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삶의 날개 하늘다람쥐

[동물과 삶]

2025-08-01     최종욱
하늘다람쥐.

 새처럼 직접 하늘을 날고 싶은 꿈, 오랜 인간의 소망이다. 이카로스는 새의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붙여 만든 날개를 이용하여 천상으로 날아오르려다 태양의 열기로 인해 그만 떨어져 죽고 말았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인간의 이 무모한 도전은 끝없이 시행착오를 거듭한 후 마침내 비행기를 발명했다. 인간의 위대함이란 이런 좌절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라 할 수 있고 걔 중의 옹졸한 신은 그렇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지 않는 인간을 어쩌면 매우 싫어할 수도 있다.

 동물들에게 이 나는 능력은 다른 무엇보다 강력하다. 특히 나무 위나 그런 높은 곳에 사는 녀석들은 날 수만 있다면 평생 최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나무를 정거장 삼아 여기저기 천적을 피해 달아날 수 있고 안전한 터전에 엄청난 삶의 영역까지 확보할 수 있다. 소위 말해 제공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는 물론 새이다. 그리고 박쥐와 나는 곤충들이 그 뒤를 잇는다. 그런데 이 아성에 인간마저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을 오직 자기만의 힘을 통해 정복하려는 녀석들이 꽤 있으니 날개구리, 날뱀, 슈가글라이더(유대하늘다람쥐)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바로 우리의 소중한 하늘다람쥐이다.

 일단 하늘다람쥐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이 이름은 아마 시인을 꿈꾸는 어느 생물학자가 지은 게 아닐까 할 만큼 시적이고 낭만적이다. 하늘타리, 하늘수박, 하늘나리같이 하늘이 붙은 애들은 주로 날아갈 듯 가볍거나 하늘에 떠 있거나 하늘로 날기를 갈망하는 것들을 지칭한다. 그래서인지 하늘다람쥐가 나는 법은 완벽한 새들보다 많이 번거롭다. 일단 높은 나무 위로 최대한 기어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나무 위에서 추락(점프)하면서 동시에 앞발과 뒷발 사이의 날개(비막 혹은 익막)를 펼친다. 그럼 비록 아래를 향하지만, 어느 정도 수평으로 빠르게 날아갈 수 있다. 추락하는 가속도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까마득한 나무 아래로 뛰어내릴 용기가 없다면 비행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하던가? 아무튼 이렇게 더 낮은 곳으로 더 낮은 나무로 여러 번 비행 후 결국은 다시 땅에 착륙한다. 보통 한번 나는 거리가 7~8m에서 20~30m가 되기도 한다. 날개를 가진 이들에게 하늘은 자유지만 땅 위는 그것이 오히려 걸림막이 되어 얼른 주변 나무를 찾아 올라가야 한다. 나무가 빼곡하고 침엽수와 활엽수가 잘 섞여 있는 산이라면 하늘다람쥐는 배변을 해결하기 위해 내려오는 잠깐 빼곤 거의 내려올 필요가 없다.

하늘다람쥐.

 이런 식의 나는 기법은 거미도 쓰는 방식이다. 거미는 가벼운 거미줄을 뿜고 계속 공중에 날려 그 거미줄이 가장 가까운 물체에 붙으면 스파이더맨처럼 그걸 타고 날아가서 처음 출발한 곳과 거미줄이 닿은 곳을 단단히 이어 붙인다. 그렇게 안전하고 효율적인 하늘다리를 완성한다. 하늘다람쥐는 비록 거미줄은 없지만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안전한 하늘길을 만든다. 공중정원은 바로 그들이 가장 먼저 창조한 것이다. 인간은 땅 위만 보고 걷다가 이들 조금씩 나는 동물들을 보고 이제 겨우 나무 위 공중정원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길을 통해 하늘다람쥐뿐만 아니라 수많은 보이지 않던 동물들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동물들에게 꼭 희소식만은 아니지만, 인간에게 어느 정도 속내를 보여주면 인간은 단순해서 보는 만큼만 알고 아는 만큼만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뜻밖의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하늘다람쥐 역시도 최근 관심을 통해 천연기념물 328호와 멸종위기동물 Ⅱ급의 높은 보호 지위를 받았다. 하늘다람쥐는 생김새도 무척 뛰어나다. 야행성 동물이라 눈이 왕눈이이고 설치류라고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귀여운 외모와 깨끗하고 긴 외투를 걸치고 있다. 처음 보면 마치 조그만 강아지를 대하듯 심쿵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이들은 함부로 만지면 굉장히 고함을 지르고 물기를 주저하지 않으니 부디 조심해야 한다. 어렸을 적부터 키우면 반려동물로도 손색이 없다고 하지만 이들은 엄연히 직접 키우면 안 되는 위기의 야생동물이다. 이들은 생각보다 많이 존재하지만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봄 번식 철에 나무 구멍에서 새끼를 돌보다 갑자기 나무를 베어버리면 새끼와 함께 대여섯 마리가 한꺼번에 함께 벌목되어 버린다. 나무는 움직이지 못하지만, 그 대신 자기 안에 움직이는 무수한 생명체들을 품고 산다. 그러니 나무를 베기 전에 노크라도 한번 해 보자.

 최종욱 <수의사>

 ▲하늘다람쥐 (Siberian Flying Squirrel, 날다라미, 묘향산날다라미)

 -학명: Pteromys volans(한국 특산 아종인 하늘다람쥐(P.v.aluco)는 희귀종)

 -분류: 척삭동물 > 포유강 > 설치목 > 다람쥐과 > 대륙하늘다람쥐 > 4아종 중 하나

 -크기: 몸길이 : 146~163mm, 몸무게 80~120g, 꼬리 100~ 120mm

 -식성: 저녁에 나와 나무의 열매·싹·잎, 곤충 등을 먹음

 -수명: 평균 10~15년

 -서식지: 한국·시베리아·바이칼호·만주 등지, 상수리나무와 잣나무의 혼성림 또는 잣나무 숲에서 단독 또는 2마리 생활

 -번식: 4∼10월에 한배에 3∼6마리의 새끼를 낳아 70일 이상 보호 후 독립

 -천적: 담비, 올빼미, 부엉이, 고양이 등

 -멸종위기등급: 관심대상(LC : Least Concern, 출처 : IUCN), 천연기념물 32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