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사가 허풍 아닙니다” 팽풍차로 불려
[좌충우돌 중국차(茶)] (75) 동방에서 온 미인(Oriental Beauty): 동방미인
어느덧 오룡차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렀다. 대만의 오룡차는 앞부분에서 잠시 언급하였기에, 이번 회에는 반드시 알아둬야 할 동방미인에 관한 내용을 쓰고자 한다.
동방미인차는 타이완에서만 나오는 명차로 팽풍차(膨風茶)라고도 한다. 팽풍은 허풍이라는 뜻이고, 이 차를 마셔본 사람들의 묘사가 마치 허풍으로 들릴 정도로 차의 맛이 뛰어나다는 이야기이다. 차에 솜털이 많아 중국에서는 백호오룡(白毫烏龍)이라고도 부르고 있으며, 반발효 청차 가운데서도 60% 정도의 발효 정도로 가장 높고, 간혹 75~80%에 이르는 일도 있다. 이와 같은 관계로 우롱차와 홍차의 중간지점에 속하며 풀 비린내를 말하는 청미(靑味)가 없고, 쓰고 떫은맛도 없다. 사실 동방미인의 발효 정도는 일부 홍차보다 높기에, 초보자들이 홍차로 혼동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기도 한다.
동방미인의 주요한 산지로는 타이완의 신죽현(新竹縣)과 묘율현(苗栗縣) 일대이고, 근년 들어서는 북평림(北坪林)이나 석정(石碇)에서도 재배하고 있다. 이렇게 범위가 넓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진정한 의미에서 동방미인은 신죽현의 아미향(峨眉鄕)에서 나온다고 봐야 한다. 차나무 품종으로는 신죽이나 묘율에서는 ☞청심대무(靑心大冇) 위주이고, 평림과 석정은 청심오룡(靑心烏龍)에 소량의 백모후(白毛猴) 품종이 더해진 것이다.
☞청심대무(靑心大冇): ‘무(冇)’라는 글자는 ‘없을 무(無)’와 동일한 뜻이다. ‘있을 유(有)’의 글자 속에 들어있는 두 획이 빠졌으니 “없다”라는 뜻이 된다.
동방미인(東方美人)이라는 이름은 영국의 차상이 빅토리아 여왕에게 차를 바쳤는데, 맑은 황색의 빛깔과 두터우면서도 달콤한 구감으로 여왕의 찬탄이 끊이지 않았으며 이 차가 건너온 대만(과거 서방에서 부르던 대만의 이름은 Formosa였다)이 위치한 ‘동방’에서 착안하여 ‘동방미인차’라고 이름 지었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이름인 팽풍차(膨風茶: ‘팽풍’은 대만에서 ‘허풍’이라는 의미로 쓰임)의 전설을 보면, 옛날에 농부가 자기 다원의 찻잎이 벌레에 먹혀있는 것을 보았으나 손해를 보기가 아까워 이를 숨기고 도회지의 상인에게 팔아넘겼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이 차에서 독특하고도 특수한 맛과 향이 나와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윽고 자기 고향에 돌아와 이를 알리자, 사람들에게 “허풍쟁이”라고 놀림을 받았으며, 이때부터 팽풍차라는 이름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었다.
동방미인의 채엽 시기는 무더운 여름철인 6~7월, 즉 단오절을 전후한 10일 기간에 이루어진다. 동방미인의 특성인 순후함과 달콤한 과일향은 바로 소록엽선(小綠葉蟬)이라는 벌레가 찻잎을 갉아 먹는 과정에서 그 곤충의 타액과 찻잎의 효소가 혼합되어 나오는 특수한 환경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정도가 차의 좋고 나쁨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찻잎의 생장 도중에는 이 소록엽선을 살려두기 위하여 농약을 살포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이 차의 생산이 쉽지 않기에 그 가격 역시도 만만치 않다.
동방미인의 제다는 수공으로 채엽 한 1아2엽의 찻잎을 위주로 하여 전통 기술로 정제한 고급 오룡차이며, 제다 과정의 특징은 위조(萎凋)-초청(炒靑)-☞정치회윤(靜置回潤)-유념(揉捻)-☞해괴(解塊)와 정치발효((靜置醱酵)-건조(乾燥)의 순서로 진행된다. 여기서 건조는 숯불을 이용한 홍건(烘乾)이나 초청 솥에서 진행하는 초건(炒乾)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정치회윤(靜置回潤): 초청을 마치고 나서 찻잎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 위해 일정 시간 동안 놔둘 필요가 있다. 이 방식은 다음의 유념 과정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해괴(解塊)와 정치발효((靜置醱酵): 유념을 마친 찻잎은 덩어리져있으면 발효가 고르게 되지 않으므로 해괴 과정이 필요하다. 그 후 적당한 온도와 습도 조건에서 발효를 진행한다.
동방미인의 음용 방법은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열충포와 찬물을 붓고 냉장고에 놔두는 냉충포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열충포: 자사호나 개완에 5g 전후의 차를 넣고, 끓는 물을 약간 식힌 80~95℃의 수온으로 우려내며 투입량과 시간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 증감이 가능하다.
▲냉충포: 8g 정도의 차를 600cc 용기에 넣고 찬물을 부어 냉장 상태로 6~8시간 경과 후 음용한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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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에서 차향을 내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