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려동물은 서울서만 삽니까?

2025-06-26     명은비
광주 첫 동물 화장장_광산구 삼도동 동물 장묘시설. 광주드림 자료사진.

 “서울에는 반려견 놀이터도 많고, 공공 장례시설도 잘 갖춰져 있대.”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를 주제로 창업 경진대회를 준비하던 중, 친구의 말을 듣고 문득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왜 좋은 반려동물 정책은 늘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시작될까요?

 2023년 8월 기준, 전국 공공 반려견 놀이터는 총 123곳. 이 중 절반 이상인 61곳이 서울(22곳)과 경기도(39곳)에 몰려 있습니다. 경상남도 8곳, 강원도 7곳에 이어, 광주에는 단 1곳뿐입니다.

 이처럼 인프라 격차는 산업 전반의 불균형으로 이어집니다. 반려동물 관련 혁신기업 165개 중 59.5%가 서울에, 22.1%는 경기도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산업·정책·서비스가 수도권에 집중되며, 지역 보호자들은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할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반려동물 정책, 지역은 늘 뒷전

 광주는 올해 들어서야 첫 민간 동물장례시설이 허가됐고, 시에서 추진 중인 복지지원시설(놀이터·화장장 포함)은 2028년 완공 예정입니다. 그 사이, 보호자들은 장례를 위해 세 시간 넘게 이동해야 합니다.

 반면 서울은 자치구마다 반려견 쉼터와 시민학교가 운영되고, 장례비 지원 제도까지 시행 중입니다. ‘정책의 격차’는 곧 ‘생활의 격차’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저는 호남대학교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며 학과 교육견 ‘호이’와 ‘남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진료는 수의사 출신 교수님들이 세심하게 돌봐주시지만, 여가·복지 공간 부족, 응급상황 대응 한계 등 지역 인프라의 부족은 실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최근 경기도 성남의 ‘해마루 이차 동물병원’에서 인턴 활동을 하며 이러한 차이를 더욱 선명하게 느꼈습니다. 병원 접근성, 진료 인프라, 보호자 중심 서비스 등 수도권에선 ‘당연한 것들’이 광주에선 ‘애초에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이 간극은 결국 지역 보호자들의 삶의 질 차이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일회성 복제가 아닌 구조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먼저,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 로드맵이 마련돼야 합니다.

 지역 자원 연계 실습·진료·문화 복합공간 조성을

 지역 대학, 수의사회, 관광자원과 연계한 실습·진료·문화 복합공간 조성은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호남권처럼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을 우선해 공공 장례시설과 이동형 진료소를 시범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정책 설계 과정에 지역 청년 보호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예산 편성에 사용자 목소리가 반영돼야 정책의 실효성이 확보됩니다.

 전국 가구 중 28.6%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지금, 반려동물은 서울에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광주에도, 전남에도, 지방 곳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갑니다. 우리는 반려동물을 ‘가족’이라 부르지만, 정작 그 가족을 위한 정책은 많은 지역에서 여전히 닿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서울이라서 가능하다”는 말 대신, “어디서든 가능하다”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균형 잡힌 반려동물 정책이야말로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명은비(호남대학교 반려동물산업학과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