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지역 살려야” 광주 RISE ‘5년’ 대장정
교육부 권한 위임받아 지자체가 대학 지원 중심 모델 광주 17개 대학 참여, 882억 투입…5대 프로젝트 가동 “교육 받은 청년, 지역 정착 않으면 어떤 혁신도 불가”
2025년, 광주광역시가 새로운 교육 혁신의 전환점에 들어섰다. 교육부로부터 지역대학에 대한 권한과 예산을 위임받은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광주는 ‘이제는 대학의 시간’이라는 선언을 현실화하고 있다.
광주시는 RISE 기본계획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아 200억 원이 넘는 인센티브를 확보했고, 17개 지역 대학을 수행기관으로 선정해 5개년 기본계획에 따라 총 882억 원을 투입한다. 지난 5월에는 협약식을 마치고 1차 사업비 교부까지 완료되며, 사업은 이제 대학 중심의 실행 단계로 접어들었다.
기존 대학지원 체계는 중앙정부가 예산을 주도하고 대학이 수동적으로 지원받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RISE는 지자체가 대학 지원의 주체가 되는 구조다. 지역이 직접 대학을 선정하고, 지역산업과 청년 문제 등 현실적 과제를 기반으로 사업을 설계·집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광주시는 2024년 교육청년국을 신설하고, 광주테크노파크 부설 ‘광주RISE센터’를 출범시켜 사업 운영을 전담하고 있다. 광주형 RISE는 5대 프로젝트와 16개 단위과제를 중심으로 대학과 산업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수평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왔다.
“교육-취업-삶” 연결 선순환 모델 제시
광주형 RISE의 최종 목표는 단순한 대학 개혁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의 확립이다. 광주시는 “가고 싶은 대학, 취업하고 싶은 일자리, 살고 싶은 정주여건”이라는 구호 아래, 교육-산업-삶의 연결을 통해 ‘교육혁신 기회도시 광주’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설정된 5대 핵심 프로젝트는, 선정된 수행기관과 대학들이 각자의 과제를 중심으로 본격 추진하고 있다.
먼저 ‘인재 SKILL-UP 프로젝트’는 청년혁신인재 양성이 목표다. 수도권으로의 청년 유출과 그에 따른 지역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광주의 전략산업인 AI, 반도체, 에너지 등 MECA 분야를 중심으로 맞춤형 교육과 실무 중심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단순한 교육을 넘어서 취업과 지역 정착까지 이어지는 성장 경로 구축이 핵심이다.
주요 과제로는 △광주형 로컬 커스터마이징 청년혁신인재 양성 △광주 탑티어 MECA산업 인재 양성 △고교 연계형 예비인재 양성 △의대교육혁신을 통한 지역의료인력 양성 등이 포함돼 있다.
두 번째 ‘기업 VALUE-UP 프로젝트’는 지역 기업의 기술 자립도와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대학의 인력·시설·장비 등을 활용해 산학 R&D 연계, 실증·인증·사업화 지원이 진행된다. 또한 낮은 창업 생존율을 개선하기 위해, 스타트업 육성에도 힘을 싣는다.
이 프로젝트에는 △광주 창업밸리 스타트업 아카데미 운영 △R&D 기반 혁신 실증스튜디오 운영 △광주 일자리-취업-기업 ON 얼라이언스 운영 등 3개 단위과제가 포함돼 있다.
세 번째 ‘지역사회 GROW-UP 프로젝트’는 대학이 고령화, 기후위기, 돌봄 등 지역 현안 해결에 참여해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유도한다. 통합돌봄,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민 참여형 프로젝트로 확대될 예정으로, 대학과 지역사회의 연결성이 실질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위과제로는 △도심 캠퍼스 리빙랩 운영 △광주 통합돌봄 허브대학 운영 △광주문화예술·관광 도시 활성화 △늘봄 싱크탱크 대학 운영 등이 추진된다.
네 번째 ‘대학 INNO-UP 프로젝트’는 청년유출과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 속에서 대학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민과의 관계를 재정립한다. 공유대학 체계, 평생교육 체계, 유학생 정착 지원이 골자다.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지역 혁신의 거점으로 확장시키는 데 중점을 두며, 공유대학 운영을 통한 질 높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청년 떠나는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
핵심 과제는 △대학-지역사회 자원 공유 커뮤니버시티 운영 △G-RISE 공유대학 운영 △광주형 미래라이프 커뮤니티 아카데미 운영 △글로벌 오픈캠퍼스 조성 등이다.
마지막 ‘초광역·범부처 BRIDGE-UP 프로젝트’는 산업부·과기부·중기부 등 다양한 중앙 부처와의 사업 연계를 통해 정책적 시너지를 확대하고, 광주·전남·전북 등과 함께 초광역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이같은 성장 기반을 바탕으로 AI·에너지 분야의 공동 협업 과제도 본격 추진한다. 즉, 교육-취업-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고 지역소멸 위기를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이 모든 구상의 바탕에는 ‘지역 청년의 정주’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 구축이라는 근본 과제가 자리한다.
교육을 받은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지 않으면 어떤 혁신도 지속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구조다.
광주RISE의 중장기 성과 목표 중 하나인 ‘지역 정주 취업률 40%’는 바로 이 선순환 구조의 실현 지표이기도 하다.
한편, 문화예술·관광 분야는 현재 추가 공모가 진행 중이다. 이는 실무형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과 지역 문화기관이 협업해 콘텐츠 기반의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광주비엔날레, G-Map 등 주요 문화 인프라를 활용한 현장 중심 창작·기획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며, 아트투어, G-Festa 등 지역행사 콘텐츠 개발, 디지털 기술과 예술 자원을 결합한 창작 프로젝트도 포함돼 있다. 청년 예술가·기획자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