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간 ‘모세의 기적’ 지켜봤을 명품 해송

[김희순의 호남의 명산] 여수 낭도 상산 (278.9m) 백악기 공룡 놀이터였던 노천 박물관 낭도·사도·추도

2025-09-12     김희순
낭도 별미 서대회무침.

 자고 일어났더니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섬이 여수 낭도(狼島)다. 낭도는 2015년 전라남도에서 시행한 ‘가고 싶은 섬’ 공모사업지 중 한 곳에 선정된 이후 사람들의 관심 속으로 들어왔다. 2020년 팔영대교를 비롯해 적금대교, 낭도대교, 둔병대교, 조화대교 등 고흥과 여수를 잇는 5개의 다리가 연결되면서 이제는 밀려드는 탐방객들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다. 낭도는 차로 들어갈 수 있는 편리한 접근성도 한몫하지만, 섬 전체가 다양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갖고 있다. 게다가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먹거리까지 삼박자가 갖추어져 있다.

 낭도에 있는 음식점 어느 곳이나 젖샘막걸리와 서대회를 맛볼 수 있다. 낭도는 물이 좋다. ‘젖샘’이라는 샘물이 나온다. 젖샘은 바닷물과 섞이지 않아 철분이 많다고 섬 주민은 말한다. 산모가 이 물을 마시면 젖이 잘 돌고, 그 젖을 먹으며 사람들이 살아왔다는 거다. 그 맛 좋다는 샘물로 막걸리를 만드는 술도가가 4대째 이어온 젖샘막걸리다. 막걸리에 찰떡궁합은 서대회무침이다. 막걸리 식초로 비빈 서대회는 입속에 살살 녹는다. 밥을 쓱쓱 비벼 먹으면 새콤한 꿀맛이다.

장사금해수욕장.

 섬의 모양이 이리를 닮아서 ‘이리 랑(狼)’을 쓰는 낭도는 19.5km의 섬 둘레가 해식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래 고운 낭도해수욕장과 장사금해수욕장이 있다. 또한, 낭도를 포함해 인근에 있는 사도(沙島), 추도(楸島)의 바닷가에는 70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끝 무렵에 살았던 공룡의 발자국이 가득한 공룡들의 놀이터였다. 낭도 동북쪽에 위치한 상산(上山 278.9m)은 부드러운 육산으로 정상 조망 또한 빼어나다. 수령 500년 넘어 보이는 해송에서 내려다보이는 사도와 추도의 풍경은 상산 최고의 절경이다.

해안트레킹.

 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

 낭도는 산행과 트레킹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해안 탐방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자신의 체력에 맞게 쉬엄쉬엄 걷기에 좋은 ‘낭도 둘레길’ 3개 코스가 있다. 섬 풍경에 취하다 보면 시간은 무의미하다. 가장 부담이 적은 둘레1길은 여산마을에서 출발해서 낭도중학교, 낭도해수욕장, 주상절리, 신선대를 지난다. 땀이 콧등에 배일쯤이면 신선대와 천선대 사이에 멋진 바다가 조망된다. 이곳에 자리잡은 작은 카페가 명소다. 이탈리아 가요인 칸초네의 명곡 일몬도(il mondo)가 흐른다. 커피 한 잔의 여유에 빠지기 딱 좋다. 주인장은 15년 전에 우연히 이곳 경치에 반해서 구입했는데 사람들에게 힐링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계절마다 다양한 꽃동산으로 가꾸고 있다.

신선대.

 신선대는 신선이 살만한 경치라 하여 이름 붙여진 곳으로 주상절리, 쌍용굴, 신섬샘이 있다. 멀리 고흥 나로도 우주전망대가 정면으로 보인다. 남포 등대는 해안초소 아래쪽에 있다. 돌출된 바위 위에 우뚝하게 솟은 하얀 무인 등대다. 물이 빠지면 해안길을 따라 천성대까지 갈 수 있다. 부안의 채석강 못지않게 억겁의 세월이 빚어놓은 해벽들이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사도와 추도가 손에 잡힐 듯 지척이다. 산타바이오 갈림길에서 자신의 체력에 따라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둘레2길은 낭도중학교, 산타바오거리, 장사금해수욕장, 역기미삼거리 까지이며, 둘레3길은 역기미삼거리에서 규포선착장, 규포마을까지 나누어 있지만 모든 길은 여산마을로 이어진다.

낭도등대.

 상산을 목표로 한다면, 여산마을에서 3층 건물인 복지회관(마을식당) 앞에 ‘등산로’라 적힌 손바닥만 한 표지판을 올라서면 된다. 모퉁이만 올라서면 전형적인 섬마을의 풍광이 펼쳐진다. 구릉형태의 황토밭과 금빛 백사장, 푸른 바다가 한 폭의 수채화다.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구불구불한 길을 걷는 것도 섬에서만 느껴보는 평화로움이다. ‘정상 1.3km’ 이정표에서 완만한 오르막이 있다. 밭에는 풍을 다스린다는 여수 지역 특산물 방풍나물이 지천이다.

등산로.

 사방이 트인 능선에 오르면 다닥다닥 등을 맞대고 붙어있는 여산마을 너머로 고흥 우미산(449.7m) 그리고 웅장한 팔영산(608.6m)도 가까이에 보인다. 고흥군과 여수 적금도, 조발도, 둔병도를 잇는 적금대교가 한눈에 보인다. 점점이 바다에 떠 있는 사도와 추도가 안마당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10분 정도 더 바다를 보며 걷다 보면 우람한 해송을 만난다. 500여 년을 모진 비바람에도 버티고 있는 아름답고 당당한 자태다.

명품소나무.

 낭도·사도·추도 3개 섬 코스로 묶어

 일곱 개의 섬이 하나로 이어지는 사도의 신비를 보는 날이 있다. 음력 정월 대보름, 2월 영등, 4월 중순 바닷길이 갈라지며 하나의 섬이 된다. 그 장관을 보는 최고의 조망대,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는다.

 정상까지는 10분 정도 올라야 하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다. 무너진 봉수대 터에는 돌무더기가 가득하다. 돌무더기 중앙에 외부로 드러난 삼각점이 있다. ‘大三角點’ 우리나라(남한)에는 189개 밖에 없는 중요한 1등 삼각점이다. 일제 강점기에 1910년~20년경 설치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세월에 비해 지나치게 깨끗하다. 다만 음각된 글자의 모양은 부산 가덕도 삼각점과 거의 일치한다.

쉼터.

 낭도, 사도, 추도 3개의 섬을 한 코스로 묶는 것도 좋다.

 정상 조망만큼은 어디에도 부럽지 않다. 조발도, 홍도, 오도, 상고도 상학도 크고 작은 무수한 섬들이 징검다리 건너듯 사방으로 시야를 호강시키고 멀리는 금오도 대부산까지 두루 보인다. 역기미갈림길에서 20여 분 내려가면 만나는 역기미삼거리는 둘레길과 합류지점이다. 건너편에 보이는 사도와 추도를 가려면 낭도선착장에서 철부선으로 15분 거리다. 사도는 공룡이 뛰어놀았던 모래섬이다. 입구에는 실물크기의 티라노사우스 조형물이 반긴다. 탐방객들은 공룡 모형을 만나고 열대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고 남태평양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공룡 화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백악기(1억 3500만년∼6500만년)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수심이 낮은 사도해수욕장은 피서철의 명소이며 거북바위, 얼굴바위, 용바위가 있는 시루섬까지 왕복해도 2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다.

 추도는 가막만에 있는 유인도 가운데 가장 작은 섬이다. 섬이 작아 명칭을 물고기 중 미꾸라지 추(鰍)자에 비유했다는 설이 있다. 추도는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인 84m 길이 퇴적암층에 공룡 발자국 화석 1759개가 있어 눈길을 끈다. 섬 전체가 지층박물관이라 할 만큼 책 수십 권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수십 미터 높이의 석벽은 압권이다.

여수 낭도 상산 개념도.

 ▲산행길잡이

 여산마을-낭도출장소-역기미갈림길-상산 정상-역기미갈림길-역기미삼거리-장사금해수욕장-남포등대-신선대-낭도해수욕장-여산마을(12km 4시간 40분)

 ▲먹거리

 여산마을에 10여 곳의 음식점이 밀집해 있다. ‘낭도愛식당(010-2997-3297)’의 주인장은 손이 크고 밑반찬도 정갈해서 단골이 많다. 이곳에서 직접 빚은 막걸리로 서대회를 상에 올린다. 서대회 3만 원, 백반 9000원, 손두부 1만 원 한다.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