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꼬집기] ‘대지급금’ 취지 맞춰 임금 체불 조사해야

2025-08-18     이연주
이연주 광주노동권익센터 공인노무사

 편의점에서 방학 기간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 A 군은 주휴수당을 아예 받지 못했다. 노동청 진정 접수를 했지만, 사업주는 여유 자금이 없다면서 지급을 거부했다.

 B 씨는 2년 동안 일한 식당에서 퇴사했는데도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단시간 노동자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노동청에 진정 접수를 했지만, 사업주는 끝까지 B 씨가 주장하는 퇴직금 청구 금액을 인정하지 않았다.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노동청 진정 접수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지만, 현실은 A 군과 B 씨처럼 노동청에서도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노동청의 근로감독관은 사법경찰관으로 사업주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 처벌을 하는 기관이지, 사업주가 지급하지 않은 임금을 대신 지급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청에 가서도 결국 사업주가 체불된 임금을 줘야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체불 임금을 노동청의 근로감독관이 확정하고 사업주에게 지급 명령을 했는데도, 사업주가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급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밀린 임금은 받지 못한다.

 그러면 이때 노동자는 ‘대지급금 제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대지급금 제도는 사업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일정한 기간 내에 미지급 임금을 청구할 때 국가에서 일정 범위 내에서 사업주를 대신해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노동청에 진정-체불 임금 규모 확정

 대지급금 제도는 간이대지급금 제도와 도산대지급금 제도로 나뉜다. 도산대지급금은 사업장이 도산돼야 신청할 수 있다. 법원에 의한 파산 선고를 받든지, 아니면 노동청을 통한 사실상 도산 인정을 받아야 한다. 두가지 방법 모두 신청 절차와 조건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사업장은 계속 운영하고 있는데도 사업주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발생한 임금 체불이라면, 간이대지급금 제도를 이용해야 한다. 간이대지급금 제도가 도산대지급금 제도에 비하여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더욱 많이 이용된다. 그렇지만 간이대지급금 제도 또한 노동자의 신청 시점과 신청 대상 사업장의 운영 기간을 잘 확인해야 한다.

 신청 노동자는 퇴직 또는 마지막 임금 체불일로부터 1년 이내에 진정 접수를 하거나, 2년 이내에 소송 제기 또는 지급명령 신청을 접수해야 한다. 신청 사업장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1명 이상인 상태로 6개월 이상 사업장을 운영했을 때 지급 대상이 된다. 나는 3개월밖에 일을 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입사하기 전에 직원이 한 명이라도 있었던 상태로 3개월 이상 운영했으면 가능하다.

 간이대지급금은 도산대지급금에 비해 신청 조건이 간단하지만, 그만큼 보상하는 금액은 더 적다. 퇴직 전 최종 3개월 체불 임금 700만 원, 최종 3년분 퇴직금 700만 원, 총 1000만 원 한도 내에서만 지급하고 있다.

 간이대지급금을 지급받기 위해서 노동자는 우선 사업장 관할 노동청에 진정 접수를 한다. 노동청 조사를 거쳐서 노동자의 체불 임금이 얼마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서 체불 임금이 확정된다면 근로감독관이 체불 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이하, 확인서)를 발급해 줄 것이다.

 기존에는 확인서를 토대로 법원의 확정 판결이 추가로 필요했는데, 21년 10월부터는 확인서만 가지고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하면 바로 간이대지급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노동청에서 조사만 거치면 간단하게 체불액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바뀐 것이다.

 노동청 확인서서 끝나지 않고 소송 직면도

 다만, 이런 제도 변경의 취지와 무색하게 시간이 흐를수록 수급 조건은 다시 까다로워지고 있다. 노동청에서 확인서를 간이대지급금 신청용과 소송 제기용으로 구분해 발급해주기 때문이다. 전자는 간단하게 근로복지공단을 통해서 대지급금을 받을 수 있으나, 후자는 이것을 가지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 가서 소송을 제기해 확정판결을 받아야 근로복지공단에 접수할 수 있다. 전자에 비해 짧게는 한달에서 길게는 무한정으로 시간이 추가된다.

 특히 B 씨와 같이 사업주와 노동자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대부분 소송 제기용으로 확인서가 발급된다. 그래서 대지급금 제도 활용을 조건으로 진정 조사에 협조하면서 노동청 진정을 취하하도록 종용하는 사업주도 일부 있다.

 대지급금으로 지급한 임금 채권을 국가가 사업주에게 회수하는 것이 쉽지 않고, 부정수급을 하는 사례가 늘어 고용노동부 자체적으로 조건을 강화한 것이다. 실제로 대지급금 채권 회수율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체당금 제도에서 대지급금 제도로 변경된 취지에 맞춰 노동자의 임금 체불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확인해 더욱 많은 노동자들이 못 받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임금 체불로 고통받고 있는 자는 광주노동권익센터(☎1588-0620)를 통해서 언제든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연락주시라.

 이연주 광주노동권익센터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