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제도 최고봉, 특급조망
[김희순의 호남의 명산] 자은도 두봉산(363.8m) 자은도의 진면모 볼 수 있는 바위 전망대
신안 자은도(慈恩島)에 들어서면 ‘천사의 섬’이라는 글귀가 눈에 자주 보인다. 신안군에는 크고 작은 섬이 1,004개 있다. 그래서 천사의 섬이다. 총연장 7.3km의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2019년 4월에 개통되었다. 예전에 1시간 넘게 걸리던 뱃길이 자동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게 된지 오래다. 천사대교는 우리나라에서 건설된 교량 중 영종대교, 인천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4번째로 긴 해상교량이다. 천사대교를 건너면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4개의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하나의 섬이 되었고, 최근에 장산도와 자라도를 연결하는 연도교가 착공되었다. 이 섬들을 연결하면 다이아몬드 형태가 되기에 다이아몬드제도라고 부른다.
다이아몬드제도의 맏형격인 자은도는 앞마당에서 공을 차면 바다로 빠지는 그런 곳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13번째로 큰 섬이다. 내륙에 들어온 느낌이며 주민 대다수가 논농사와 밭농사를 주업으로 한다. 변변한 횟집 하나 없는 이유도 그런 연유다. 자은도는 리아시스식 해안으로 이루어져 풍광이 좋다. 해송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모래가 특징인 9개의 해수욕장은 완만한 수심, 수백년 된 노송이 어우러진 해수욕장으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지원 나왔던 명나라 이여송 휘하의 군사 두사춘(斗四春)이 반역자로 몰려 이곳으로 피신했다고 한다. 주민들의 보살핌과 후한 인심에 감사해하며 그의 후손들에게 은혜를 잊지 말라고 하여 자은도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두봉산은 뱃길들의 등대 역할
신안 관광의 핵심에 자은도가 있고 그 중심에 두봉산(斗峯山)이 있다. 두봉산은 나주군도 최고봉답게 먼바다로 가는 항로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삼각뿔처럼 우뚝 솟은 모양새는 미인의 목처럼 도도하고 꼿꼿하지만 알고 보면 한없이 부드러운 산이다. 두봉산 정상부 일대는 온통 바윗덩이다. 석수장이가 정으로 쪼갠 것 같은 사질 통바위다. 건너편에 있는 암태도 승봉산(355.5m)이 화강암바위로 봉긋봉긋하게 솟아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바닷가 산이 그렇듯 조망만큼은 황홀할 지경이다. 사방이 섬으로 둘러싸여 있어 남도 섬의 몽환적인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들머리는 자은중학교와 구영리(舊營里)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꽃길봉에서 합류한다. 구영리는 지금은 흔적조차 없지만 조선시대에 군마를 기르고 병사를 훈련하던 군영이 있던 곳이다. 자은중학교 안쪽에서 오른쪽 언덕에 올라서면 실질적인 산행이 시작한다. 임도를 만나면 무선기지국까지는 0.4km 완만한 오름길이다. 주민들이 꽃길봉(124m)이라고 부르는 이곳부터 잡목숲과 침목 계단을 20여 분을 바짝 오른다. 이후로는 거의 수평에 가까운 능선길이다. 성제봉은 봉화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는 곳으로 현재는 팔각정 쉼터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려 3km에 달하는 둔장해수욕장 전경을 보고 있으면 한 마리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문턱바위부터 시원한 조망과 암릉 시작
‘정상 1.9km’ 이정표 방향 따라 잠시 고도가 떨어지다가 기복이 거의 없는 오솔길 수준의 등로가 시작된다. 방금 싸리비로 치운 것처럼 잘 닦인 길이다. 숲이 울창해서 햇볕 한 점 없을 정도다. 대나무와 소사나무, 서어나무,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며 대율재까지 20여 분 이어진다. 대율재는 면사무소에서 성재봉 거치지 않고 20여 분이면 올라올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 제대로 된 바다 조망 풍경은 문턱바위에서 부터다. 드넓은 농경지와 바다는 섬 풍경이 아니라 농촌 풍경을 보는듯하다.
암릉이 점차 거칠어지기 시작할 즈음 기운차게 솟아있는 수십 길 낭떠러지 암벽이 시작된다. 위험한 곳은 철계단과 난간이 설치되어있어 안전 산행을 돕는다. 벌거벗은 암릉 사이로 노란색 원추리가 지천이다. 어느 곳이든 카메라 앵글을 맞추면 시원한 장면을 담을 수 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은 북쪽으로 증도, 임자도의 남쪽으로는 비금도의 풍경이 부챗살처럼 펼쳐있지만
서쪽 바다는 작은 무인도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망망대해다. 일행들은 ‘자연이 아니라면 이보다 더 아름답게 그릴 수 없는 풍경’ 이라 감탄한다.
정상에는 커다란 정상석과 삼각점이 전부다. 잡목에 의해 시야가 가리지만,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다이아몬드제도가 자랑하는 명품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금도 선왕산, 도초도 큰산을 비롯해 암태도 승봉산, 이순신 장군이 지형을 살피기 위해 수차례 올랐다는 팔금도 선학산 등 다도해 섬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뿌려진 풍광이다.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정상에서 두 갈래의 하산길이 있는데 원점회귀하려면 동쪽 유천리 방향보다는, 남쪽 도명사 방향을 많이 이용한다.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심하고 암릉의 연속이다. 부스러진 잡석으로 인해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시야가 완전히 개방되어 있어 고도감이 상당하다. 철난간이 곳곳에 설치되어있어 짜릿함은 떨어지지만 수월하게 내려올 수 있다.
6부 능선 아래로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난대성식물이 울창하고 키작은 소나무숲을 20분 정도 지나면 아담한 사찰 도명사다. 절 입구에서 왼쪽으로 가면 상수원저수지가 있는 유천리 방면이고 우측으로 가면 구영리다. 콘크리트포장로를 따라 30분 구불구불 걷는다. 대파밭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한때는 자은도 땅콩으로 유명하던 것이 이제는 대파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산행길잡이
자은중학교-무선탑-성재봉-암릉지대-정상-암릉지대-도명사- 임도-자은중학교(7km 3시30분)
▲볼거리
자은도는 분계해변과 백길해변이 대표적인 해수욕장이다. 특히, 아담한 분계해수욕장은 응암산(127m)과 해넘이길 연계 트레킹이 가능하고 200여년 된 노송 80여 그루가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그중에 미인송은 늘씬한 미인이 물구나무 하고 있는듯한 모습이 이채롭다.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