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암 산정약수 차 우리기에 적합

[좌충우돌 중국차(茶)] (72) 한국의 찻물을 찾아서 1 양산 영축산 이어 옥련암 장군수 → 백련암 백련옥수 순

2025-05-27     류광일
영축산 비로암 산정약수.

 차를 우려냄에 있어서 물의 중요성은 누누이 강조한 바가 있다. 간략히 다시 설명하자면 필자가 중국에서 공부할 때 쓰던 물은 강소성 무석의 혜산천이었고, 귀국해서 마시던 차의 맛이 중국보다 못해서 물 찾으러 몇 개월을 헤매다가 인연이 닿아 지금의 세심천을 발견하게 되었다. 후일 이 물을 중국으로 들고 가 혜산천 물과 비교 시음을 해보니 서로 장점과 단점이 하나씩 존재하여 무승부를 이루는 좋은 물이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 후 주위에서 해남 대흥사, 순창 강천사, 장흥 보림사, 구례 화엄사 등 호남권에 위치한 사찰 및 이름난 샘에서 물을 가져와 비교 시음을 해보았으나 결과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제 더 이상의 비교 테스트는 무의미하다고 느끼던 중 2024년 참가했던 서울 코엑스의 국제차박람회에서 들었던 “당신이 한국의 찻물을 다 알고 있느냐?”라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었고, 마침내 금년 봄에 남부의 찻물 기행으로 그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먼저 이번 남부 찻물 기행에는 <한국의 찻물>이라는 책을 참고로 전국의 여러 샘물 가운데서 비교적 좋은 수치를 보여주는 샘물을 기준으로 선발하였다. 물론 이 책에는 제주도의 S광천수가 찻물로 좋다고 나와 있는 등 의문이 드는 내용도 있지만, 방대한 자료를 모아 놓은 수고가 적지 않기에 마땅히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자 한다.

 책에 나와 있는 자료 가운데서 찻물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산도(pH)와 경도(硬度)의 두 가지를 중점으로 봤으며, O-index와 K-index는 참고사항으로 적용하였다. 각각의 항목에 기재된 수치는 먹는 물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고, 아래는 참고한 항목의 설명이다.

영축산 옥련암 장군수.

 ☞;(산도): 먹는 물 기준으로 4.5~9.5이다. 산성의 경우는 수소 이온 농도가 높은 것으로서 1×10-7보다도 1×10-6이 산성이 강한 것이며, 이것을 pH 값으로 나타내면 log (1/1×10-6)=6 이 된다. 반대로 알칼리성의 경우는 7보다 큰 값이다. 찻물로는 pH 7.5 전후의 약알칼리성 물이 좋다.

 ☞경도(㎎/L): 물의 경도는 물에 함유된 칼슘·마그네슘의 양을 표준물질의 중량으로 환산해서 표시한 것. 경도 1도란 물 100ml중에 탄산칼슘 1mg을 함유하는 것을 말한다. 10 이상은 경수, 10 이하는 연수다. 일본 후생성 기준 맛있는 물은 10~100㎎/L이고, 한국의 먹는 물 기준은 300㎎/L 이하이다.

 ☞O-index(맛있는 물 지수): 1972년 이래 수돗물과 음료수의 광물질수지(Mineral Balance)를 분석하여 물을 맛있게 하거나, 맛없게 하는 미네랄 성분과 적합지질 등을 고려하여 만든 공식으로 2 이하이면 맛있는 물이다.

 ☞K-index(건강한 물 지수): 칼슘(Ca) 이온이 많고, 나트륨(Na) 이온이 적은 물이 건강하다고 한다. 칼슘(Ca), 나트륨(Na), 마그네슘(Mg) 등의 밸런스가 적절하고, 공식은 Ca-0.87Na(㎎/L)이며, 5.2 이하면 건강한 물이다.

 이러한 사항을 종합한 결과 남부 찻물 기행은 호남과 영남의 대표적인 명산이라 할 수 있는 영축산·가야산·지리산과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산을 골랐다. 그리고 그 지역에 사시는 분들을 위해 좋은 물의 우열을 가려봤다. 차를 우리기에 뛰어난 물의 위치가 내 생활반경에 가깝지 않으면 이를 길어다 쓰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좋은 차를 만나는 것도, 좋은 찻물을 만나는 것도 모두가 인연에서 시작된다.

 이번 회에는 합천 통도사가 있는 영축산 물의 테스트 결과를 먼저 말해보겠다. 테스트용 차는 해발 1300미터 이상에서 자라난 특급 황산홍차를 사용하였고, 홍차를 사용한 이유는 다음 회차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약수 검측 결과 표.

 영축산: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로 108

 먼저 영축산의 비로암으로 가는 도중 내비게이션에 먼저 나오는 것을 눌렀더니, 양산시 상북면의 비로암이 나온다. 외지인에게는 같은 양산시라서 헷갈리기 쉽다는 점을 참고하시라.

 영축산의 많은 암자들 가운데 비로암의 산정약수(山精藥水)와 함께 백련암과 옥련암 세 곳의 물을 비교하였다. 여기서 백련암의 백련옥수는 부산의 모 한방병원에서 길어다 약을 달이고, 옥련암의 장군수는 부산과 울산의 차인들이 길어다 찻물로 쓰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이번 기행에서 우리는 샘물의 산도만을 측정하였고, 다른 설명은 모두 심평배로 차를 우려서 수차례에 걸쳐 시험한 감관심평(感官審評)의 결과이다.

 표에서 보듯이 비로암의 산정약수의 pH 수치는 실제 검측 결과와 차이가 크다. 책에 기재된 대로 pH 농도가 4.41이라면 찻물로는 적합하지 않다. 이는 아마도 당시 검측의 오류였거나 수치를 잘 못 기재한 것이라 여겨진다.

 영축산에 있는 각각의 물에 대한 평가는 이렇다.

 ▲비로암 산정약수: 법당의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영축산의 물 가운데 차를 우리기에 가장 적합한 물이다. 차를 우렸을 때 약간 신맛과 쓰고 떫음이 나온다. 세 종류 가운데서 차의 향기를 가장 잘 보여준다.

 ▲백련암 백련옥수: 스님의 말로는 시끄럽고 혼잡해서 절 뒤의 물을 아래로 끌어내려 지금의 입구로 옮겼다고 한다. 물맛은 떫음이 가장 길게 나오고 회감이 없다. 옥련암 지척에 붙어있기에 같은 줄기라고 생각했으나 차이가 많은 곳이다. 영축산의 세 종류 찻물 중에서 가장 부적합한 물이다.

 ▲옥련암 장군수: 맹물을 마셨을 때 산정약수에 비해 떫음이 길게 나온다. 쓰고 떫음이 있고, 산정약수와 같이 약간의 신맛에 더해 약한 회감도 뒷받침이 된다. 산정약수와 크게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이나, 차의 선상도와 두터움에서 약간 차이가 있고 특히 향기에서 산정약수가 더 나았다.

 이와 같이 영축산에서는 비로암 산정약수 > 옥련암 장군수 > 백련암 백련옥수 순으로 찻물의 우열이 갈렸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