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5분의 어둠, 기후위기를 밝히다”

22일 ‘에너지의 날’ 소등·냉방기기 조정 등 권장 폭염·폭우 겹친 광주, 절약 넘어 ‘안전’의 메시지 “티끌 모아 태산, 작은 실천 기후 행동으로”

2025-08-20     박현아 기자
지난 2023년 에너지의 날 소등행사에 참여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경.

 22일 밤 9시, 광주 시내 곳곳의 불빛이 5분간 꺼진다. 일부 청사와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과 상가, 시민들도 소등 캠페인에 동참한다. 해마다 이어지는 ‘에너지의 날’의 상징적 장면이다. 특히 기록적인 폭염과 국지성 폭우를 겪은 올해 광주에서는 그 의미가 더 무겁게 다가온다.

 올여름 광주가 마주한 기후재난은 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님을 증명했다. 단 5분 소등과 한 시간의 냉방 조정은 작은 행동이지만, “기후위기 대응의 출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한 절약을 넘어 ‘안전’과 ‘기후 행동’으로 확장되는 이유다.

 19일 에너지시민연대에 따르면, 오는 22일은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에너지의 날’이다. 이날에는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냉방기기 운행을 멈추고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밤 9시부터 5분간은 소등에 동참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에너지의 날’은 지난 2003년 8월 22일 국내 전력소비가 역대 최대치(4만 7385MW)를 기록한 것을 계기로 제정됐다. 당시 전력 수급 불안에 대한 경각심 속에 시민사회가 ‘작은 실천으로 전력 피크를 낮추자’며 행동에 나선 것이 출발점이다. 이후 매년 이날을 맞아 전국적으로 밤 9시 5분간 소등, 오후 2시부터 1시간 냉방온도 2도 높이기 등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광주에서도 매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참여해왔으며, 시민단체와 기업들이 소등 캠페인과 홍보 활동을 이어왔다. ‘불을 끄고 별을 켜다’라는 구호 아래, 한여름 밤 도심이 잠시 어둠에 잠기고 대신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는 상징적 장면은 에너지의 날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올여름 광주는 예년보다 더 뜨거운 폭염과 잦은 국지성 폭우로 몸살을 앓았다. 낮 최고 35도를 웃도는 날이 이어지면서 냉방 수요는 급증했고, 연이은 집중호우로 배수와 복구에 필요한 전력 사용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제 에너지 절약은 불편을 감내하는 차원이 아니라, 전력망 붕괴와 재난 위험을 줄이는 ‘안전’의 언어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주지역 일부 기관들은 에너지의 날을 맞아 건물 조명을 끄고, 실내 적정온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교육청은 22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청사 건강온도 26~28℃ 지키기 및 오후 9시부터 5분 동안은 청사 내·외부를 소등할 계획이다. 광주신세계도 에너지의 날을 맞아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실시한다.

 실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매년 전국적으로 수천 개의 건물과 수만 세대가 소등에 참여하면서 일시적 전력수요가 수십만 kW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된다. 단 5분의 행동이 전력 피크를 낮추고, 수백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셈이다.

 실제로 2023년 전국 129만 명이 참여해, 약 51만 kWh의 전력을 절감했다. 지난해에는 54만 kWh를 아껴, 이는 4인 가구 약 4700만 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민간 기업들도 사내 냉방온도 조정과 대형 전광판 소등 등에 동참할 예정이다. 시민들에게는 가정에서 불필요한 조명 소등, 대기전력 차단, 냉방온도 조정 등의 실천이 권장된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의 날 하루 만의 이벤트로 끝나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실천을 계기로, 일상 속에서 습관화하자는 것이다.

 김광훈 광주에너지파크 해담마루 센터장은 “지난해 기준 5분간 소등했을 때, 핵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력의 절반가량을 아낄 수 있었다”며 “잠깐의 소등으로도 이만큼의 전력 절감 효과가 있는 만큼, 전 국민이 함께 실천한다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행동이 계기가 돼 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몸에 밴 습관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며 “작은 실천이 모여 ‘티끌 모아 태산’이 되듯, 냉방을 잠시 줄이거나 불필요한 조명을 끄는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 탄소배출 감축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또 “입추가 지났음에도 폭염경보가 발효되는 현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나부터 에너지 절약을 실천한다면 기후재난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