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악 포커스]‘호남세계정치포럼’ 준비하자
국내 공영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전국 시골, 특히 전남 시군읍 단위를 돌며 생활상을 소개하곤 하는데, 이중적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개그맨 등을 동원해 시골 곳곳 인심과 정서, 먹거리를 전달하는 측면은 좋기는 하나 관심 둘 데가 없어 찾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왈칵 불쾌할 때가 있다.
다시 말해 대도심 고층 빌딩 사이로 분주히 움직이는 현대적 삶의 뒷무대에 자리 잡은 농산어촌의 풍경을 도시민의 위안거리로 삼는 것 같아서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의 콘텐츠도 변화상을 맞는 시기가 왔다. 농산어촌의 골목에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는 것이다.
햇빛(태양광)·바람(해상풍력)연금을 기본소득으로 하는 제2의 새마을운동 형태랄까, 살만한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의 전폭 지원을 받아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미래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때다.
RE100 국가산단과 인공지능(AI) 슈퍼클러스터 조성 등은 이제 이런 산간벽지에도 일상언어가 돼가고 있다. 미래 집단지성이 찾아갈 곳은 풍부한 에너지 환경과 문화와 풍류를 아는 남도, 서남권일 수밖에 없다.
이곳이 그간 경제적으로 척박한 풍토에서 의(義)의 분기탱천으로 불량한 자들로부터 국가를 구했다는 것은 진부한 언어가 될 정도 회자된다.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킨 자리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약무호남 시무국가’에 대한 답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호남에 대한 대우를 해줬으면 한다.
서남권은 근현대사의 굴곡에서 많은 일을 해냈고, 그것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게 노벨평화상과 노벨문학상이다. 잘 나가는 수도권도 아니요, 어떤 면에서 패권적 형태를 보이는 영남권도 아닌, 저녁 시간대 내고장을 찾아다니는 TV 프로그램 단골소재 서남권 지역 출신들이 수상한 것이다.
그 레거시(유산)를 잘 받아 DJ의 경우 노벨평화상기념관을 비롯해 국제회의와 기념행사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강 작가의 경우 문학박람회 개최(전남)와 태어난 터를 중심으로 한 기념장소 오픈(광주)이 각각 충분한 예산과 아이디어 부족으로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울 뿐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잇따라 배출시킨 곳을 상품화하는 방법의 더딤은 이곳이 ‘디테일을 요하는 비즈니스 부족’현상을 겪는 지역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것 같다.
이제 종합전략을 다시 짜자.
오는 27일 광주시와 전남도가 나주시청에서 특별자치단체 구성을 위한 선포식을 열고 광역행정 업무 영역을 지역민에게 알린다. 광역교통과 환경, 관광 등의 분야에서 힘을 합치는 데 반드시 이를 논의할 때 서남권 노벨지역 위상을 드높일 방안을 찾아주길 바란다.
한 가지 더 준비하자. 정부와 여당이 표시나게 호남을 챙겨준다고 할 때 상전벽해의 눈부신 발전을 기하면서 정신적 패권을 거머쥘 방략을 내놓자는 것이다.
한국이 지금 극단적 이데올로기 분열로 치닫고 있는 양상과 유럽의 극우, 파시즘적 사회상이 비교되고 있는 때에 연금술로 새롭게 꽃피워낼 세계적 장을 펼쳐 보이자는 것이다.
메가톤급 세계 정치행사를 이곳 호남에서, 서남권에서 열어 해외 석학, 각국 정상급 지도자 등을 초청, 국제정치, 국제질서를 논하는 ‘호남세계정치포럼’을 띄우자는 것이다.
영역을 넓혀 기후변화 대응 전문가, 국제 인권기구 관계자들도 노벨지역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고 이곳에서 구국의 의(義) 정신을 배워가도록 준비해보자는 것이다.
세계의 유수 언론이 대한민국 서남권을 주목할 것이며 속속 집결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이 스위스 ‘다보스포럼’이라면 세계정치포럼은 ‘호남세계정치포럼’이라고 할 정도로 큰마음을 먹고 추진하자.
이 과정은 호남의 철도, 공항, 도로 등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견인차 구실을 톡톡히 할 것이며 정치와 경제뿐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이 동시에 빛나는 가슴 벅찬 계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호남세계정치포럼을 한시적으로가 아니라 릴레이 연중행사로 기획해 국제회의가 이어지고 문화예술행사, 박람회가 풍성한 서남권으로 만들어가 보자.
이재명 정부와 정청래 당 대표가 민주화의 숭고한 정신과 희생에 대해 보상해주고, 호남이 이를 받을 것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고 본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