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악 포커스]국토 서남권에 필요한 ‘눈’
14일 오후 한국기자협회 누리집 메인화면에 광주전남기자협회 소속 언론사들의 낮은 임금을 둘러싼 내부 상황을 짚은 기획기사가 떴다.
‘(기자)월급 200만 원대…광주전남 언론사 사주들, 처우 개선 뒷짐’이란 제하의 기사 파장은 만만찮을 것 같다. 저임금 구조와 복지 등으로 괜찮은 기자들이 조직을 떠나거나 반대로 인재들이 들어오지 않는 결과를 낳고, 이는 퀄리티가 떨어지는 기사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실렸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기자들이 출입처에서 본연의 언론 기능을 하기보다 예속되는 행태를 보일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다시 말해 보도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 같은 자료를 볼 줄 아는 시각도 여의치 않아 비판적 기능이 자연스럽게 줄고 사라지는 것이다.
호남권이 변하고 있는 시기, 정치권과 행정기관 종사자만이 아니라 이들과 한 축을 구성하는 언론 종사자도 변해야 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다. 건전한 비판마저 감추기 일쑤고 종속적, 일당 지배적 지역사회 특성상 사회적 공기의 깨어남이 필수적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기자의 자화자찬인 것 같아 먼저 송구함을 밝히고 얘기를 시작한다.
지난해 상반기 전남도가 특별자치도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해 기자는 의아해했다. 아무런 사전 예고가 있지 않았고, 언론 브리핑이 없는 상황에서 전남 국회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특자도 이슈가 갑자기 부상했다.
당시 도청에서의 모임은 전남도가 특자도 추진을 설명하고 특별법 제정과 국회 통과를 도와달라는 게 요지였다. 이에 참석 의원들은 동의했으며 곧 얼마 안 있어 특별법안을 발의해 모두 참여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번쯤 견제와 비판의 시선을 보낼 위치에 있는 도의회, 지역 언론은 침묵했다. 오히려 이를 비판 없이 수용했다.(기자는 지난해 5월 본란에서 ‘특자도 약인가, 독인가’란 제하의 글을 올린 바 있고, 쭉 모니터링하며 관련 기사를 썼다.)
기자가 지금 말하는 것은 특자도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특자도 추진은 윤석열 정부에서 시작된 것이고, 지금의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5개 초광역권과 3개 특자도) 국정 플랜이 나오지 않는 상태이므로 정상참작해야 한다.
특자도는 전남의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로부터 자치권을 대폭 이양받아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고육책으로 볼 수 있으며 꽤 장점이 많다고 여긴다.
다만 전남이 전남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란 점이 문제다. 전남도가 특자도를 추진할 경우 같은 가족인 광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따져봐야 하고, 특히 전라북도가 이미 특자도로 출범해 전남도마저 그 길을 가면 광주는 외로운 섬처럼 남게 된다.
수도권 일극을 막기 위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 정책은 사실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미 광주·전남이 행정통합을 추진한 전례가 있으며 메가시티 등 여러 형태의 초광역사업 전개도 있다.
지방 권한을 확대하고 재정을 튼튼히 하는 것이 전남 단독으로 봐선 합당할 수 있으나 전국적으로 지방 권역을 나눠 발전을 꾀하는 중앙정부 입장에선 전남과 광주가 함께 가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지금 국가전략상 5극 3특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광역행정, 지방자치, 행정기관 추진 정책을 포괄적으로 볼 안목이 절실하나 불행히도 광주와 전남에선 최소한 표면상 그러지 못했다. 설령 비판하려고 해도 용기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아무튼 특자도 정책에 대해 ‘태클’을 걸고넘어진 지역 언론과 단체는 거의 전무했다.
이제 전남도는 정권교체 이후 새 정부의 지방 활성화 정책에 따라 특자도 추진을 중단하게 됐다. 이미 광주와 함께하는 특별지자체 구성에 관해 논의를 시작했고 27일 이를 공개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지금까지 상기의 내용은 호남, 특히 광주·전남이 발전하기 위해선 지역사회가 제자리에서 제기능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 나왔다.
어느 한쪽을 매도하거나 비난하기 위함이라기보다 이재명 정부란 새로운 기회를 맞아 서남권이 발전하려면 지역기관 모두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국토 서남권은 ‘전라도적 정치양식’(강력한 중앙집권적, 1인 체제적 특성)이 강하다. 우리 사회가 철권통치로 어려울 때는 이런 대응 기법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시대적 전환기, 치세의 시기엔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비판할 수 있는 눈이 강해져야 한다.
그 눈은 지역민 안위를 책임지는 행정기관 자체가 키울 수도 있고, 이를 견제하는 의회와 언론이 더 매섭게 가질 수도 있다. 물론 지역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시민사회단체와 깨어 있는 시민의 몫도 빼놓을 수 없다. 어느 한쪽 아니라 모두 바뀌어야 한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