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하나도 의미 있게…미술을 읽어라”

양정무 미술사학자 드림CEO아카데미 강연

2025-06-13     유시연 기자
지난 11일 ‘2025 드림CEO아카데미’ 6강 강사로 나선 양정무 런던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다채로운 현대미술 작가와 작품을 통해 ‘마술’보다 흥미로운 미술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강연이 열렸다.

 11일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2025 드림CEO아카데미’ 6강 강사로 나선 양정무 런던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 박사는 ‘미술이 마술보다 재미있는 다섯 가지 이유’를 주제로 미술의 다섯 가지 매력을 소개하는 강연을 진행했다.

 양 박사는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런던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1대 한국미술경영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미술이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술 읽어드립니다’ 등 여러 미디어 활동을 비롯해 ‘난처한 미술 이야기’와 같은 저서를 통해 널리 알려진 미술사학자다.

 그는 기업인 일론 머스크와 스티브 잡스 등 세계적인 CEO의 프로필 사진과 독일 최고 르네상스 화가로 불리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 한국 회화사에서 걸작으로 꼽히는 윤두서의 자화상 등을 비교하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고찰해보는 것으로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양 박사는 “일론 머스크와 스티브 잡스는 스스로의 이미지를 디자인했다. 이 사진들은 500년 전 독일의 화가가 스스로를 그린 그림과 디테일이나 질감, 끄집어내는 방식에 있어 닮아있다”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이끈 이들을 예술가적 CEO라고 한다. 프로필 사진 한 컷에도 많은 의미와 포부를 담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각의 확산’과 ‘상상이 현실이 됐을 때’의 미술의 매력을 전파했다.

 먼저 루치오 폰타나의 ‘공간 개념’ 작품을 통해 “남들이 붓으로 그림을 그릴 때 그는 칼로 캔버스를 그어 붓으로는 그릴 수 없는 새로운 선에 대한 표현력을 보여줬다”며 “이걸 피아트 자동차가 쿠페 디자인에 활용했듯 그림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산업디자인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가들의 어떤 도전에 의해 그 작품을 낯설고 불편하게 볼 수도 있지만 그중에 새로운 메시지나 영감을 주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 것”이라며 “박물관, 미술관을 영감의 원천을 얻기 위해 방문하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또한 독일 국회의사당을 천으로 뒤덮으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불가리아 출신의 행위예술가 크리스토 자바체프를 소개하며 “낡은 물건도 포장을 하면 새롭게 다가오는 것처럼 우리한테 익숙하고 중요한 건물이지만 잠시 잊었던 건물들을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이건 단순히 작가의 장난이 아닌 예술을 통해 우리 삶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색면 추상의 대가로 불리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이 가진 ‘힐링’의 힘을 전했다. “생각을 하려면 생각을 비워야 한다”는 말처럼 단색적인 작품이지만 보는 이의 생각을 비우게 하고, 빈 곳을 창조적 사고로 채워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비주얼 리터러시’의 개념을 들어 미술과 대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은 수준이 높지만 그림이나 사진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워한다”며 “선 하나도 의미있게 보면 비주얼 리터러시의 세계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류는 2만 년 전부터 동굴 속에 그림을 그렸다. 미술에 대한 DNA는 그 어떤 언어보다도 다른 어떤 능력보다도 강하게 발달했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는 사고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미술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관심 있게 본다면 미술은 우리에게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라고 전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