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인도 기후위기의 한가운데 있다

장애 특성 반영 위기 대응·예산 편성 시급

2025-07-15     강경식
강경식 장애인기후환경연대 상임대표

 올해 광주는 유난히 짧은 장마와 일찍 시작된 폭염으로 이미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기온, 이어지는 열대야, 예측할 수 없는 국지성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는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은 일반적인 재난 대응 체계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기 어렵다. 이동이 제한되는 중증장애인, 청각이나 시각 등의 감각 장애인, 혼자 대피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 등 다양한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위기 대응 매뉴얼은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냉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주거 환경, 정보 접근의 어려움, 돌봄 공백 등은 기후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을 더욱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예산과 정책은 장애인의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 예산 편성 시 장애 특성을 고려한 항목은 극히 드물고, 실질적인 현장 대책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단순히 ‘폭염 쉼터’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 휠체어 접근 가능 여부, 시청각 정보 제공, 돌봄 연계 체계까지 포함한 통합적이고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광주광역시를 포함한 각 지자체는 장애인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기후재난 상황에서 작동 가능한 장애인 맞춤형 위기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관련 예산을 구조화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는 장애 특성을 반영한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효성 있는 법제화와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우리모두에게 닥치지만, 그 피해는 평등하지 않다. 장애인도 시민이며, 기후정의의 대상이다.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생명이 위협받기 전에,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응답해야 할 때다.

  강경식 장애인기후환경연대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