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를 탐하는 짱뚱어
[동물과 삶]
최초의 육지 동물은 어류에서 양서류가 되어 물을 나와 파충류와 포유류로 진화되었다고 한다. 고로 물에 사는 동물들은 호시탐탐 육지를 탐한다.
아프리카 폐어(lungfish)는 물 없이도 마른 흙 속에서 몇 개월을 살 수 있는, 부레를 이용한 유사 폐로 숨 쉬는 물고기이다. 그래서 가끔 흙집을 만들다가 이 폐어를 어부지리로 얻기도 한다. 심지어 날치(flying fish)처럼 걷는 걸 뛰어넘어서 날고자 하는 어류도 있다. 그들은 세계적으로 워낙 유명해서 주목받지만, 우리 바다, 특히 보성·신안·순천· 강진 같은 남해안에서도 물이 없는 갯벌을 아주 잘 걸어 다니는 물고기들을 수없이 만날 수 있다. 바로 ‘짱뚱어’이다.
자산어보에서 이들을 눈이 튀어나온 물고기라고 철목어(凸目魚)라고 부르기도 했다. 분명 물고기인데 이들은 물보다 육지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물이 들어오면 1m 아래 펄 속에 숨어 있다가 물이 빠지면 일제히 신나서 밖으로 튀어나온다. 거의 머리 꼭대기에 달린 잠망경 같은 커다란 두 눈망울로 멀리까지 감시도 잘한다. 대부분 칠게처럼 펄 속의 플랑크톤을 걸러 먹는 채식주의자들이다. 뻘밭에는 물론 낙지 같은 드문 자연 천적도 있지만 먹이는 원 없이 풍부하다. 숨만 잘 쉴 수 있다면 평생 먹이 걱정 따윈 할 일이 없다. 그야말로 펄은 그들에게 ‘블루오션’인 셈이다.
사람 역시 남보다 조금이라도 다른 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풍부한 삶을 살 수 있다. 생명에게 경제란 돈보단 평생 웰빙하고 사는 것이다. 원래 우리도 그래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오늘도 실체 없는 허망한 것만 쫓다가 한평생을 허비한다.
짱뚱어와 착각하는 고기 중에 흔히 방파제 낚시하면 잘 잡히는 망둥어(문절이)가 있다. 이 둘은 같은 말뚝망둥어과로서 좀 헷갈리지만 망둥어는 주로 물속에 사는 육식성 어류이다. 미안하지만 짱뚱어는 자연산 탕으로도 유명한데 주로 플랑크톤 먹이를 먹어서 그런지 맛이 깔끔하고 혈관과 간에 좋은 단백질원이라고 한다. 이들은 물에 살지 않으므로 잡기가 힘들다. 그래서 여러 개의 낚싯바늘을 매달아 개펄에서 걷는 짱뚱어를 바늘로 채는 소위 ‘훌치기’란 방식으로 한 마리씩 잡는다. 그러니 숙련된 사람 아니고서는 아무나 잡을 수 없다.
복어나 아귀같이 많은 물고기가 약간씩 그렇지만 짱뚱어 역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우리가 보기엔 좀 엉뚱하게 생겼다. 혹시 신이 장난으로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뭔가 엉성한데도 재밌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몸 색깔 역시 블루아이에다가 봄 곳곳에 햇빛을 받으면 빛나는 푸른 점들이 박혀 있어 마치 화려한 별자리를 보는 것 같다. 녀석은 보기보다 성질은 사나워서 수컷 둘이 만나면 커다란 두 개의 등 지느러미를 펴고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상대방을 위협한다. 암컷은 싸움 잘하는 큰 수컷에게만 관심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꼭 하마들의 싸움 같기도 하다. 수컷 역시 한동안은 암컷이었다가 성전환을 한 것이다.
얼굴 위로 툭 튀어나오고 거의 가운데로 모와 진 커다란 두 눈은 시력은 좋지만, 전체적인 윤곽을 더욱 우습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디자인 면에서 요즘 인기 있는 스타일은 분명 아니다. 녀석들은 추운 겨울에 하나도 안 보인다. 물고기 중 유일하게 겨울잠을 자기 때문이다. 추위를 싫어해서 개펄에 2m 깊이의 구멍을 파고 거기서 11~4월까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는 듯 주변 상관없이 혼자서 깊은 잠을 잔다. 이들에게 갯벌이라는, 자기가 태어난 바다이며 동시에 육지인 그곳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 넓고 먼바다로의 모험은 이들에게 별로 당기지 않는 모양이다. 오히려 이들은 머나먼 미래에 육지의 주인공이 되는 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른다.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짱뚱어(철목어, 비단짱뚱어, Great blue spotted mudskipper)
- 학명 : Boleophthalmus pectinirostris
- 분류 : 척삭동물 > 조기어강 > 농어목 > 말뚝망둑어과 > 짱뚱어
- 크기 : 평균 크기는 9~18cm
- 식성 : 주로 진흙 속의 플랑크톤을 먹지만 해조류와 갑각류를 먹기도, 갯벌생태계의 안정자
- 수명 : 3~4년
- 서식지 : 조간대, 순천만과 벌교 갯벌, 신안 증도, 매화도, 병풍도 갯벌
- 번식 : 1년에 2번의 5~7월, 산란(약 12,000개), 수컷이 부화할 때까지 알을 지킴
- 천적 : 인간, 갈매기, 도요새, 낙지 등
- 멸종위기등급 : 미평가(NE : Not Evaluated, IU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