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수 있다
[이용교 교수의 복지상식]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어떤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지 못하면, 그것은 국가가 헌법에 규정된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제34조 제1항)와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제2항)고 규정하였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경제적·사회적 이유 등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은 성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제34조 제3항), 노동력이 약한 연령층은 자립하기 어렵기에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제4항)고 천명하였다. 또한,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제5항)고 규정하였다.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 의무를 진다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을 위해 사회보장기본법, 사회보장급여법, 사회복지사업법 등을 제정하고, 사회복지직 공무원 등을 배치하며,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보장에 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사회보장정책의 수립·추진과 관련 제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이 법에서 ““사회보장”이란 출산, 양육, 실업, 노령, 장애, 질병, 빈곤 및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소득·서비스를 보장하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를 말한다”(제3조 1호)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을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를 갖추었고, 평생사회안전망, 사회보장행정데이터를 구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생활 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에 집중하고 있다. 공무원은 긴급복지, 국민기초생활보장 등 공공부조,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 사회수당 등을 직접 수행한다. 대부분의 사회서비스를 사회복지법인(시설) 등에 위탁하고, 사회보험의 관리·운영을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맡겨두고 있다. 현재 국가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다.
▲국가는 발굴주의를 구현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13일에 ‘복지 신청주의’를 넘어 ‘자동지급 방식’으로의 전환을 공식 지시하자 온 나라가 술렁거렸다. ‘신청주의’는 수십년간 한국 복지제도를 떠받쳐 온 기본 원리다. 국민이 직접 신청해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정보가 부족해서 혹은 ‘낙인’에 대한 두려움 탓에 수많은 사람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신청을 안 했다고 안 주니까 (사람이) 죽는다”며 “쫙 지급하고, 안 받겠다는 사람은 반납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아동수당 같은 ‘보편급여’를 넘어 엄격한 조사를 거쳐 취약계층에만 지급되는 ‘선별급여’인 기초생활보장제도까지 자동지급에 포함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지난 5월에 일어난 익산 모녀 사건 같은 ‘알지 못해 신청하지 못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약칭: 사회보장급여법)’를 제대로 시행하면 구현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법은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른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및 제공에 관한 기준과 절차 등 기본적 사항을 규정하고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원대상자를 발굴하여 지원함으로써 사회보장급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사회보장급여가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제공되도록 하며, 사회보장제도가 지역사회에서 통합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민중 가구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이면서 복지로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신청하면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굴주의’를 앞세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원대상자를 발굴하고 지원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면 된다.
현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장기관은 지원이 필요한 국민이 급여대상에서 누락되지 아니하도록 지원대상자를 적극 발굴하여 이들이 필요로 하는 사회보장급여를 적절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제4조 제2항)는 ‘발굴주의’가 있지만, “사회보장급여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사회보장급여를 신청할 수 있으며, 보장기관은 이에 필요한 안내와 상담 등의 지원을 충분히 제공하여야 한다”(제1항)는 ‘신청주의’를 우선한다. 정부가 보장기관의 발굴과 당사자의 신청을 병행하면 ‘자동지급’에 준하게 바꿀 수 있다.
▲적극 행정으로 복지급여를 제공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에게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였다. 정부는 사회보장행정데이터를 이용하여 국민에게 휴대폰 앱이나 행정복지센터 등을 통해 신청하도록 안내하고, 원하는 국민은 손쉽게 신청하였다.
정부가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이는 국민에게 긴급복지,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을 알려주고 신청하도록 적극 안내하면 된다. 정부는 각종 데이터를 통해 위기를 감지하면 AI가 해당자에게 전화하고, 시·군·구에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나아가서 해당자의 휴대전화에 긴급복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신청하지 않으면 공무원이 전화하거나 방문하여 생활형편을 조사하면 될 것이다.
사회보장급여법은 보장기관의 장은 “사회보장급여의 신청을 받으면” 지원대상자의 사회보장 요구와 관련된 사항, 지원대상자의 건강상태, 가구 구성 등 생활 실태, 그 밖에 지원대상자에게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회보장급여에 관한 사항 등 조사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개정하여 보장기관은 위기에 처한 국민을 적극 발굴하여 직권으로 복지급여를 지급하거나 당사자가 신청하도록 체계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발굴주의와 신청주의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가구 소득인정액’ 산정방식 등을 포함한 복지행정을 상식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가구 소득인정액은 모든 가구원의 소득을 합산하고 일부 공제하여 산출된 ‘소득평가액’에, 가구원 재산을 일반재산, 금융재산, 승용차 등으로 나뉜 후 ‘재산의 소득환산액’으로 산출한 것을 합친 것이다. 승용차는 보험가액이 전액 월소득으로 환산되어 매우 불합리하다.
또한, 가구 소득인정액이란 낱말은 같은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선정시, 부양의무자의 부양비 산정시, 기초연금 대상자 선정시 마다 다른 것도 표준화시켜야 한다. 일반 국민은 근로소득, 소득, 소득평가액, 소득인정액의 차이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는 서로 다른 산출 방식을 사용하여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사회복지제도를 상식에 맞게 설계하고, 복지수급자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며, 국민도 손쉽게 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국가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 https://www.ssis.or.kr
이용교<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ewelfar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