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향계] 78년 만의 검찰개혁
안녕하십니까. 정치풍향계입니다. 오늘은 ‘78년 만의 검찰개혁’이라는 주제로 진행하겠습니다.
지난 7일 정부·여당·대통령실은 검찰청 폐지와 함께,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 조직 개편안을 내놓았습니다.
수사와 기소를 겸해 온 종래의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할 공소청과 중대범죄 수사를 맡을 중수청을 새롭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공소청은 법무부에, 중수청은 행정안전부에 두도록 했습니다.
시행은 공포 1년 후로 예정됐으며 이로써 일본제국주의의 유산인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고 단순한 조직 개편 차원을 넘어 형사사법제도의 큰 틀도 바뀌게 됐습니다.
그러자 검찰이 내부적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서울 북부지검 모 부장검사는 "임은정 검사님이 가장 기뻐하실 듯해 앞으로 임 검사장님에 대해서는 '지공장님'이라고 불러 드리고자 한다"고 내부망에 적었습니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이 신설되니, '서울 동부지방검찰청장'인 임은정 검사장은 '서울 동부지방공소청장'이 될 것이고, 그래서 ‘지공장'으로 호칭한 것입니다. 맥락으로 볼 때 조롱인 듯합니다.
이 부장검사는 12.3 계엄사태 이후인 지난 2월 14일에도 검찰 내부망에 한마디 쓴 적이 있습니다. "부정선거 의혹에 공감하는 국민이 40% 이상"이라면서 선거관리위원회를 검증해야 한다고요. 이 논리에 따르면 '검찰청 폐지'에 찬성하고 공감하는 국민이 55.9%라는 여론조사도 있으니, 검찰청 폐지도 맞는 것 아닌가요?
그러나 대통령 부인이었던 구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장면을 전 국민이 목격했는데 시덥쟎은 이유로 무혐의 처리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결론이 특검 수사 몇 달 만에 '무혐의'에서 '기소'로 180도 뒤집혔을 때도 내부망에 이를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던가 궁금합니다.
범죄로부터의 대응 능력 저하를 우려하는 추상같은 검사님들은 당시 모두들 어디에 계셨을까요. 내란 수괴 윤석열의 구속 일수를 '날'이 아닌 '시간'으로 산정한 법원의 석방 결정에 검찰 수뇌부가 항고를 포기할 때도 오직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만 염려하는 정의로운 검사님들은 다 뭐 하고 계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건진법사 수사의 핵심 증거인 관봉권 띠지가 증발해 버리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져도 검찰에선 그 어떤 반성의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검찰청 폐지가 기정사실이 되자 이번엔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일 것입니다.
겉으로는 일부 사건에 대한 제한적 보완권인 것 같으나 실상은 검찰의 수사 재개입 통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보완수사를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현 수사관 인력을 공소청에 대폭 남겨두게 되면, 그게 바로 검찰청이지 뭐겠습니까.
어떤 사건을 보완 수사할 것인가는 검사 마음이고, 결국 검찰 기득권 유지와 ‘전관 특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관 특혜’! 많은 사람들은 검찰 조직의 보완수사권 요구 이면엔 사실상 이 ‘전관 특혜’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합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없다고 수사기관이 수사권을 제멋대로 남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검사에겐 영장청구권이 부여돼 있어 영장 검토 단계에서 경찰 수사의 무리수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사기관 내부에선 수사 잘못에 대한 보완 장치, 감찰 장치, 이의신청 처리 절차를 시민참여·감시형으로 설계해 내야 할 것입니다.
검찰 일각에선 또 “검찰은 헌법기관이므로 법률로 폐지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헌법 개정 없이는 검찰청을 개폐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허무맹랑하고 웃픈 얘깁니다.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대한민국의 헌법기관은 국회, 대통령, 행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헌법재판소 등으로 헌법 조문에 명기돼 있습니다. 우리 헌법 그 어디에도 ‘검찰청’이란 단어는 나오지 않습니다. 검찰청은 법무무의 일개 외청에 불과한 것입니다. 국세청, 관세청 같은 외청 말입니다.
다만 영장 신청권자로 ‘검사’가 언급돼 있으나 영장 신청은 공수처 검사도 똑같이 수행할 수 있기에, ‘검찰청 검사’의 전유물이 될 수 없습니다.
헌법에 검찰총장이 등장하는 것은 제89조 ‘검찰총장·합동참모 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 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 때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조항뿐입니다. 검찰총장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고 헌법기관이라고 한다면 당장 합참, 국립대, 대사관도 헌법기관이 돼야 합니다.
유독 검찰개혁을 둘러싼 논의만 시작되면 이 같은 억지 주장들이 판을 쳐왔습니다. 개혁의 본질을 흐리고 논쟁 자체를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에 이식된 근대 형사사법제도를 큰 틀의 변화 없이 지금껏 유지해 왔습니다. 따라서 정부 수립 이후 78년 만에야 제대로 된 개혁의 순간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제도의 설계자는 검사도 경찰도 아닌 주권자인 국민들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의 주권의지’가 당연히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도 이끌어야 한다고 보는데, 애청자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진행_ 김대원 본부장
연출·촬영_ 최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