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들의 육아 방식으로 본 어머니
[곰돌곰순의 귀촌일기] (112) 냥이들의 육아일기 2
곰돌곰순은 한재골로 바람을 쐬러 가다 대치 마을에 매료되었다. 어머님이 다니실 성당이랑 농협, 우체국, 파출소, 마트 등을 발견하고는 2018년 여름 이사했다.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마당에 작물도 키우고 동네 5일장(3, 8일)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막걸리에 국수 한 그릇으로 웃음꽃을 피우면서 살고 있다. 지나 보내기 아까운 것들을 조금씩 메모하고 사진 찍으며 서로 이야기하다 여러 사람과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 싶어 연재를 하게 되었다. 우리쌀 100% 담양 막걸리, 비교 불가 대치국수가 생각나시면 대치장으로 놀러 오세요 ~ 편집자주.
까망이, 일단 내 배부터 채운다
새끼를 낳은 후로 까망이는 보채는 게 더 심해졌습니다. 밤에도 더운 날이라 현관문을 열고 방충망을 잠근 상태로 잠을 청하는데,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는 새벽부터 까망이의 보채는 울음소리가 끊이지를 않습니다. 대충 일을 끝내 놓고 나가면, 얼른 따라오라고 앞장 서서 창고까지 이끌고, 돌아오는 길도 얼른 오라고 자꾸 서두릅니다.
오전이나 오후, 저녁 때 냥이들에게 닭가슴살 간식을 줄 때면 다른 냥이들이 한 번 먹을 때 게 눈 감추듯 먹고는 서너 번은 더 달라고 하거나, 다른 냥이들이 먹는 걸 뺏어 먹기도 합니다. 영혼이 배고픈 아이라 생각하고 늘 더 챙겨주고 있는데, 어째, 새끼들을 낳은 뒤에도 이런 습성은 바뀌지 않습니다.
어미가 된 깻잎이, 삼이와는 다르게 몰래 간식을 줄 때도 얼른 먹고 한 번이라도 더 받아먹으려고 하지, 그걸 물고 새끼들에게 가는 법이 없습니다. 사람들처럼 냥이들도 모두 특별하지만, 까망이는 그 중에서도 더 특별한 듯합니다.
자기야, 까망이는 어째 어미가 되어도 새끼들을 챙기는 걸 본 적이 없는 거 같애요. 그러지요. 어미가 되면 달라질까, 했는데, 얘들도 사람처럼 쉽게 변하지 않나 봐요. 그래도 또 이해가 되는 게, 자기가 일단 잘 먹어야 새끼들도 잘 키울 수 있으니까요. 애가 본능적으로 그걸 알고 있는 거겠죠.
그래도 새끼들에게 젖먹일 때나 보살필 때는 지극정성입니다. 토방이나 텃밭, 샘에서 젖먹이다 집사들이 간식을 주러 나오면 얼른 받아 먹고, 또 달라고 보채면서도 집사들이 더 이상 나올 게 없다 싶으면 얼른 새끼들에게 돌아갑니다. 이제는 곰돌곰순이도 새끼들에게 젖먹이다 왔구나, 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어미는 어미인 거죠. 아무래도 까망이의 육아 원칙은, 일단, 내 배부터 채운다, 인 거 같습니다.
깻잎이, 내 새끼는 내가 챙긴다
깻잎이는 셋째가 마지막으로 낳은 새끼였습니다. 셋째는 작년 이맘때 집을 떠난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자존심이 셌던 셋째의 육아는 유별났는데, 깻잎이도 그렇습니다.
깻잎이는 새끼들을 자기 품 안에서 기르려고 하는 게 강합니다. 그래서 거처가 조금이라도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새끼들을 자꾸 이곳저곳으로 옮겼답니다. 집사들 발길이 뜸해야 하고, 다른 성묘 냥이들이 자주 들락거리지 않는 곳을 찾는데, 아무래도 장시간 그런 곳이 있을 리 없겠지요.
작년 초보 엄마일 때는 하도 자주 옮겨 다니다 보니, 어느 날 자기가 옮겨놓은 새끼들을 찾지 못해 온 마당을 돌아다니며 그렇게 울어댔는데, 곰돌곰순이 새끼들을 찾아 내고는, 깻잎이를 간식으로 유인해서 서로 만나게 한 적도 있었지요.
셋째는 떠나기 1년 전부터는 밥 먹을 때나 간식을 줄 때 쓰다듬으면 가만히 있어서 이제야 곁을 좀 주는구나, 했는데, 깻잎이는 아예 그걸 허락하지 않습니다. 깻잎이 새끼인 똘이와 순이도 제 어미와 똑같습니다. 보통 1년이 지나면, 조금씩이라도 가까이 다가오거나 밥 먹을 때, 얼른 쓰윽, 하고 만지기라도 하는데, 똘이와 순이는 밥 먹을 때 집사가 멀리 떨어진 걸 확인하고서야 다가오고, 간식을 줄 때도 멀리서 받아먹거나 바닥에 놓아 주어야만 다가와서 확, 채갑니다.
그래도 셋째는 새끼들이 반년 정도 지나 어느 정도 크면, 새끼들이 집사들과 가까워지는 걸 굳이 막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깻잎이는 반년이 지난 새끼들에게도 집사들이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 소리를 질러댑니다. 내 새끼들에게 다가가지 마라, 애들아, 피해라, 그러는가 봅니다. 그래서인지 똘이와 순이의 조심성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간 까탈스러운 게 아닙니다.
깻잎이는 어미가 되었을 때도 셋째와 달랐습니다. 닭가슴살을 주면, 집사들이 보는 앞에서 한 번도 먹지를 않고 입에 물고는 항상 새끼들에게 달려가던 셋째. 그런데 깻잎이는 닭가슴살을 주면, 물고 돌아서 달려가는 건 똑같지만, 그 이유가 멀찍이 떨어져 자기 혼자 먹으려고 그렇습니다. 그 모습을 몇 번 보았을 때, 곰돌곰순은 어미 냥이의 새로운 모습에 또 놀랐답니다.
자기야, 깻잎이는 어째 자기 혼자만 먹는 걸 보면 까망이랑 똑같애요. 그러니까요. 얼른 물고는 달려가는 게 자기 생각에 안전한 곳에 가서 혼자 먹으려고 하는 거 같아요. 근데, 가만 보면, 그렇게 혼자 먹다가 새끼들이 달려들면, 또 포기하거나 같이 먹기도 하니, 까망이하고는 또 다른 거 같기도 해요. 맞아요. 닭가슴살을 물고 갈 때 어떨 때는 울어서 새끼들을 불러 모으기도 하니까.
근데 오면 셋째처럼 새끼들이 먹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게 아니라, 같이 먹잖아요. 참, 어떻게 어미들이 모두 다 다를까. 그래도 어미는 어미지요. 그럼요, 자기 새끼들이잖아요.
까망이, 삼이와 다르게, 깻잎이가 배고프다 징징거린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자존심이 세서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건, 어째 제 어미였던 셋째를 그리 닮았는지. 어쩌면, 그럴 필요가 없었는지도. 까망이와 삼이, 다른 냥이가 그 역할을 충실히 잘하고 있으니.
쉬고 있는 새끼냥이들 주변에서 일하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깻잎이는 또 그렇게 울어대서 새끼들을 불러 모읍니다. 아마, 새끼들을 부르는 소리는 깻잎이가 가장 자주, 많이 외치는 거 같습니다.
어미였던 셋째를 닮아 자존심이 무척 센 깻잎이도 자신만의 육아 원칙이 있는 거 같습니다. 그게 아무래도, 내 새끼는 내가 챙긴다, 같습니다.
삼이, 큰 고기는 새끼들에게 먹인다
삼이를 볼 때마다 엄마, 삼촌들이 모두 마실 나가고 없는데 혼자서 그네를 타고 놀던 장면이 기억이 납니다. 애기 주먹만 하던 삼이가 폴짝, 그네에 뛰어오르면 그 반동으로 그네가 흔들리고, 이내 잠잠하면, 다시 뛰어내려서, 다시 폴짝 뛰어올라 흔들리던 그네를 즐기던(71화 참조). 그 장면이 곰돌이 인상에 강하게 새겨졌는지, 삼이를 볼 때면 그 장면이 자주 오버랩됩니다.
치즈와 둥이는 삼이가 낳은 첫 번째 새끼입니다. 치즈는 많이 활발해서 집사들하고 많이 친해졌는데, 둥이는 여전히 거리가 있습니다. 사람처럼 똑같은 냥이가 한 마리도 없으니. 모두 특별한 존재들.
둥이는 다른 냥이들에 비해 자는 시간이 많습니다. 거실 바로 앞 2층 쉼터는 별일 없으면, 항상 둥이 자리입니다. 그 자리를 거의 잘 옮기지를 않습니다. 새끼 때는 아픈가, 하기도 하고, 영양이 부족한가, 걱정되어 약과 먹을 것을 따로 챙기기도 했습니다. 치즈가 엄마인 삼이에게 가끔 부비부비 하기도 하지만, 둥이는 거의 그러지를 않고 혼자 지냅니다. 그걸 이제는 둥이의 특징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삼이가 낳은 두 번째 새끼들은 토방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삼이도 깻잎이처럼, 두세 번 정도 거처를 옮기더니 한 달 전부터 토방 초코하우스로 거처를 정했습니다. 그 선택이 신의 한 수인 게, 장마철 빗줄기가 거세게 뿌려대도 쵸코하우스 안에서 안전하게 머무르고, 잠깐 비 그칠 때 얼른 토방으로 나와 밥 먹고 쉬며 놀다, 비 오면 다시 집으로 들어가니,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어디 있겠어요. 현명한 삼이.
그런데 삼이는 까망이, 깻잎이와는 또 다릅니다. 어미였던 셋째와도 다르고. 밥 먹은 후 집사들이 닭가슴살 여러 개를 모아서 간식 주러 나갈 때 통으로 주기도 하고, 먹기 좋게 몇 도막 내서 주기도 합니다. 삼이는 작은 도막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자기가 먹습니다. 그런데 좀 큰 걸 받거나 통으로 하나를 받으면 꼭, 물고는 새끼들에게 달려갑니다. 달려가면서 새끼들을 부르면 어느새 새끼들이 마중 나와 있는데, 그때 안전한 곳에 도착해서 고기를 내려놓고는 새끼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자기야, 삼이는, 또 달라요. 그러니까요. 참, 어미들도 같은 아이들이 없고 모두 다 개성이 강한 거 같아요. 우리 예상대로 움직이는 건 간식 줄 때 뿐이니까, 참~, 뮤즈는 뮤즈에요.
현관 방충망 앞에서 냥이들이 하도 간식 달라 울어대면, 내다보고는, 몇 마리 보이지 않으면 조심스레 방충망을 열고는 간식을 줍니다. 그때도 삼이는 닭가슴살을 통으로 줄 때는 물고는 새끼들에게 달려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꼭 그 자리에서 자기가 먹습니다.
혹시, 집사들에게 시위를 하는 걸까요. 야, 야, 이거 가지고 새끼들한테 가겄냐, 어, 내가 한 입 먹으면 없어지는데. 어, 내 입이 다 부끄럽다. 볼래? 꿀꺽. 그니까, 이거 말고 좀 더 큰 걸로 주라고. 아무래도 삼이의 육아 원칙은, 큰 고기는 새끼들에게 먹인다, 같습니다.
새끼들을 생각하고, 보살피고, 돌보는 데 지극정성인 어미 냥이들을 볼 때면, 냥이들과 함께 보낸 지난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장면 사이사이로 어머니의 모습이 많이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말로 다 할 수도 없고, 누가 알아 주지도 않던, 온갖 멸시와 천대 속에서도 무너지는 억장을 부여잡고 살아오신 그 모진 세월을, 어찌 만분지 일이라도 알 수 있으리요마는,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는 어미 냥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은, 백사장의 모래 한 알 정도는 이해하게 되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곰돌 백청일(논술학원장), 곰순 오숙희(전북과학대학교 간호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