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꼬집기]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건립 필요
광주는 예향의 역사와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해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주요 작가들을 배출하고 뚜렷한 지역적 특성을 보이며 국제적인 시각예술 중심도시로 자리해 왔다. 또한 이 같은 지역 기반을 광주비엔날레와 유네스코미디어아트창의도시 등 국제적 네트워크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광주에 국립현대미술관이 건립되어야 할 상대적 차별성과 필요성을 몇 가지로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 균형 발전과 더불어 범국가적 차원의 역사 문화적 가치가 밀집된 지역의 문화자원을 차별화해 연구 재조명하고 진흥시킨다는 면에서 필요하다. 각 국립박물관이 권역이나 도시의 규모 이전에 유적과 유물의 집합지로서 역사적 기반을 전제로 건립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별 비교에서 지역의 미술문화 전통이 뚜렷하고 이를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 지역은 광주가 거의 독보적이다.
근·현대미술 선도적 작가들 고향
둘째, 한국 근·현대미술에서 선도적인 작가들이 이 지역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서정성과 심상세계를 결합한 작품들로 한국 추상미술을 선도했던 김환기, 꿈과 환상의 진채 화조인물화로 독보적 회화세계를 다진 천경자, 민족미술론에 기반한 구상미술의 거목 오지호, 1950년대 말 전위미술운동보다 한 세대 앞서 비정형추상미술(Informel)을 탐닉했던 강용운, 예도(藝道)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수묵세계를 펼친 허백련과 허건, 한국 특유의 토속적 정취를 국제적 어법으로 함축시킨 황영성, 동서고금 명화와 DNA 데이터 등을 재해석해 국제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이남 등 이 지역 연고의 특출한 작가들 활동과 그 파급을 국가 문화정책 차원에서 연구 확장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책사업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실제화하기 위함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5대 문화콘텐츠 중 기반이 가장 확실하게 다져진 게 미술 분야다. 사업 착수 20년이 지났지만 문화전당 개관 이외에 뚜렷이 드러나는 추진사업이 없다. 분명한 효과를 낼 만한 분야는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역을 넘어선 미술문화자산을 가진 광주를 한국의 현대미술, 시각예술의 한 거점으로 육성 성장시키는 국가 차원의 추진기관으로서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이 필요하다.
넷째, 범국가적 차원의 행사로 창설된 광주비엔날레가 세계 5대 비엔날레로 성장하였다. 광주비엔날레 역사 30여 년 동안 한국 현대미술의 혁신적 변화와 실험적 창작활동 활성화를 이끌어 왔고, 이를 모델로 20개 넘는 비엔날레들이 전국 곳곳에서 만들어졌다. 이러한 광주비엔날레의 현장성과 혁신성, 국제 네트워킹을 한국미술 전반에 효과적으로 녹아들게 하고 진작시킬 수 있는 양축으로서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건립이 필요하다.
광주를 세계적인 미술도시로
다섯째, 유네스코미디어아트창의도시로 지정될 만큼 현대미술과 디지털전자 과학기술이 접목된 광주의 미디어아트를 국가적 차원에서 특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디지털디미어아트는 광주의 광산업과 실감콘텐츠큐브, AI 대표 도시 육성사업 등 도시 정책전략과 긴밀히 연결되면서도 예술과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해 무궁무진 확장 가능성을 가진 분야다. 이를 국가적 문화저력과 자산으로 활성화시키는 기획·지원기관으로서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이 필요하다.
여섯째, 광주는 다른 지역과 인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미술인과 미술 활동을 나타내고 있다.(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 당 시각예술 전시 건수 38로 6개 광역시 중 1위(전국 평균 20.7, 통계청 자료 2025.3.11). 국가 차원의 문화정책이 현장과 바로 연결되고 상대적으로 높은 실효성과 확산력을 배가시키는데 광주만한 인적 기반도 없다. 국가의 문화자산으로서 인적자원을 양성하고 그 창작활동을 지원하며 이를 국제적 네트워킹으로 연결시켜 국가 단위 기획전과 연구·소장·교육사업을 실행함으로써 광주를 세계적인 미술도시로 키워간다면 경쟁력 있는 국가 문화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