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마케팅 이야기] ‘연결의 전략’ 사람을 잇고 제품을 묶다
‘면도기-면도날’처럼 제품과 서비스 연결, 보완재로
1903년 미국의 면도용품 회사인 질레트(Gillette)는 면도날 교체형 면도기(Razor with Disposable Blades)를 출시하였다. 면도날을 일정 횟수 사용해 무디어지면 폐기하고 새로운 면도날로 교체하는 지금은 일상적인 제품이 되었다. 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면도기를 원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매우 저렴하게 판매하는 특이한 판매 방식을 도입한다. 우선 면도기 구매자를 많이 확보하고 나서 이들이 면도날을 반복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이 전략이 잘 알려져 있는 ‘면도기-면도날 전략’이다. 면도기의 역할을 하는 상품을 시장에 정착시킨 뒤, 면도날에 해당하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서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서 질레트는 세계적인 면도기 회사로 입지를 다지게 되었다. 질레트가 100년 이상 세계 면도기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로 경영학자들은 이 ‘면도기-면도날 전략‘을 꼽고 있다.
아마존의 ‘면도기-면도날 전략’
아마존 비즈니스를 잘 들여다 보면 여기에도 ‘면도기-면도날 전략’을 활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북(eBook) 리더인 킨들(Kindle)이다. 단말기 역할을 하는 킨들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대중화한 뒤, 이북(eBook) 같은 컨텐츠로 이익을 남긴다. 이북 같은 컨텐츠는 구매가 매우 쉽게 때문에 단말기만 잘 보급해도 컨텐츠를 통해서 꾸준한 수익을 남길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이라고 하는 서비스도 ‘면도기-면도날 전략’을 디지털 시대에 절묘하게 적용하고 있다. 처음 미국에 아마존 프라임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연간 $79를 지불하면 이틀안에 모두 무료로 배달이 되었다. 아마도 현명한 소비자라면 향후 아마존에서 상품을 구매해서 1년 내에 배달비가 $79를 초과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우에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할 것이다. 그리고 일단 프라임에 가입하면 계속해서 아마존에서 구매하게 된다. 많이 구매하면 구매할수록 배달비가 절감되는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아마존 프라임이 면도기이고, 아마존 전자상거래에서 구매하는 상품이 면도날의 역할을 한다.
아마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아마존 프라임에 비디오 서비스를 추가했다. 아마존 스튜디오가 제작한 오리지널 컨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려고 할 때, 비용 대비 혜택에 대한 이성적인 계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의 원래 서비스인 무료배송, 거기에 추가된 비디오 서비스, 특히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볼 수 없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소비자를 끌어들이면서 한 번 가입하면 지속적으로 회원 자격을 유지하면서 상품 구매 빈도를 늘려 나간다. 이처럼 아마존의 전략에는 서비스 간의 보완성을 기반으로 하는 ‘면도기-면도날 전략’이 절묘하게 숨겨져 있다.
네트워크 효과 (Network effect)
아마존의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이는 더 많은 사용자(판매자와 소비자)가 플랫폼에 참여하고 상호작용할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화기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는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큰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당신이 전화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아무도 전화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 전화기는 아무런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전화망에 가입하면서, 전화기의 가치는 커졌다. 초기 페이스북이 활성화되려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많은 사람이 가입하게 되면, 사람들은 ‘나도 가입해야 한다’는 밴드왜건 효과를 만들어낸다. 친구들이 모두 있는 페이스북에 가입하고 싶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다.
아마존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양면 시장(Two-sided Marketplace)이다. 두 집단은 각각 아마존과는 직접 연결되어 있고, 서로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판매자의 브랜드가 아마존 플랫폼에 제품을 추가할 때마다 아마존은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게 되어 소비자에게 더 많은 구매 동기를 부여한다. 반대로 새로운 소비자가 유입될수록 판매자들에게는 이 플랫폼이 더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인다. 이렇게 판매자와 소비자는 아마존 플랫폼의 효용성과 가치를 함께 키워간다. 두 집단이 모두 성장할수록 아마존은 더욱 강력해지고 경쟁사들이 넘보기 어려운 플랫폼이 된다. 아마존이 향유하고 있는 네트워크 효과는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여 플랫폼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경쟁자들이 이를 모방하거나 따라잡기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디지털 시대의 경쟁 우위: 연결의 힘
전통적으로 비즈니스의 경쟁 우위는 낮은 비용(Low Cost)과 차별화(Differentiation),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브랜드 파워 (Strong Brand)에 기반한다. 이러한 이점들은 기업이 더 낮은 가격을 제공하거나,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거나,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를 구축함으로써 더 높은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전통적인 방법의 경쟁 우위 전략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품간 그리고 사람간 연결을 해야 한다. ‘면도기-면도날’ 전략처럼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해서 서로 보완재가 되게 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사람들을 (판매자 및 소비자)를 연결해서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판매자에게는 신규 고객 획득 비용(Acquisition Cost)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소비에게는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 높아지면서 쉽게 이탈하지 않게 된다.
디지털 시대는 초연결 시대이다. 연결의 전략을 활용하라. 아마존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상품, 서비스를 묶는 전략과 사람들을 잇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사하여 소비자의 생활에 밀접하게 관여하는 자신만의 에코시스템을 만들어서 승자 독식하는 체제를 구축하였다.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