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꼬집기] 광주·전남 재생에너지의 심장으로

2025-04-21     박삼철
박삼철 광주경영자총협회 전무이사.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며, RE100 이니셔티브는 이제 우리 기업들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 됐다. 특히 전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생산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지역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수도권으로의 장거리 송전에서 비롯되는 비효율성과 한계를 고려할 때, 해답은 분명하다. 광주와 전남이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중심이 되어 생산된 에너지를 지역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연관 산업을 육성하며, 장기적으로 국가 에너지 산업 전환을 선도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자립을 넘어, 지역 균형 발전과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자 역사적 책무다.

 세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먼저 에너지 전환에 성공한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해상풍력의 선두주자인 덴마크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장기적 비전,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해상풍력 강국으로 성장했다. 국영기업 오스테드(Ørsted)의 성공적인 민영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은 국가 전략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추진 중인 ‘에너지 섬’ 프로젝트는 재생에너지 통합, 국가 간 연계, 그리고 그린수소 생산까지 아우르며 미래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덴마크의 혁신적 시도를 상징한다. 광주·전남 역시 흔들림 없는 장기 비전 아래 과감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둘째, 네덜란드는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해상풍력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정부가 해상풍력 부지를 사전에 철저히 조사하고, 그리드 연결까지 설계해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는 민간 투자자의 불확실성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보조금 없는(Zero Subsidy) 경매의 성공은 기술 발전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해상풍력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며, 시장 기반의 효율적 개발 모델로 자리 잡았다. 서남해안의 막대한 해상풍력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계획성과 효율성을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한다.

 셋째, 싱가포르는 태양광 활용에 있어 독창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건물 옥상(솔라노바 프로그램), 저수지(수상 태양광), 건물 벽면 등 가용한 모든 공간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을 극대화하고 있다. 제한된 여건에서도 기술 개발, 정책 지원, 그리고 발상의 전환만 있다면 충분히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중심 조건 갖춰

 광주·전남은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전남은 전국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의 20%를 차지할 만큼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광활한 염전과 간척지, 그리고 서남해안의 세계적 수준의 해상풍력 자원이 그 기반이 된다. 이미 지역 내 전력 소비량을 초과할 만큼 생산 능력이 현실화되고 있다. 앞으로 신안 8.2GW 해상풍력 단지를 포함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본격화되면, 전남은 재생에너지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또한 목포의 조선·해양플랜트 설계 및 건조 역량은 해상풍력 터빈 하부 구조물 제작, 설치, 유지보수 등 연관 산업 성장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광주 또한 인공지능(AI) 대표도시로서의 기술 역량과 자동차·가전·광산업 등 첨단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스마트그리드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기술 개발의 최적지다. 나아가 RE100을 필요로 하는 첨단 기업 유치, 지역 기업의 친환경 전환 지원,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등 에너지 소비 구조 혁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한전KDN, 한전KPS 등 에너지 공기업과 연구기관은 광주·전남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이다. 이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차세대 전력망 기술, 대규모 재생에너지 계통 연계, 전문 인력 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남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과 광주의 기술 및 산업 활용 역량, 나주의 에너지 허브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광주·전남은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핵심 지역이 될 것이다.

 청정에너지 미래 향한 담대한 항해

 이제 광주·전남은 주어진 기회를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 내 잉여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주력 산업 RE100을 지원하고,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을 유치하며 ESS와 그린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연관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를 위해 광주·전남은 하나의 공동체로서 △지역 특화 장기 로드맵 수립 및 일관된 추진 △해상풍력 산업 항만의 인프라 구축 △지역 기업 참여 확대와 공급망 강화 △지자체-한전-지역 연구기관-산업계-시민사회 간의 강력한 협력 거버넌스 구축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이익 공유 모델의 정착 등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길은 명확하다. 광주·전남은 천혜의 자원, 산업 역량, 혁신도시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을 주도할 기회의 땅이다. 우리는 해외의 성공 사례에서 교훈을 얻고, 우리만의 강점을 살려 이제 ‘담대한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이 여정은 단지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미래 세대에 지속가능한 환경을 물려주는 위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광주·전남이 대한민국 청정에너지의 미래를 향해 더욱 더 힘차게 도약해야 할 때다.

 박삼철 광주경영자총협회 전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