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에선 노란 꽃술, 잔에선 곡진화로 바뀌네”
[좌충우돌 중국차(茶)] (80)한 글자서 일곱 글자 이르는 시, ‘차(茶)’ 一字至七子詩(일자지칠자시) ‘차(茶)’- 원진(元稹)
茶.
香葉, 嫩芽.
慕詩客, 愛僧家.
碾雕白玉, 羅織紅紗.
銚煎黃蕊色, 碗轉曲塵花.
夜後邀陪明月, 晨前命對朝霞.
洗盡古今人不倦, 將至醉後豈堪誇.
차(茶)
①香葉(향엽), 嫩芽(눈아).
향기로운 잎, 부드러운 싹.
②慕詩客(모시객), 愛僧家(애승가).
시인들이 사모하고, 스님들의 사랑을 받았네.
③碾雕白玉(연조백옥), 羅織紅紗(라직홍사).
맷돌은 백옥으로 조각했고, 붉은 비단으로 체를 짰네.
④銚煎黃蕊色(요전황예색), 碗轉曲塵花(완전곡진화).
차 솥에서는 노란 꽃술이었는데, 잔에서는 곡진화로 바뀌네.
⑤夜後邀陪明月(야후요배명월), 晨前命對朝霞(신전명대조하).
밤에는 밝은 달 맞아들이고, 새벽에는 아침노을 마주하네.
⑥洗盡古今人不倦(세진고금인불권), 將至醉後豈堪誇(장지취후기감과).
예로부터 마음속의 먼지를 씻어주니 싫어하는 사람이 없어, 취한 후에 어찌 자랑하지 않으리오.
이 시는 차의 품질을 개괄적으로 묘사하여 아래로 내려갈수록 글자 수를 늘려 탑의 형태로 만든 보탑체(寶塔體)로, 차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과 함께 차의 효능을 노래한 매우 드물게 보이는 명시이다. 보탑체는 사다리 모양으로 타고 올라간다고 하여 계제시(階梯詩)라고도 한다.
①香葉(향엽), 嫩芽(눈아): 꽃향기와 차의 부드러운 잎을 떠올리게 하여, 이른 봄 옅은 안개속에서 만물이 생기발랄하게 소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②慕詩客(모시객), 愛僧家(애승가): 당나라에서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문인이거나 수행하는 승려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③碾雕白玉(연조백옥), 羅織紅紗(라직홍사).: 연(멧돌)으로 갈아낸 차를 붉은 비단을 끼운 나합(羅合:대나무에 비단을 끼워 넣은 차를 쳐서 거르는 다구)에 넣은 모양이다.
④銚煎黃蕊色(요전황예색), 碗轉曲塵花(완전곡진화): 요(銚)는 끓는 물로 국물을 우려내는 기구이다. 요(銚)에서 약한 불로 끓여낸 담황색의 차탕이 잔 속에서는 옅은 구름이 낀 듯한 차 거품(차말 茶沫)으로 바뀌었네.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구절이고 곡진화(曲塵花)는 정중동(靜中動)의 선(禪) 사상이 담겨있다. 곡진(曲塵)은 술을 담을 때 쓰는 주모(酒母)인 국균(麴菌)을 의미하며 빛깔은 담황색(淡黃色)으로 차탕을 말한다. 화(花)는 육우의(陸羽)의 저서 다경(茶經)에서 “차탕의 표면에서 나오는 거품인 말발(沫鋍)에 관해 설명하기를 ”말발은 차의 정화이다. 거품이 옅은 것은 말(沫)이라 하고, 두터운 것은 발(鋍)이라고 하며, 부드럽고 가벼운 것은 화(花)라고 한다. (沫鋍, 湯之華也. 華之薄者曰沫, 厚者曰鋍, 細輕者曰花)라고 되어있다.
이와 관련하여 당대의 시인 유우석(劉禹錫)은 <서산사에서 차를 시음하며 부르는 노래: 西山蘭若試茶歌>에서 “소나기와 솔바람을 솥 안에 넣고 우려내니(驟雨松風入鼎來), 찻잔 속에는 흰 구름이 가득하고 부드러운 꽃이 맴도네(白雲滿盞花徘徊),”라고 화(花)를 노래하였다.
⑤~⑥은 앞서의 해석과 큰 차이가 없다.
작자인 (원진 779~831)은 당대의 저명한 시인이자 재상이고 자는 미지(微之)이다. 원진은 매우 총명하여 어려서부터 그 기재가 널리 알려졌고, 백거이(白居易)와 같이 과거에 급제한 이후로 생을 마칠 때까지 시문으로 교유하였다. 이 두 사람은 신악부운동(新樂府運動)을 제창하여, 원백(元白)으로 세칭 되었다. 원진이 남긴 시구 가운데 이사(離思)의 “曾經滄海難爲水(증경창해난위수), 除却巫山不是雲(제각무산불시운).” “일찍이 큰 바다를 겪어보니 웬만한 물은 물 같지 않고, 무산을 제외하고는(무산의 구름을 보고 나니) 다른 곳의 구름은 구름 같지 않도다.”가 가장 유명하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군 창평면 덕생연차관에서 다향을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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