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재 교수 ‘경영 3.0’] 이재명 공약 ‘서울대 10개 만들기’ 성공하려면…
“고등교육 관련 각종 규제 개선해야”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교육 공약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거론되고 있으며, 이를 추진하기 위해 여성 1호 거점 국립대 총장 출신인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에 임하고 있다. 이 공약의 핵심은 거점 국립대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 올려(2023년 기준 학생 1인당 거점 국립대 평균 2450만 원에서 서울대 교육비 6059만 원 수준으로 인상) 지방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받도록 하여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지금 9개의 거점 국립대학 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 대학은 17년 간 등록금 동결로 고등교육 재원이 부족하여 세계적인 교육 경쟁력 확보에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아래 <표 1>에서 보듯이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과 싱가포르 소재 대학들이 약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같은 공약과 관련된 최근 언론 내용을 살펴보면 ‘서울대 10개보다 서울대보다 5배 좋은 대학 하나 만들어야’, ‘서울대 10개 만들기 잘못하면 헛돈 쓴다’, ‘서울대 10개 만든다는 이재명 정부 넘어야 할 산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기대와 우려 공존’,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방 소멸 해법될까?’, ‘세계 무대에서 그저 그런 서울대 10개 만들기 보다는’ 등의 기사 제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내용을 정리해보면 서울대가 가진 국제경쟁력 위상의 하락, 실효성 있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필요성, 국립대 뿐만 아니라 사립대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 지역균형 발전과 효과적인 연구·산업 생태계 구축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필자는 현재 거점 국립대에서 일종의 COO(Chief Operation Officer 최고운영책임자) 역할인 사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경험을 살려 동 교육 공약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공약 실행 전 고등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규제를 제거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장기간에 걸친 정부 주도의 등록금 동결 및 상한제도, 발전기금 모집 및 활용 제한, 수입 대체 기관에서 발생한 수익금 활용 제한, 산단 및 창업 활성화를 통한 대학의 혁신 허브로의 성장 제한, 재정 운용 유연성 제한, 학과 신설·개편의 자율성 제한, 비시장주의에 근거한 비합리적 연봉 체계로 인한 우수 교원 유치 곤란, 교육·인사·예산 운영에 있어 자율성 제한 등 산적한 규제를 제거해야 한다. 대학들에게 어느 소속 정부 부처에 속할 것인지 선택 자율권을 주어 정부부처간 규제혁파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규제 혁신을 할 수 있는 좋은 방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둘째, 중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고등교육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전략인 ‘쌍일류 정책(세계 일류대학 + 세계 일류학과 정책)’의 우수한 점을 도입해야 한다. 백화점식 학과 운영으로 국제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현재의 거점 국립대학들에게 특성화를 요구해 1대학 1일류학과 혹은 2일류학과를 육성하도록 유도하여 국가재정 투입을 선택과 집중방식으로 운용해야 한다.
셋째, QS 세계대학 랭킹에서 아시아권 1위를 하고 있는 싱가포르국립대학(NUS)의 핵심 전략 및 제도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즉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넘어 궁극적으로는 ‘NUS 10개 만들기’로 목표를 잡아야 한다. NUS의 경우 단과대학 간 벽을 허물고 AI+Healthcare 등 다양한 융합교육 트랙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3년+1년 석사, 3년+2년 복수 학위 등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모듈형 수업 구성, 기업과 공동으로 석박사 과정(Industrial Postgraduate Program, IPP) 운영, 다양한 국적의 교수진 구성, 이사회(Board of Trustees) 중심의 책임 거버넌스 구조 운영, 대학 실행형 창업 인큐베이팅 시스템 등 혁신적인 모델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교육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넷째,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몇 개 학과를 제외하고 거점 국립대가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거점 국립대별로 학부를 특성화한 후 학부중심 대학으로 재편해야 한다. 그리고 서울 및 지방의 우수한 사립대들은 대학원 중심의 연구중심 대학을 지향하도록 국가에서 지원하는 동시에 등록금 인상 등 대학운용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4중 나선형 혁신 모델(Carayannis & Campbell, 2009)을 기반으로 대학-산업-정부-시민사회 등 4가지 핵심 축이 효과적인 협업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수요, 문화적 요소 그리고 환경적 가치 등이 반영된 지속가능한 교육혁신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예를 들면 9개 거점 국립대 중의 하나인 전남대의 경우 지역사회 수요가 반영된 AI+에너지 저감형 미래형 모빌리티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4중 나선형 교육혁신 모델을 진지하게 디자인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통해 교육경쟁력 향상, 국가 균형발전 등 현재 한국의 많은 난제들을 원만하고 슬기롭게 조속히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현재 <전남대학교 사무국장, 경영대 & 디지털서비스융합학과 교수, 지속가능 디자이너 (Sustainability Desig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