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악 포커스]‘해수부 이전’에 대한 전남의 침묵

2025-05-09     정진탄 기자
전남 어촌·연안 등의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는 강도형 해수부 장관. 뉴스1

 ‘전라도적 정치양식’이 다시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전라도적 정치양식에 대한 설명은 최하단 참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부산으로 해양수산부를 이전하겠다고 공약했음에도 전남에선 아무런 피드백이 없어서다.

 정권 교체, 정권 탈환이 지상과제이고 중앙부처 이전은 이에 비해 지엽말단이어서인가.

 그렇지 않으면 해수부 부산 이전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는가, 아니면 전남으로 오긴 어려워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여겼음인가.

 “해수부의 업무, 그것 거의 우리 전남에 관한 것입니다. 여기 와서 일하면 더 효율적일 것입니다.”

 수개월 전 기자와 인사를 나눈 전남 한 행정기관 간부가 자신 있게 한 말인데, 이 후보의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을 들으면 속이 뒤집히지 않을까 한다.

 이 간부공무원은 해수부의 어촌어항, 수산유통, 해운항만, 섬해양, 해양생태계 관련 일이 전남지역을 대상으로 한다고 했다.

 이번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은 전남을 제외한, 이해관계 지역에 일파만파를 일으켰다.

 소식을 들은 인천에선 16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타 지역 항만과 수산업은 어떻게 되느냐며 강력 반발했고, 이에 흠칫 놀란 박찬대 민주당 대표대행은 “인천에 더 좋은 공약을 마련할 것”이라며 달랬다.

 이후 인천시민들은 더 좋은 공약이 무엇인지 두고 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뿐 아니라 세종에서도 펄쩍 뛴다. 멀쩡한 행정수도에서 해수부만 달랑 떼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대전에서조차 세종 행정수도의 핵심 전제조건은 정부 부처의 집적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물론 부산에서는 적극 환영하며, 이번에 해수부 이전을 돌이킬 수 없는 공약으로 하기 위해 10만 명 서명운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데 전남은 어찌 된 일인지 말 한마디 없다. 행정기관이나 관계 단체나 지역민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의 텃밭이고 본산이라고 하는 이 지역에선 더욱 협상력을 높여 지역발전의 공약을 따내야 할 것이지만, 더 치밀하게 접근해 공약을 쥐락펴락해야 할 것이지만, 너그럽게 있는 것이다.

 해수부가 부산으로 간다면 농림축산식품부를 전남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말이 나올법한데 말이다.

 혼란한 정국 속에서 대정부 입장문과 촉구를 잇따라 내던 전남도는 왜 아무 말이 없는가.

 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전남 관련 공약 발표 당시 지역 현안을 상당 부분 포함했지만, 결정적인 새로운 것은 없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특히 지역 최대 현안인 광주 군공항의 무안 이전사업에 대해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않아 장기 표류 우려가 커진다.

 이 후보는 “군공항 이전은 충분한 협의를 바탕으로 추진하며 이전 지역이 함께 발전할 수 있게 적극 지원하겠다”고만 했다.

 더욱이 오는 2028년 열리는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33) 여수 유치와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 지원 같은 공약도 제시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사실 전남은 4년 전 제28차 총회(COP28)를 유치하려다 정부 정책 변경으로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2030부산 월드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이쪽에 올인하며 COP28 유치 기회를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 넘겼다.

 전남이 부산에, 또는 영남에 양보할 것이 있으면 해야 할 것이다. 지금 그것을 탓하는 게 아니다.

 정작 목소리를 내어 지역발전을 꾀해야 할 때 침묵함으로써 침체와 소외를 거듭하고 있는 게 아닌지 안타까워하는 말이다.

 이런 게 구국의 결단이고, 구국의 침묵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영속적으로 저발전의 기조를 가져가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발전의 열망을 어떻게 집약하고 표출할 수 없어, 말하자면 역량을 다듬지 못해 이런 식의 전라도적 정치양식을 지속해 간다면 완전히 다른 얘기일 수 있다.

 지금껏 구국의 결단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도 지역사회 내부에서 이제 진지하게 논의해볼 때가 됐다.

 *전라도적 정치양식=기자가 전라도 특유의 중앙정치 성향을 칼 마르크스의 이론 ‘아시아적 생산양식’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마르크스는 국가가 막강한 정치, 군사력을 휘두르는 동양만의 독특한 중앙집권적, 전제적 형태를 일컬어 아시아적 생산양식이라고 했다. 기자는 지난달 10일 [남악 포커스]란을 통해 전라도적 정치양식에 대해 쓴 바 있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