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커스] 21대 대선 ⓻ ‘4기 민주당 정권’과 이재명 대통령 과제
무너진 경제 살리고 ‘12·3 내란범’ 사면·복권 말아야
#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을 바라는 민심은 예상대로 6공화국 ‘4기 민주당 정권’을 출범시켰다. 불법 계엄과 ‘수거 작전’이라는 상상을 벗어난 폭력을 기획하고 이를 지지한 극우세력. 국민의힘이라는 대한민국 제2정당에 스며들어 정권을 재창출하려던 그들의 ‘적반하장’은 최종적으로 좌절됐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이들의 잔영을 청산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국민들에 의해 청산당할 수 있다. 사실 불법 계엄을 일으킨 대통령을 배출하고, 그의 탄핵마저 반대한 정당이 재집권을 꾀했던 자체가 무리한 일이었다. 그나마 명분 있던 한동훈 전 대표의 경선 탈락 순간, 승패의 반쯤은 이미 결정된 셈이었다.
만약 새 정권이 국민의힘 우려대로 소위 ‘총통 독재’를 한다면 내년 지방선거나 차기 총·대선을 통해 이를 저지하면 된다. 당연히 유권자들도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겠는가. 그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문수 후보 등이 소리높여 수호하자던 ‘자유민주주의’ 프로세스다.
# ‘소년공’ 이재명도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됐다. ‘쓸데없이 공부나 한다’는 부친의 꾸중을 들으며 주경야독하던 그가 뜻을 이룬 것이다. 임종 직전 아들의 고시 합격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던 부친도 환히 웃고 있지 않을까.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 일각의 집요한 ‘악마화’와 견제를 뚫고 끝내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대한민국이 특권계급 없는 공화국임을 다시 확인시켰고 우리 사회 약자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새 정부는 무엇보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 급변 중인 국제정세에 대처할 수 있는 외교 안보 통상 정책도 가다듬어야 한다. 인구정책을 비롯, 노동 연금 교육 개혁도 시급한 과제다. 개헌도 추진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들이다. 새삼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이 통탄스럽다. 우리 사회 전체가 지난 6개월여 이 문제 해결에 쏟아부은 에너지는 사실 다른 현안에 집중해야 할 것들이었다.
여야도 지금이 비상시국임을 인식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치권이 그간 국민들에게 희망 대신 불안과 좌절, 고통을 끼친 데 대한 최소한 속죄이자 도리이기도 하다.
물론 이 대통령에게 흠과 과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재명’이라는 비주류 정치인에 씌워진 온갖 조롱과 혐오, 그리고 법적 굴레는 분명 지나친 면이 있었다. 이 당선인은 이 같은 모든 기억을 훌훌 털고 앞으로 가야 한다. 그게 자신을 죽이려던 자들에게 정치적으로, 그리고 역사 속에서 승리하는 길이기도 하다.
# 단 하나, 꼭 지적하고 싶은 대목이 있다. 이 대통령은 적어도 불법 계엄에 관한 한 단호해야 한다. 그는 유세 과정에서 "12·3 내란 공범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는데 다 찾아내 책임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밝혔다. 당연하다. 이는 정치 보복이 아니다.
돌아보면 현대사를 비틀어 온 군부의 정치 개입은 여러 번 있었다. 그럼에도 6월 항쟁 이후 여덟 번의 대통령 선거와 네 번의 정권 교체를 거치며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로 국제무대에 우뚝 섰다. 아니 선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지난 12·3 비상계엄은 너무도 비현실적, 초현실적 악몽이었다. 내란 혐의로 재판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아직도 ‘두 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 중인 것 같다. 그렇지 않다. 만약 그날 밤 국회에서 단 한 발의 공포탄이라도 발사됐다면, 우리 역사는 어느 골짜기로 처박힐지 모를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계엄군과 시민들이 얽힌 유혈 참극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다음 날 탱크가 늘어선 광화문과 부산 서면 로터리, 광주 금남로 등에 총칼을 든 계엄군과 시민들이 대치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최악의 경우, 그들의 수첩에 적힌 것처럼 이재명·한동훈·차범근 등이 수거돼 연평도 앞바다에 수장됐을 수도 있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피와 땀, 눈물로 쌓아 올린 모든 성과가 한순간 물거품이 되고 1980년 5·18과 유사한 학살과 투옥, 저항의 아비규환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 절대 후퇴하진 않을 것으로 여겼던 우리 민주주의가 이처럼 백척간두에 섰던 까닭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가장 근본적 이유는 우리 사회가 내란과 군사 반란 세력에 대한 응징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때문일 것이다.
그간 불법적으로 군을 동원했거나 이를 수행한 자들은 모두 대통령이나 장관 국회의원, 각종 공기관 사장 등으로 호의호식했고 천수를 누리다 생을 마쳤다. 이를 막아보려던 장교와 사병, 그리고 국민들은 목숨을 잃거나 다쳤고 불이익을 받았다.
일부 사법처리를 당한 경우가 있더라도, 이른바 ‘국민 화합’ 차원에서 얼마 안 가 사면을 받아 석방되곤 했다. 이번에 윤 전 대통령과 그의 수족들도 분명 이 같은 선례를 떠올렸을 것이다. 성공하면 탄탄대로가 보장되고 만에 하나 실패해도 잠시 감옥에 다녀오면 되는데, 누가 그 유혹을 쉽게 떨칠 수 있겠는가.
나는 명령대로 수행했을 뿐이다? ‘민주주의를 지켜달라’는 시민들의 울부짖음을 본 순간 ‘뭔가 잘못됐다’고 판단한 영관급 지휘관도 있었다. 그리곤 급히 의사당 밖으로 병력을 후퇴시켰다. 하물며 불법 계엄 지휘부는 별을 서너 개씩이나 달았던 장군들이다. 그들은 전술이 아니라 전략, 즉 정무적 판단을 내려야 하고 내릴 수 있는 고도의 군사 전문가들이었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윤석열 등에 대한 재판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일체의 사면·복권을 검토하면 안 된다고.
그래야 다시는 누구도 친위쿠데타를 꿈꿀 수 없고 휴전선을 지키는 군이 정치에 동원되지 않는다. 국민들이 5·18의 비극을 떠올리며 몸서리치지 않아도 되고 대한민국이 수십 년 전으로 후퇴하지도 않게 된다.
그것이 바로 ‘집권하면 윤석열 등을 사면 시킬 것 같은’ 김문수 대신 이재명이 선택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앞으로도 이 대통령에겐 사면 복권의 속삭임이 있을 수 있다. 그자가 바로 ‘내란 동조 세력’이거나 위장 화해론자다.
그 권유는 ‘국민통합’의 얼굴을 하고 있을 뿐 요설이며 훗날 또 한 번의 ‘12·3’을 예비하는 길이다. 건국 이후 대체로 공익에 무심했던 기득권 세력은 사익에 관한 한 놀랄만한 신박함을 보여오지 않았던가.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대로 ‘진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운 후, 5년 후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들로부터도 박수받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기자도 감시와 비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김대원 서울본부장 겸 선임기자 kdw34000@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