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사막의 정복자 낙타
[동물과 삶]
남미에 라마, 알파카, 비쿠냐, 과나코의 라마족 4형제가 산다면 전혀 다른 대륙에 나머지 2형제가 마저 살고 있다. 이 둘은 추운 중앙아시아의 고비사막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쌍봉낙타(Bactrian Camel)와 열대 아프리카 북단의 사하라 사막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봉낙타 (Dromedary Camel)이다.
등에 혹(육봉)이 한 개냐 두 개냐의 차이로 그들의 이름이 심플하게 결정되었다. 하지만 이 둘의 차이는 단순히 봉우리 개수만이 아니다. 일단 단봉낙타는 열대의 낙타니만큼 털이 별로 없고 다리가 길며 털갈이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쌍봉은 추운 겨울이 있는 고비사막에 주로 사는 탓에 매년 털갈이를 해야 살아남는다. 겨울에는 치렁치렁한 긴 털을 지니고 있다가 여름에는 그 털을 거의 벗어버리고 올 누드 비슷한 누추한 상태가 되어 버린다. 그렇게 바닥에 떨어진 부드러운 겨울털을 알뜰히 모으면 요긴한 옷감 재료로 쓸 수 있다. 자연에 버려진 걸 주운 셈이니 아주 친환경적인 제품인 셈이다. 그래서 몽골 같은 데선 이들 털로 만든 양말 같은 게 인기리에 판매된다. 낙타의 근원적인 조상인 단봉낙타는 현재 모두 가축화돼 버렸다.
처음 낙타의 조상은 북아메리카에서 출현한 토끼만 한 프로틸로푸스(Protylopus)였으며 그 중간에 기린만큼 큰 낙타도 존재했었다. 낙타는 기원전 1000년경부터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의해 가축으로 길러졌고 그 덕에 그들은 사막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었고 사막 교류를 통해 그들 나라에 풍요를 가져다주었다. 지금까지도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너는 상인들을 캐러밴(caravan)이라 부른다.
사실 낙타만큼 요긴한 가축도 드물다. 낙타는 사막의 탈것 내지 짐 운반용으로 주로 쓰인다. 그리고 죽어서도 고기는 물론 털가죽까지 남길 것이 없다. 심지어 그들의 젖과 물기 없는 똥까지도 사막에선 요긴한 재료로 쓰인다.
쌍봉낙타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쌍봉낙타 중 일부는 비록 멸종위기이긴 하지만 다행히 야생화되어 고비사막에 한가운데서 작은 무리를 지어 살고 있다. 쌍봉낙타가 좀 더 야생성이 강하고 혼자서도 잘 적응하는 편이다. 따라서 쌍봉낙타는 단봉보다 다루기가 훨씬 더 까다롭다. 하지만 잘 다루기만 한다면 탈 것은 물론 훨씬 무거운 짐도 너끈히 지고 나를 수 있다. 만일 쌍봉낙타가 없었다면 몽골 칭기즈칸의 세계 정복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전쟁 시 쌍봉낙타는 그 무거운 보급품을 지고 수천 킬로를 사람과 말과 동행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배고픈 병사들의 희생양이 되어 주었다.
낙타는 사막의 극단적인 열기와 추위 그리고 모래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신체가 특화되었다. 일단 최대 2주 가량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계속 걸을 수 있다. 사람은 3일 이상 물을 못 먹으면 죽는다고 한다. 체온도 34~41℃까지 가변적이어서 마치 파충류처럼 환경에 어느 정도 몸을 맞추는 신비한 능력도 갖추고 있다. 물과 식량을 만나면 일단 몸 안에 몽땅 저장하고 본다. 자기 몸무게의 40% 가량을 이 물과 음식으로 채울 수 있고 보존할 수 있다. 잉여 영양분은 혹으로 이동시킨다. 몸 안에 따로 보조 식량 탱크까지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필요시 영양분과 수분으로까지 전환된다. 발바닥의 넓어서 사막의 모래 위나 눈 위에서도 빠지거나 미끄러지지 않고 잘 걷는다. 다리는 길고 가늘어서 거친 바람도 마찰 없이 통과시킨다. 오줌과 똥은 극한으로 농축시켜 수분 배출량을 최소화한다. 귀와 코와 눈은 모래바람을 피해 여닫을 수 있다. 낙타의 매력적인 긴 속눈썹 또한 사막을 통과하기 위한 필수 도구이다. 낙타는 이유 없이 요란하게 잘 울기도 한다. 이 울음이 그들의 안으로 켜켜이 쌓인 설움을 가끔 바깥으로 내뱉는 유일한 저항 수단 일지도 모른다. 고삐 하나로 인간에게 자기의 모든 것을 내준 낙타, 참으로 고마운 존재지만 그의 입장에선 무척 어리석은 짐승이다. 인간은 고대로 그들에게 사막의 모래알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최종욱(수의사)
▲낙타(駱駝, Camel)
- 학명 : Camelus
- 분류 : 척삭동물 > 포유강 > 우제목 > 낙타과 > 낙타속 > 단봉낙타(C. dromedarius), 쌍봉낙타(C. bactrianus), 야생쌍봉낙타(C. ferus)
- 크기 : 어깨높이 1.85~2m, 체중 250~680kg
- 식성 : 초식성(풀, 나무줄기, 나뭇잎, 열매, 선인장, 먹이 없을 때 텐트나 육식까지도)
- 수명 : 평균 40~50년
- 서식지 : 낙타는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사막 지역에 사는 혹이 2개인 쌍봉낙타(‘아시아 낙타’라 부름)와, 아라비아와 아프리카 사막 지역에 사는 혹이 하나인 단봉낙타(‘아라비아 낙타’) 두 종류
- 번식 : 임신기간 13개월, 한번에 보통 한 마리의 출산, 1년 이상 수유
- 천적 : 사자, 표범, 늑대 : 주로 어린 낙타 해당
- 멸종위기등급 : 야생쌍봉낙타(1,000마리 이하 생존)만 IUCN : 위급(C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