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협력과 한반도 미래] ‘한반도 평화’ 위해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일

국민의 바람 ‘남북 간 평화 공존, 관계 개선’

2025-06-10     강영식
지난 5월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시민평화포럼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한반도평화협력위원회 간의 정책 협약.

 6월 4일, 이재명 신정부가 출범했다. 이념과 진영논리에 경도된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으로 인한 남북 관계의 전면 중단, 그리고 미중 갈등의 격화 등으로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정치·군사적 갈등이 심화되고 무력 충돌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무엇보다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여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주변국과도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4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 번영의 미래를 설계하겠습니다.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습니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낫고,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입니다. 한미 군사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북핵과 군사도발에 대비하되,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습니다”라고 천명했다.

 이 대통령의 취임사 그대로 ‘힘에 의한 평화’, ‘자유의 북진’이 아닌 ‘대화와 협력에 기반한 평화’, ‘신뢰 구축과 평화공존’ 만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설계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다.

 ‘대화·협력 기반 평화’ 위한 신뢰 구축

 선거운동이 한창 때인 지난 5월 22일, 한반도 평화 구축과 남북 교류 협력을 추진하는 대표적 시민사회단체인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시민평화포럼 등 3개 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한반도평화협력위원회는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정책 협약식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협약식에서 3개 시민단체와 민주당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 남남갈등 해소를 위해 정책적·제도적 개선에 협력하고 공동 과제를 추진해 나갈 것을 약속하였다.

 이날 양측이 서명한 정책협약서의 내용에 기반하여 한반도 평화 증진과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이재명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을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현재 단절된 남북 간 대화와 신뢰를 복원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 남북관계는 전면 중단되어 있을 뿐 만 아니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면서 우리와의 교류협력을 전면 차단하고 있고, 임기 내내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는 ‘자유의 북진’ 등을 주장하며 흡수통일에 기반한 적대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방임 하에 진행된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의 ‘오물풍선’ 맞대응을 불러왔고, 우리 정부는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재개, 군사분계선 인근에서의 군사훈련 재개 등의 방식으로 강경 대응함으로서 접경지역에서의 긴장이 고조되고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되었다.

 남북간 대화 채널이 완전히 차단되고 9·19 군사합의마저 무력화된 상황에서 우발적인 충돌이나 사고, 오판이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고 더구나 내란세력이 분단 체제와 한반도 긴장 상황을 악용해 국지전까지 유도하려 했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접경지역에서의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이다. 또한 흡수통일 등 남북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키는 비현실적인 주장을 중단하고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일이다. 이에 신정부는 북한에 남북 군사 핫라인 및 9·19 군사합의의 복원과 이를 위한 남북군사회담을 우선 제안해야 한다. 그리고 흡수통일 배제와 남북간 평화공존을 위한 다양한 협력을 추진할 것을 선언하고 실질적인 정책들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반도·동북아 핵 위협 해소

 두 번째로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핵 위협을 해소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이 ‘핵 기반 동맹’, ‘글로벌 전략 동맹’이라고 주장하며 한미 확장 억제를 강화해왔다. 북한 역시 극초음속 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핵 선제 공격을 법으로 공식화하고 핵 전쟁을 대비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하에서 급격하게 대두되었던 자체 핵무장론이나 핵 잠재력 확보 주장은 역대 정부가 견지해 온 한반도 비핵화, 또는 한반도에서의 핵 위협 해소라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흔드는 것으로 간주되어 경제적 군사적 제재 등 실질적이고 심각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또한 한반도 위기 해소와 평화 정착을 위한 국제적인 협력 체계는 약화되고 있다. 미중간의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이 동맹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북러 동맹관계 또한 강화되고 있다. 배타적인 군사동맹에만 의존하는 함으로서 자칫 지역 분쟁에 연루될 위험성이 높아졌으며, 한반도 문제에 관한 주변국과의 공조 또한 어렵게 만들었다. 군사적 대응 중심으로는 한반도가 남북간 군사적 대결을 물론이고 지역적·국제적 군사 대결 및 핵 군비 경쟁의 대리전장이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탈출하기 어렵다. ‘비핵 평화’의 중심을 잃지 말고 관계 개선에 기초한 적대 해소, 신뢰 구축, 평화 공존을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지속해야 하고 주변국과의 균형외교와 평화협력관계를 복원하고 나아가 변화하는 국제질서에 적응하기 위한 자율적인 다자외교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세 번째로는 평화문화의 정착과 국민들 간의 이념 갈등 해소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해야 한다. 분단 상황과 남북관계는 한반도 주민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이에 관한 정책 결정은 늘 정권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일관성 없이 흔들렸고 그 결과 남북관계에서 혼선과 협상력 약화, 사회 구성원 사이에서는 ‘남남갈등’이라 불리는 소모적인 사회적·정치적 갈등이 발생하여 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실제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마련 과정에서 초정파적 토론이 이루어진 사례도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보수·중도·진보 시민사회단체와 종교인들이 참여하는 평화·통일에 관한 사회적 대화(통일국민협약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꾸준히 진행되었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집권 초기 ‘이어달리기’라는 이름으로 시민참여형의 사회적 대화를 추진했으나 2024년 이후 ‘자유의 북진’ 정책과 더불어 중단되었다.

 최근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되어 한반도 평화공존과 핵 문제 해법에 관한 논란이 커지고 있고 12·3 계엄사태 이후로 이념 갈등도 심각한 상태이다. 남남갈등 극복과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해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안정적인 대화 공간을 마련하여 사회적 합의의 토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통일교육을 평화통일교육으로 재편해야 한다. ‘자유민주적 가치와 확고한 안보관’을 강조하는 기존 통일교육을 남과 북의 평화 공존, 갈등의 평화적 해결, 차이와 다양성 존중 등을 강조하는 평화통일교육으로 재구성해야 하며 이를 위한 통일교육지원법의 개정 또한 필요하다.

 통일부 기능·업무 본연의 역할 정립을

 네 번째로는 통일부의 역할 조정이다. 그간 통일부는 정권 변화와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대북협상, 교류 협력, 정보 분석, 인도 지원 등의 핵심 기능이 등락을 거듭하며 대화 또는 압박의 창구로 기능해왔다. 이로 인해 대북·통일정책의 일관성과 중장기적 계획을 갖추지 못한 채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잃고, 국내에서는 오히려 남남갈등을 초래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현재 통일부는 통일과 남북 관계를 총괄하는 정부 부처임에도 대북 통일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새 정부 출범 초기마다 통일부의 조직과 기능에 대한 정치·사회적, 경제적 비효율성을 이유로 통일부 무용론 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하에서 통일부는 대북 업무보다는 국내 관리 업무에 치중하였다. 2019년 이후 남북회담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민간 교류협력은 전면 중단된 상황이고 이산가족 상봉 역시 2018년 이후 한 건도 추진되지 못했다. 반면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통일부 예산 48%)과 ‘북한 인권 증진’(통일부 예산 13%) 업무는 남북관계 상황과 무관하게 인력과 예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내부 인식과 북한을 압박하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정권 차원의 대북 압박정책의 일환으로 사용됨으로서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인도지원에 관한 정책의 수립과 수행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전혀 충실하지 못한 상황을 초래하였다. 우선적으로는 통일부 기능과 업무를 재정립해야 한다. 통일부는 남북 대화, 남북교류협력 등 남북관계와 갈등 완화를 중심으로 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북 통일정책을 총괄·기획·조정하고 남북대화, 남북교류협력 등의 본래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외 평화·통일 공감대의 확산과 대북정책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을 완화해 나가는 기능 또한 강화해야 한다. 이에 필요하다면 통일부의 명칭을 ‘평화통일부’ 혹은 ‘남북관계부’ 등으로 변경하여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정책 다양성과 실효성 강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과 북한인권 관련 업무는 타 부처로 이관하고 통일연구원을 현행 국무총리실에 다시 통일부 산하 기관으로 배치하며, 교류협력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새로운 민관협력기구를 설립해 운영해야 한다.

 머지막으로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이 정치적 상황과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원칙도 없고 법적 보장도 없이 추진되면서 민간 자율의 원칙은 물론 인류보편적 가치인 인도 지원 영역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통일부는 “현 남북관계 상황 등을 고려하여”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으로 민간 활동의 가장 기초적 단계인 북한주민접촉신고 조차 수리를 거부하고 있고 그로 인해 민간 활동은 전면 중단되었다. 이에 정치·군사적 상황에 관계없이 민간교류와 인도적 지원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원칙 하에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협력사업의 안정성·지속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북한주민접촉 신고에 대한 수리 거부 사유를 명확하고 제한적으로 규정하여 행정의 자의적 판단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민관협력의 제도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협력위원회’를 법정 기구로 설치해야 한다. 또한 남북간 인도적 협력의 안정성과 지속성, 자율성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 법률을 통해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남북 간 인도·협력과 남북 사회문화 교류를 전담할 수 있는 독립적인 전문 기구, (가칭)남북교류협력재단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전쟁 걱정없고 지속가능한 평화 위해…

 최근 몇 년간 남북관계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시민단체들은 ‘해봐야 소용없다’는 무력감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 소회와 같이 12·3 계엄 이후 우리 국민은 “맨손의 응원봉으로 최고 권력자의 군사 쿠데타를 진압하는 민주주의 세계사의 새 장을 열고”, “그늘진 담장 밑에서도 기필코 해를 찾아 피어나는 6월의 장미처럼, 혼돈과 절망 속에서도” 나아갈 방향을 찾았다. 지난 6개월 간의 여정은 남북관계가 주는 무력감 때문에 좌절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작년 11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시해야 할’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는 ‘남북 간 평화공존과 한반도 평화 정착’이 63.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북한의 개혁 개방과 남북경제공동체 형성’ 21.6%, ‘남북 통일’ 14.3%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북한도 하나의 국가다’라는 의견에 대해서도 ‘그렇다’는 대답이 52.1%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아니다’라는 대답은 11.3%에 머물렀다. 그리고 ‘남북 간 합의사항 계승’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견이 65.2%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29.9%)보다 높게 나타났다. 즉 우리 국민이 신정부에 바라는 대북·통일정책은 남북의 평화로운 공존, 그리고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남북의 대결 상황 속에서도 남북 합의가 지켜지는 제도적 안정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무엇보다도 평화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들의 간절한 마음들이 승리한 것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바람처럼 전쟁 걱정 없는 나라를 위해, 그리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이재명 정부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