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마니들의 약초산행 1번지

[김희순의 호남의 명산] 진안 덕태산(1113m) 백운동 계곡 손타지 않은 자연미 빼어나

2025-06-13     김희순
조망바위.

 전북 진안군 백운면은 전국에서 외지고 궁벽진 곳들 중의 한 곳이다. 겹겹이 산과 골이 높고 깊다. 진안군 전체 면적의 80%는 덕태산(德泰山 1113m), 선각산(仙角山 1141m), 구봉산(九峯山 1002m) 등 산림으로 이루어진 고원지대다. 덕태산과 선각산은 심마니들이 약초산행 일번지로 꼽을 정도로 자생하는 약용식물과 토종약초의 천국이다. 야생삼(산삼), 구리대, 생강나무, 토사자, 천마, 으름열매, 놋젓가락나물, 독활, 산다래, 꽃향유, 하수오, 천궁 등 헤아릴 수 없다. 두 산은 형제처럼 보이지만 덕태산과 선각산 경계를 가르는 곳에 백운동白雲洞 계곡이 있다.

 원시의 생태계 살아있는 계곡과 숲

 덕태산은 이름처럼 후덕한 산세를 가진 육산이다. 숲이 울창해 대체로 시야가 막혀 있고, 걸출한 암릉도 없지만 숲 사이로 슬쩍슬쩍 터지는 웅장한 조망으로 인해 조금은 위안이 된다. 능선만 올라서면 조망만큼은 나무랄 데가 없고 큰 산에서 느낄 수 있는 장쾌함에 압도당한다. 덕태산만 가볍게 다녀오려면 시루봉(1147m)을 거쳐 홍두깨재(961m)로 하산해서 장자골, 백운동계곡, 점전폭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이 일반적이다. 선각산까지 환종주하려면 홍두깨재에서 남쪽으로 삿갓봉(1134m), 투구봉(972m)을 거쳐 점전폭포로 내려온다.

백운동계곡.

 덕태산은 찾아가기 불편하고 처녀지처럼 개발의 흔적이 미치지 않은 곳이지만, 그만큼 백운동계곡의 청정한 암반계류에는 크고 작은 소(沼)가 많아서 계곡미가 좋다. 물이 풍부하고 산이 깊은 연유로 자생하는 약초도 많을 수밖에 없다. 원시림 같은 생태조건이 장점이 되었다. 백운동계곡에는 오는 10월 정식 개장을 목표로 ‘국립 진안고원 산림치유원’이 617ha(187만 평)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운영비를 전액 국가에서 지원하며 국민 건강을 위한 산림치유지구, 산림휴양지구, 연구개발지구, 핵심시설지구가 만들어지며 이를 위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참고로 ‘국립 진안고원 산림치유원’에는 청정 자연 속에서 심신을 치유하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전문 산림치유시설을 목표로 한다. 다양한 산책로와 체험길, 테마정원등이 있고 단체 숙소 등이 있다.

점전폭포.

 백운동계곡의 백미는 점전폭포다. 검은 벼루를 수직으로 세워 놓은듯한 5m 높이의 바위 위에서 물줄기가 힘차게 떨어진다. 10~20명이 동시에 탁족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웅덩이도 꽤 넓다. ‘레나드 효과’라는 이론이 있다. 독일의 물리학자 필립 레나드(Phillip A. Lenard)) 박사는 “물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수분자가 순간적으로 분쇄현상을 일으키고, 그 주변 공기는 전기층을 형성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음(-)의 약한 전류를 띤 음이온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한다. 이를 ‘폭포 효과’라고도 하는데, 폭포 주변의 나무들이 싱싱하고 주변의 공기도 신선한 이유다. 점전폭포 위쪽으로 1km 가까운 긴 계곡은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가족단위 피서지로 인기가 많은 장소다. 주민들은 솥을 뒤집어 놓은 듯한 둥그런 바위들이 많아서 ‘솥내계곡’이라고 부른다.

 점전폭포 앞에는 ‘용오름폭포’라는 안내목과 그럴듯한 전설까지 새겨 있지만, 개명(?)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덕태산 들머리는 점전폭포에서 임도를 따라 100m 정도 위쪽에 있는 ‘등산안내도’에서 시작된다. 덕태산 정상까지 1.65km라고 적혀 있다. 등산로는 선명하고 안전시설도 잘 갖추어 있다. 산행표시기도 많이 보인다. 굴참나무와 서어나무들이 울창한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40분 정도는 경사가 급하고 길도 거칠다. 나무벤치 쉼터를 지나면 공룡알 모양의 거북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른 키 높이의 바위는 표면이 거북이 등껍질 같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뇌를 닮아 ‘두뇌바위’라는 이름을 새로 지어 본다. 100여m 더 가면 같은 모양의 바위가 한 개 더 있다.

등산로.

 들머리, 날머리 까칠한 경사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급하다. 첫 번째 조망바위에서는 정면으로 내동산이 또렷하게 보인다. 정상 직전에 작은 생쥐를 닮은 바위조망대는 2~3명이 간신히 발을 디딜 정도지만 삿갓봉, 선각산, 투구봉 주능선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덕태산 정상에 벤치와 정상석이 있지만 넓지는 않다. 시야는 선각산 방향만 열려있고 뒤쪽은 잡목에 가려서 조망이 없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정상에서 0.4km 거리에 넓은 헬기장이 있다. 이곳에는 정상에서 보았던, 같은 크기, 모양의 정상석이 있어 잠시 혼동하게 된다. 농구장처럼 넓어서 단체로 식사하기 좋은 장소다.

시루봉능선.

 이곳에서 시루봉까지는 1.3km 거리다. 길은 선명하지만 조릿대가 무성해 경사면을 오르기가 쉽지는 않다. 시루봉은 덕태산 최고의 조망처다. 사방으로 탁 트여서 포토존으로 좋다. 북쪽으로 마이산(686m), 성수산(1059m)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영취산(1075m), 남쪽으로는 장안산(1237m)을 비롯한 백두대간 주능선이 조망되고, ‘섬진강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봉우리’라는 뜻을 가진 천상데미(1080m)와 그 아래쪽의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 골짜기도 보인다. 이곳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광양만까지 500여리 남도의 땅을 흘러간다. 참고로, ‘데미’라는 어원은 발원샘 주위가 돌무더기 또는 돌더미로 되어있어 이곳 방언에 무더기를 무데기, 더미를 데미로 부른데서 비롯한 것으로 추측된다.

 시루봉은 금남호남정맥과 만나는 지점이다. 홍두깨재 까지 이어지는 정맥길은 줄곧 내리막이다. 홍두깨재 갈림길에서 선각산은 직진하면 되고, 백운동계곡으로 하산하려면 우측으로 꺽어 내려가 0.4km 숲을 지나면 임도와 만난다. 점전폭포까지 2.48km, 숲이 울창한 주차장 주변엔 예쁜 전원주택이 많이 있다.

진안 덕태산 개념도.

 ▲산행 길잡이

 백운동주차장-점전폭포-덕태산-시루봉-홍두깨재-장자골-점전폭포(9.0km, 약4시 20분 소요)

 백운동주차장-점전폭포-덕태산-시루봉-홍두깨재-삿갓봉-선각산-점전폭포(12.9km, 6시 30분 소요)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