 혜택받을 수 있도록 처음에는 불편해도 직접 도와드렸다”면서 “하지만 장사를 해야 하는데 매번 도와드리는 것도 이제는 벅차다”고 토로했다.

 원 씨가 가장 답답하게 느끼는 건, 환급액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다음 달에 환급액이 적힌 쿠폰이 발급되는데, ‘받기’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다음 달로 이월된다. 이월된 달에도 ‘받기’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환급액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원 씨는 “정부에서 서민들 부담 덜어준다고 만든 카드인데,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면 어르신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면서 “환급액을 없애는 기준이 뭔지, 또한 편리하게 바꾸는 방법을 여러 차례 고객센터에 문의했는데 묵묵부답”이라고 답답해했다.

 원 씨는 어르신들이 편리하게 카드를 쓸 수 있도록 촉구하기 위해 서명 운동에도 나섰다.

 원 씨는 “‘수락 버튼’을 꼭 눌러야만 환급액을 쓰는 방식이 아닌, 자동으로 적립돼 누구라도 편히 쓰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것조차 어렵다면 최소한 어르신의 환급액이 소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G-패스는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 실적에 따라 일정 금액을 환급해 주는 광주형 대중교통비 지원 사업이다. 국토교통부의 K-패스보다 할인 폭이 더 커 광주시가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 도시로 전환하기 위한 주춧돌이 될 핵심 정책으로 인식된다. 어린이의 대중교통비는 전액 지원하고, 청소년에게는 50%의 할인 혜택을 준다. 성인은 매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다음 달에 최대 60회까지 지출 금액의 일정 비율을 환급받는다. 여기에 어르신과 저소득층은 K-패스 환급분과 G-패스 추가 할인을 더해 각각 50%, 64%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올해 1월 도입했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