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가 광주 기업 체질 바꿀 것”
‘호남 창업 허브’ 운영 광주창경 하상용 센터장 입주기업·엑셀러레이터·VC 집결 ‘창업 메카’ 수도권 유출 막게 창업 전주기 맞춤 지원 확대 “AI 인재 육성 넘어 지식산업 체질 전환” 목표
광주 지역 창업기업을 위한 거대한 지원 시스템, 그리고 그 공간이 본격 가동됐다. 지난달 문을 연 빛고을창업스테이션 ‘스테이지(STA·G)’이다. “지역을 넘어 세계로”란 슬로건을 앞세운 ‘스테이지’의 등장에 지역 창업가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창업가는 번뜩이는 아이템이 있어도, 초기 투자를 받지 못해 창업을 중도 포기하는 등 매번 리스크에 직면해 왔다. 하지만 시제품비 지원부터 제품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투자를 전폭 지원하는 투자 전문기관이 ‘스테이지’에 다수 입주하며 창업 성공의 기틀을 더욱 단단히 세울 수 있게 됐다.
광주를 발판 삼아, 세계로의 도약을 꿈꾸는 창업가들만의 독무대 ‘스테이지’. 개별 기업 이윤 창출을 넘어, 제조업 기반 광주 경제를 신산업으로의 체질 변화를 꿈꾸는 ‘스테이지’의 역할과 미래 전망을 이 공간을 수탁 운영하는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하상용 대표이사에게 들어봤다.
지난달 19일 문 연 ‘스테이지’는 광주시가 광주역 유휴 부지(수화물 주차장) 약 3000평을 활용해 조성된 창업 종합플랫폼이다. 총사업비 350억 원을 들여 지상 5층, 연면적 8950㎡ 규모로 준공됐다.
광주 미래산업을 발굴하는 ‘광주형 창업밸리’ 구축이 목표다. 유니콘기업(비상장 스타트업) 등 예비창업기업의 창업부터 고도 성장, 세계 시장 진출까지 지원하는 이른바 ‘원스톱 창업 생태계’를 광주에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이같은 “‘스테이지’ 공간에서 태동한 수많은 창업기업이 미래 광주 경제의 신산업으로의 체질 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하상용 광주창경센터 대표는 내다봤다.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과 같은 ‘스테이지’는 그 이름에서부터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지역에 머물다+무대+글로벌’ 의미를 더한 이곳에는 입주기업뿐만 아니라 여러 투자기관이 함께 모여 있어 창업 전주기를 책임지게 된다.
“광주 먹을거리 제조업에서 지식산업으로”
‘스테이지’에는 올해 7월 기준 △입주 창업기업(인공지능(AI)·바이오 헬스·신재생에너지·스마트 모빌리티) 총 36개사 △자금, 멘토링, 사무공간 지원기관 엑셀러레이터(광주창경센터) △투자 지원기관(VC: 벤처캐피탈) △글로벌 진출 등 투자사 30개사가 입주해 있다. 창업기업만을 위한 사무공간도 41개실에 달한다. 이외에도 △입주기업 임직원과 방문객 네트워크 공간인 카페테리아 △IR(투자 설명회) 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코워킹스페이스 △임직원과 방문객이 향유 가능한 오픈라운지 2곳을 갖추고 있다.
하 대표는 “광주는 자동차와 가전이 주력인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 도시다. 만약 대기업이 기존 내연차를 버리고, 전기차를 대대적으로 생산하겠다고 하면, 기존 협력사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시대의 흐름에 맞춰 산업군도 변해야 한다. 광주 먹을거리를 이제는 제조업에서 지식산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스테이지가 창업기업의 성장 전주기를 책임져 유능한 창업가가 수도권으로의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창업의 보루’가 되길 고대했다.
하 대표는 “창업은 마치 농사와도 같다. 물을 아낌없이 주고, 수시로 관리해야 싹이 나는 것처럼, 초기 창업가에겐 투자 비용이 절실하다. 하지만 광주를 포함한 지역 창업가들은 싹을 틔우는 단계가 가장 취약하다”면서 “아이템이 좋아도 사업계획서만 있을 뿐, 눈에 보이는 매출도 없다 보니, 금융권에서 1~3억 원을 투자받기가 무척 어려운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일명 ‘데스밸리(초기 스타트업이 수익 창출 전 겪는 자본 부족 시기)’ 상황에 직면해 사업을 제대로 시작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크게 창업 단계를 4단계로 설명했다. △창업의 씨앗(아이템)을 뿌리는 ‘예비창업 단계(1단계)’ △싹(시제품)을 틔우는 ‘초기창업 단계(2단계)’ △열매를 맺는 ‘창업도약 단계(3단계)’ △시장에 상품(열매)을 팔아 지역 경제로 이윤을 재환원하는 ‘창업 고도화(4단계)’ 단계다.
이번 바탕 위에서 ‘스테이지’를 운영하는 광주창경센터는 검증된 기업을 유치하는 ‘창업 특별반’을 자임하고 있다. 최소한의 투자를 확약받은 기업 중에서 실제 경쟁력이 있는 기업을 선정하고, 투자 지원기관도 실제 지역 펀드를 운용한 투자사만 입주시키고 있다.
광주창경센터의 노하우가 축적돼 있기에 가능한 역량이다. 광주창경은 지난해까지 중소벤처기업부의 연구과제에 총 20개사를 추천했고 ‘창업 성장 기술개발 디딤돌 첫 걸음 사업’ 공모에 선정돼 102개 창업기업에 각 1억 2000만 원 초기 투자비를 지원했다.
AI 창업기업, 전체 입주사 60% 차지
광주창경센터의 이같은 역량이 발휘돼 ‘스테이지’에는 AI 창업기업들이 전체 입주사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2030년까지 인공지능(AI) 반도체 인재를 81만 명까지 육성하겠다는 광주시의 로드맵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제주 등 각지에서 역량있는 창업가들이 모여들어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세계 최고 전자 대회인 CES(세계 최대 규모의 ICT 융합 전시회)에서 최고기술혁신상을 받은 생체인증 보안기업 고스트패스(대표 이선관)와 카메라로 돼지 숫자를 자동으로 확인해 축산 농가 이윤을 높이는 인터플로우(대표 전광명) 등과 같은 유망 창업기업이 스테이지에 둥지를 튼 상황이다.
광주창경센터는 ‘스테이지’를 개별 기업의 성공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광주 경제를 살리는 거점으로 도약시킬 계획이다.
하 대표는 “입주기업들이 스테이지를 기반으로 창업 단계별에 맞는 맞춤 지원을 적재적소에 받게 되면, 이들이 창출한 이윤이 광주로 되돌아 오게 될 것”이라면서 “산업을 창출해 광주 경제의 체질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지’에는 창업기업뿐만 아니라 창업 고도화 단계에서 막대한 투자비를 지원하는 역할을 지닌 벤처캐피털 등이 입주해 있다”면서 “창업 역량이 밀집한 만큼 스테이지는 광주를 넘어 세계화로 뻗어 가는 대표 창업 허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오는 16일 퇴임하는 하상용 대표는 광주 향토 유통기업 빅마트 경영, 일간 광주드림·월간 전라도닷컴 창간, 사단법인 광주재능기부센터를 설립·운영했다. 또 예비창업가를 멘토링해온 창업 전문가로,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3·4대 대표를 역임했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