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악 포커스]전남인에 대한 사과 ‘표시나게’
철석같이 믿었던 오는 2027년 3월 전남 국립의대 개교가 이보다 3년 늦은 2030년 3월께나 가능하다는 교육부의 최근 로드맵 제시는 전남인에겐 심하게 말해 ‘테러’와 같다.
‘의대 없는 지역에 의대 신설 및 부속병원을 설립하겠다’고 한 대통령실 국정기획위원회의 국정과제 발표로 전남인은 춤을 추다시피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재명 정부 임기 끝 무렵 의대 개교가 가능하다는 것은 지역민을 어안이 벙벙하게 한다. 전남도청 안팎에선 실망감과 허탈감에 혀를 차는 이가 많다.
전남도지사와 해당 대학인 목포대·순천대 총장, 목포와 순천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우려와 아쉬움을 표하는 공동 입장문을 내긴 했지만, 말이 입장문이지 이들의 속내는 타들어갔을 것이다.
“전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대와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심각한 의료 취약지로 도민들은 오랫동안 크나큰 희생과 불편을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의대 설립을) 하루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입니다.”(공동 입장문 일부)
곧바로 전남도의회 의대설립지원 특별위원회도 입장문을 내고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의대 특위는 교육부에 2030년 의대 개교 방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2027년 3월 개교가 실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해법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전남인의 인고 시간이 장장 30년을 넘었다.
의대 설립 숙원사업이 이재명 정부를 맞아 ‘이제 됐다’ 싶었는데 갑자기 5년 후 개교란 로드맵은 의대 설립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데까지 생각을 뻗치게 한다.
전남은 정말 복이 없는 것일까, 운이 없는 것일까. 이 시점에 또 한차례 먹구름이 몰려와 지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데 이름하여 기후에너지부 유치 무산이다.
이재명 정부의 공약인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지난 7일 당정대 회의에서 성립되지 않고 환경부의 몸집을 키우는 쪽으로 정부 조직개편이 확정돼 지역민이 벙어리 냉가슴 앓이 상태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분야를 환경부에 이관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면서 어디로 옮길 수 있는 정부 부처조차 생기지 않고 실체없음으로 끝나버려 허탈감이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달 초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취임 이후 나주 수해 복구현장을 찾아 민주화 희생에 대한 보답으로 호남을 표시나게 지원해주겠다고 역설했다. 또 그 전에는 부산으로 해양수산부가 이전해 가는 만큼 신설되는 기후에너지부를 전남(나주)으로 오게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했다. 한데 결과는 지역민이 하늘만 바라보고 한숨짓는 격이다.
전남도와 나주시, 지역민은 나주혁신도시에 에너지 공기업이 모여 있어 여기에 새로운 정부 부처가 와주면 ‘전남시대’란 새 세상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음은 물론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호남, 특히 전남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닌 만큼 전남인의 뜻대로 돌아갈 수 없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명(이재명)·청(정청래) 시대’를 맞아 무엇인가 될 줄 알았던 전남이었다.
정부 초기, 당 대표 취임 초기 강한 실현 의지를 드러낸 전남 현안사업이 하나둘씩 엇갈린 각도를 드러내거나 멀어져가면 지역민의 마음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명·청시대’ 호기에 대표적 현안사업이 손에 잡히지 않자 지역민이 조바심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현 정부의 탄생에 지대한 공헌이 호남, 그리고 전남에 있다면 이에 걸맞은 보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여러 환경상 보답을 당장 하기 어렵다면 이에 대한 대처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역 내 후폭풍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약속 실천이 표시나게 잘 되지 않았다면 이에 대한 사과라도 표시나게 해야 한다. 물론 보완책을 제시하면서다.
정부의 ‘머나먼’ 전남 국립의대 설립 로드맵 설정과 기후에너지부 신설·유치 무산은 전남인들의 마음을 허하게 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탄생하지 못한 기후에너지부 유치는 그렇다 해도 ‘의대 개교 5년 후’는 지역민의 홧병을 키울 수 있다. 반복하건대 이번 교육부의 로드맵을 재설정해 의대 설립을 앞당겨야 한다. 윤석열 정부 때 개교 시기, 일정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다가 이제야 밝히는 것은 이해가 잘 안 되는 대목이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