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공백 메운 광주비엔날레…“30년 너머로”

‘창설 집행위원’ 윤범모 신임 대표 취임식 ‘세월오월’ 파장 당시 총괄 등 광주 인연 깊어 “앞으로 30년 위해 새로운 분기점 만들 것”

2025-07-22     유시연 기자
21일 광주비엔날레 제문헌 3층 컨퍼런스홀에서 윤범모 신임 대표이사의 취임식이 열렸다.

 광주비엔날레가 다시 한 번 전환점을 맞았다. 30년 전 광주비엔날레 창설 집행위원으로 참여했던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돌아와 새로운 도약의 출발선에 섰다.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직은 박양우 전 대표이사의 임기 만료와 대행이었던 이상갑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의 사임으로 공백이 6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온갖 소문과 논쟁이 일었던 만큼, 윤 신임 대표에게 쏠린 기대와 우려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올해부터 광주비엔날레재단으로 귀속된 디자인비엔날레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있고, 내년에 열릴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준비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인 만큼 윤 대표가 어떤 비전과 목표로 30년 너머 광주비엔날레를 운영해 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21일 광주비엔날레 제문헌 3층 컨퍼런스홀에서 윤 대표의 취임식이 진행됐다. 윤 대표는 지난 17일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회를 통해 선임됐으며, 지난 18일 강기정 광주시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아 이날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윤 대표는 민중미술 연구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미술사학자로, 다수의 비엔날레와 대형 전시 기획자로서의 경험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 대표 문화기관 운영 경험이 있는 점 등을 높이 평가받아 선임됐다.

 윤 대표는 광주비엔날레와 깊은 인연이 있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 창설 집행위원이자 특별전 큐레이터였던 그는 이번 취임을 통해 30년 만에 다시 ‘광주비엔날레’라는 무대에 서게 됐다.

지난해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전경.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특히 그는 지난 2014년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 기념 특별전 ‘달콤한 이슬, 1980 그 후’의 총괄 큐레이터를 맡은 바도 있다. 광주비엔날레의 큼지막한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작품이 당시 출품작이었다.

 ‘세월오월’은 그해 봄 있었던 세월호 참사와 5·18을 연결해 시민군과 오월어머니가 세월호를 들어 올려 아이들을 구조하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었지만, 그 양쪽으로 펼쳐지는 정치 현실을 풍자하는 그림 속 박근혜 전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부분을 정부가 문제 삼아 결국 전시하지 못했다.

 당시 윤 대표는 전시 총괄 책임자로서 해당 작품의 전시를 진행하고자 했지만 그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퇴했다. 당시 ‘세월오월’ 사건은 정부의 외압에 의한 예술창작 검열 시비로 확산하며 적잖은 사회적 파장을 남겼다.

 그 후 문재인 정부 시절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임명되며 중앙 무대에서 한국 현대미술계를 총괄했던 그는 윤석열 정부 들어 전임 정부 때 재임명한 ‘알박기 인사’라는 논란 등에 시달리다 임기를 남겨두고 사퇴했다.

 그는 당시 회고록을 통해 “미술관이 굳이 정권과 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새로운 정권은 미술관에 대해 핍박의 칼날을 들었다”며 윤 정권의 관장직 퇴진 압박이 있었음을 밝혔다.

 여러 논란과 권력의 외풍 속에 있었던 그는 이제 다시 광주로 돌아와 조직의 수장으로서 남은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8월 말 개막할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그 간의 공백 속에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고, 내년에 열릴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서도 새로운 예술 담론을 펼쳐내야 한다.

 윤 대표는 이날 취임사를 통해 “광주비엔날레가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 프로그램의 하나로 성장했는데 이젠 좀 더 굳건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며 “예술 담론 생산 기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난 3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30년을 내다보며 새로운 분기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표의 임기는 2025년 7월 18일부터 2028년 7월 17일까지 3년간이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