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나와 너

[작은 책방 우리 책들]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2025, 곰곰)

2025-06-16     호수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2025, 곰곰)

 자아에 대한 이야기, 친구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은 많지만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란 또한 새로웁다. 오늘 소개할 그림책이 바로 그렇다. 남기림 작가의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2025, 곰곰)다.

 색연필로 그린 듯 따뜻한 색감과 콜라주 기법으로 구성된 세계는 혼란스럽다. 바람이 심하게 불기 시작하자 먹구름과 망가진 물건들이 굴러다니고, 이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서로의 닻이 되어주는 것은 서로 뿐이다.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는 홀로 존재할 때 바닥으로 푹 꺼지거나 하늘로 휭 날아가 버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둘은 서로를 붙잡고 있다. 바닥과 하늘의 경계선에 존재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고 서로의 무게추가 되어준다. 하지만 서로에게 귀속되어 있다는 감각은 누군가에겐 피로감을 불러일으킨다.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 가벼운 아이가 겁에 질려서 물었다.

 “언제까지나 내 손을 잡아 줄 거지?”

 거센 바람을 맞서 걸으며 무거운 아이가 말했다.

 “사실 가끔은 네가 혼자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놀라고 슬픈 마음에 가벼운 아이는 잡은 손을 놓았다.

 무거운 아이는 놓쳐 버린 손을 다시 잡을 수 없었다.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 중에서.

 자동차와 의자가 날아다니고, 나뭇잎이 휘날리고, 하늘은 어두워지고, 모든 것이 뒤집힌 곳에서 가벼운 아이는 하늘을 떠다니고 무거운 아이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길을 맴돌았다. 서로를 잃음으로써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서로를 잃은 두 아이는 질문한다.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벼운 아이는 떠가는 것들을 붙잡고 싶었다.

 무거운 아이는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싶었다.

 (…)

 가벼운 아이는 무거운 아이를 발견하고 팔을 활짝 벌렸다.

 무거운 아이는 가벼운 아이를 발견하고 힘껏 뛰었다.

 그리고

 둘은 하나가 되었다.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 중에서.

 물건들을 붙잡아 가벼운 아이가 무거워지고, 물건들을 쌓아 무거운 아이가 하늘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을 때에야 두 아이는 다시 만난다. 그리고 둘은 하나가 된다. 땅을 걷는 사람의 그림자가 존재함으로 그는 서로를 붙들지 않고도 온전한 나 자신으로서 걸어다닐 수 있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하나가 된다는 건 단순히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가 처음부터 하나였다는 뜻이 아니다. 이것은 그보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그를 이해하기 위해 고심하고 서로를 찾다 보면 “나”에게서 “너”를 떼어낼 수 없게 된다는 뜻에 가까울 것이다.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친구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친구가 꼭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그와 나는 정말 너무도 다르지만 그 다른 점이 우리 둘 모두를 성숙하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나는 “나”가 되었고, 이 온전한 “나”를 만든 것은 또 다른 온전한 “너”라는 존재다. 서로를 채워주어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는 불안감 때문에 손을 놓고 서로의 곁에서 떠났었다. 이렇게 떨어졌을 때, 떠나보냈을 때 우리는 영영 가능성이 없이 끝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언제든, 떠가는 것들을 붙잡고 하늘을 향해 올라가며 서로를 다시 만날 수 있다. 이렇게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온전한 나와 너를 완성하는 힘이다.

 문의 062-954-9420  

 호수(동네책방 ‘숨’ 책방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