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3때 서울 강남 침수 기후 재난 체감 ‘이대론 안된다’ 환경활동가·연구자로
[드림이 만난 사람] 기후위기, 행동하는 고3 최연우 양 “다양한 분야 넘나들며 언젠간 해답을”
“저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그 움직임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영어 이름 ‘윈디(Windy)’처럼, 서울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중국어과 3학년 최연우 학생의 삶은 한 줄기 산들바람처럼 잔잔하지만 방향이 분명해 흔들림이 없다.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그의 여정은 환경활동가, 기획자에서 연구자,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되고 있다.
꿈 많고 다재다능한 그가 본보가 마련한 2025드림 CEO아카데미 4강 ‘미래기술 미래사회’ 강의장에 나타났다.
‘미래기술 미래사회’를 주제로 강연한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 소장과 동행한 것. 최 양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자연의 원리를 모방하고 응용하는 ‘청색기술’을 연구하는 네트워크인 ‘청색기술포럼’에서 청소년 사업과 관련한 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포럼은 이인식 소장이 대표로 있다.
최 양은 전 세계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활동하는 국제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에서도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환경’ 분야에서 청소년 권리 옹호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최 양이 본격적으로 환경 문제에 눈을 뜬 것은 중학교 3학년 시절이다
2022년 8월, 100년 만의 물폭판으로 서울 강남 일대가 침수됐던 때다. 무릎까지 차오른 물 속을 걸어 학원에서 집으로 가면서 기후 재난을 체감했다. 이후, 환경 문제는 더 이상 교과서 속 이야기가 아니었다.
‘기후위기는 곧 아동의 권리 위기’
최 양은 “자동차도 가기 힘들 정도로 심각해진 것을 보고 이대로면 진짜 안되겠구나 생각했다”면서 “그때부터 여러 활동을 찾아 하게 됐다. ‘과학동아’ 잡지 독자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환경 관련 기사가 많이 실리도록 건의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그가 가장 먼저 뛰어든 활동은 국제 NGO ‘세이브더칠드런’의 어셈블(Earthemble: Earth+Assemble)이었다.
이는 아동청소년 중심 기후위기 대응 활동 조직으로 지구를 위해 모인 청소년들이다.
그는 개발도상국 아동들이 기후변화로 생존권과 교육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현실에 주목했다.
이에 ‘기후위기는 곧 아동의 권리 위기’라는 인식 아래,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최 양은 “우리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살아갈 세대인데, 지금까지 기후 위기 정책을 세울 때는 어른들의 이야기만 반영되고, 어린이들 목소리를 전달하는 단체는 없어 우리가 직접 행동하고자 창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청소년 성명서를 작성해 낭독하고, UN기후변화총회(COP26)에 한국 대표로 참여한 청소년 대사에게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캠페인 기획부터 전시, 페스타, 청소년 정책토론회까지, 무대를 가리지 않고 참여하고 직접 행동했다.
‘미생물 연료전지’구상 경진대회 수상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은 과학기술로도 이어졌다. 과학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민했던 것.
전기가 부족한 아프리카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던 그는 ‘미생물 연료전지(Microbial Fuel Cell)’에 주목했다. 바오밥나무 수관에서 얻은 유기물을 미생물의 에너지원으로 삼아 전기를 얻는 방식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전남대학교 교수의 자문을 받아 연구 경진대회에 출품됐고, 수상으로 이어졌다.
최 양은 “전기 없이 어두운 밤을 보내야 하는 아프리카 지역의 아이들이 떠올랐다”면서 “바오밥나무의 수관에서 나오는 포도당·녹말 등 유기물을 미생물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전구에 연결해 어두운 길을 밝히자는 구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불빛만 있어도 예방할 수 있는 안전 문제가 많지만, 어둠 속에서는 사고나 치안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작은 불빛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그는 현실적인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 흙 속의 전자방출균을 활용하는 ‘소일 MFC(Soil Microbial Fuel Cell)’로 방향을 바꿨다. 해당 연구는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도 주목을 받으며, 교수진의 스타트업 기획과 연계돼 구체적인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다재다능하고 꿈 많은 최 양은 환경운동가나 과학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모든 것을 하고 싶다”는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시집 준비·싱어송라이터까지…
시집을 준비 중인 작가이자, 직접 작사한 곡으로 데뷔를 꿈꾸는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시절 스피드 스케이팅을 익혔고, 미술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최근엔 고대 이집트 고고학에 대한 열정도 키우고 있다.
그는 “유럽, 특히 영국은 특히 은 고고학 연구가 활발하다. 고대 이집트 관련 자료가 많은데, 언젠가는 상형문자도 제대로 배우고, 유물을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영국 유학을 준비 중이다. 공대 진학을 통해 환경공학, 재료공학, 전기공학 등 기후위기 해법을 찾는 공부를 이어가고자 한다.
언젠가는 고고학과 철학, 심리학까지 배우고 싶은 ‘지적 욕심’도 감추지 않는다.
최 양은 “공대에서 열심히 공부해 보고 어렵다면 이집트 고고학으로 도망갈 것”이라며 웃었다. 마음 같아선 철학도, 심리학도 하고 싶다고.
그는 “여러 가지를 아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너무 즐거운 일”이라면서 “과학은 세상을, 고고학은 과거를, 심리학과 철학은 나를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영원히 살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이유를 묻자 고1 시절 과학 수행평가로 준비한 프로젝트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줄이기 위해 아연이 산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을까 상상해 봤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에는 아연을 세포마다 주입해 산소를 차단하면 활성산소를 줄일 수 있고, 노화의 80%를 예방해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며 “물론 현실적으로 세포 하나하나에 아연을 넣을 수 없고, 산소를 차단하면 생명 유지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상상이지만, 그때는 진심이었다”며 웃었다.
아이디어는 비현실적일지 몰라도, 그 상상력은 최 양을 이끌고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실현 가능한 해답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