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특별기획전 ‘감각 환경’
국내외 8명 작가 감각 체계 확장 시도 11월 16일까지 제2-4전시실, 외부서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이하 G.MAP)은 가을 특별기획전으로 ‘감각 환경’을 16일부터 11월 16일까지 G.MAP 제2-4전시실과 외부 미디어 파사드 월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G.MAP에 따르면 전시명인 ‘감각 환경’(Sensory Milieu)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ere, 1940-)의 개념에서 출발한다.
그는 예술의 매체를 단순히 예술의 제작 도구가 아닌, 우리의 감각과 인식을 새롭게 구성하는 감각적 환경으로 봤다. 이번 전시는 이 개념을 확장해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기술과 자연,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하나의 감각적 환경을 펼쳐 보인다.
전시에는 총 8명(팀)의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미세입자, 지진파, 데이터, 소외된 인간 등 비가시적이고 인식되지 않았던 존재들을 감각의 중심으로 끌어올린다. 이를 통해 인간 중심적으로 이해돼 온 인식 구조를 교란하며, 기존의 감각 체계를 확장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먼저 구기정은 동식물의 유해가 침식이나 풍화를 거쳐 형성되는 토양에 영감을 받아 ‘초과된 풍경’을 제작했으며, 이는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자연의 미세한 움직임을 다층적으로 드러낸다.
노리미치 히라카와는 광주에서 채집한 퇴적암의 디지털 이미지를 알파벳 시퀀스로 변환한 작품을 통해 인간 중심적 언어와 인식의 틀을 비판적으로 되짚는다.
세미콘닥터는 지진파를 시각화한 컴퓨터 생성 애니메이션 ‘Earthwork’를 통해, 인간이 감지하지 못하는 지층 내부의 움직임을 과학기술로 탐구한다.
김형숙은 일상 속에 존재하지만 사회적 시선에서 배제된 와상 환자, 노인, 보호자, 요양보호사 등의 삶을 가시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는 지워진 존재를 다시 감각의 바깥에서 안으로 되돌리는 실천이다.
문창환은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지역을 조사하고 기록한 ‘윤리적 특이점-자기비판적 최면’을 통해 전력 생산과 소비 사이의 구조적 불균형을 드러낸다.
김윤철은 246개의 가이거 뮐러 튜브가 마치 꽃봉오리처럼 조형화돼 결합한 장치를 통해 우주를 관통하며 지구에 끊임없이 쏟아지는 미립자(뮤온)의 흔적을 빛과 소리로 변환한다.
정승은 디지털 불멸에 대한 예술적 실험의 일환으로, 수천 장의 이미지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고 도출된 색상과 언어 정보로 ‘디지털 맥박’이라 불리는 고유한 리듬을 생성했다.
정다의 ‘Organic Matrix’는 온도, 습도 등 8가지 환경 정보와 자신의 심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머신러닝으로 학습한 뒤, 최종적으로 유기 액체 속에서 부유하는 빛의 흐름으로 시각화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기술 기반 미디어아트의 현재성과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로서,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보이지 않거나 배제돼 온 자연, 인간, 데이터를 감각적으로 인식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중국의 아트 테크놀로지의 허브이자 현대미술 전시 및 교류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는 기관인 798CUBE의 협력으로, 국제적인 작가들의 참여가 이뤄졌다.
김허경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센터장은 “기술이 인간을 위한 도구에서 감각의 주체로 전환되는 ‘감각 환경’에서, 우리는 예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탐색하게 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살펴보고, 모든 존재가 동등하게 감각되는 환경을 시각적으로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