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추억에 행복을 그리다”

[청년 잇소] (20) 모이다극단 이성인 씨

2025-09-03     광주청년센터 교류협력팀
모이다극단 이성인 씨.

 ‘청년 잇소’ 스무 번째 주인공은 ‘모이다극단’의 이성인 님입니다.

 -안녕하세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남부2본부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동시에 ‘모이다 극단’에서 ‘다이’로 활동하고 있는 이성인입니다. 어릴 적부터 아이들과 함께 놀고 챙겨주는 걸 좋아해서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남자 보육교사로 일을 시작해 현재는 직장 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하는 기관에서 보육 관련 일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아이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에 뜻이 맞는 후배들과 함께 ‘모이다 극단’을 만들어 버스킹 인형극 공연을 통해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모이다 극단의 탄생비화를 말씀해주세요!

 △ 제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이들을 좋아해서 광주영아일시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행사에서 인형 탈을 쓴 모습을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 주고 환하게 웃어주던 미소가 잊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유아교육학과에 진학한 후에 자연스럽게 인형극 동아리에 들어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찾아다니며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졸업 후 보육교사가 되어서도 주말이나 휴가 때 1인 인형극을 기획해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물했는데 같이 해보고 싶다는 유아교육학과 남자 후배들을 만나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아이들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공연을 통해 아이들과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같았죠. 그렇게 뜻이 맞는 네 명 다이(이성인), 모이(임성만), 노리(강승원), 지니(권상진)가 모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모이다 극단’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공연 중인 이성인 씨.

 인형극 공연·아동 문화행사 주력

 -모이다 극단은 어떤 일들을 하나요?

 △ 저희 모이다 극단은 ‘아이들의 추억 한 페이지에 행복을 그려간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광주·전남 지역에서 인형극 공연과 다양한 아동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무대를 올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연 문화를 만들기 위해 늘 연구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공연으로는 ‘모이랑 다이랑 놀이할래?’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인형극처럼 무대 위에서만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인형 탈 캐릭터들이 직접 아이들의 곁으로 다가가 친구가 되어 함께 놀고 소통하는 버스킹 형식의 공연이에요. 아이들이 ‘관객’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참여한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그 외에도 ‘햇님달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동화 속의 동화’, ‘북극곰 살리기 대작전’ 등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공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공연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작은 음악회, 놀이 부스 운영, 프로젝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모이다 극단’의 가장 큰 특징은 정형화된 공연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장소나 시간 그리고 대상에 따라 맞춤형 공연을 기획할 수 있기에 언제, 어디서나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특별한 경험을 선물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직 남자 보육교사로서의 업무 경험은 어땠나요?

 △ 남자 보육교사로 취업을 하는 것이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봉사활동을 할 때는 반갑게 맞아주셨지만, 학부모님들의 편견에 대한 우려로 채용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아쉬움이 컸습니다. 다행히도 제게 기회를 준 곳이 ‘광주 신세계 직장어린이집’이었습니다. 물론 현장에서 남자 보육교사가 드물었기 때문에 부모님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아이들과 금세 친해지고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는 제 모습을 보시고 부모님들도 점차 마음을 열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남자 교사라서 아버님들과는 특별히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공감대가 있어 유리한 점도 있었죠.(웃음) 당시 맡았던 아이들이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지금도 연락을 이어가며 함께 만나는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저에게는 보육교사로 지냈던 시간이 ‘일’이라기보다 아이들과 함께한 행복한 선물 같은 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뿌듯했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 보육교사 시절 저는 1주일간 휴가를 내고 1인 공연 ‘웃음을 선물해요’라는 찾아가는 공연을 직접 기획해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유행하던 인형 탈과 마술 도구를 챙겨 외딴 지역에 있는 유치원, 특별한 사연의 아이들을 위해 공연을 다녔는데요. 공연을 이어가던 중 정작 제 반 아이들이 공연 대상 명단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제가 직접 신청한 뒤 아이들이 낮잠 자는 시간에 몰래 교실을 찾아갔습니다. 인형탈을 쓰고 함께 놀다가 가면 속에서 “짠! 선생님이야!” 하고 모습을 드러내자, 아이들이 와락 달려와 저를 꼭 안아주었어요. 깜짝 놀라고 신기해하는 아이들과 그 순간의 땀, 느낌, 따뜻한 온기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돌아보면 아마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모이다 극단’을 만드는 데 큰 힘과 영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공연 중인 이성인 님.

 ‘더 큰 미래’ 좇다 ‘현재’ 놓치지 않기

 -청년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 광주의 한 청년으로서 제가 품고 있는 작은 꿈이 하나 있다면 앞으로도 이곳에서 아이들을 위한 의미 있는 일들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꼭 해보고 싶은 계획은 동네 놀이터를 다시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일입니다. 요즘은 동네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기 어렵다는 점이 참 안타깝습니다. 예전에는 동네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에 모여 함께 뛰어놀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 추억이 우리를 자라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놀이터는 점점 비어가고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누릴 기회가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매일 같이 놀이터에서 자연스럽게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해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모이다 극단’ 활동도 더 열심히 이어가려 합니다. 저희 공연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 어른들까지도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공연과 문화기획을 통해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소소하지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꿈꾸는 길이고 광주 청년으로서 지켜가고 싶은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 어렸을 때 우리는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눈앞의 놀이와 오늘의 즐거움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늘 그렇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더 큰 미래’만을 좇으며 정작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은 놓쳐버리곤 합니다. 잠시라도 내 안의 동심으로 돌아가 지금의 행복과 작은 기쁨을 느끼며 작은 꿈들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우리가 꿈을 좇는 것이 아니라 꿈이 우리를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청년 여러분께 작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잠깐 거울 앞에서 눈을 감고 이렇게 물어보세요.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멋지니?” 그리고 눈을 뜨면 바로 그 답이 거울 속에 있을 겁니다. (웃음)

 광주청년센터 교류협력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