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헷갈리는 ‘공부차’의 비밀
[좌충우돌 중국차(茶)] (81) 공부홍차(工夫紅茶)·공부차(功夫茶), 각각의 공부는? 고급 홍차 시그니처, ‘금권’과 ‘냉후혼’ 아시나요?
앞서 설명한 노총소종과 금준미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좋은 차냐고 물어본다면 “모두가 좋은 차”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노총소종의 힘이 느껴지는 묵직한 구감과 함께 빠르고 긴 회감에 더한 이끼향이 특색이고, 그리고 금준미의 부드럽고 달콤에 더해 화과향(花果香)인 듯, 밀향(蜜香)인 듯, 말린 계원(桂圓)향 같은 느낌으로 한결같이 빼어난 차(茶)임에 손색이 없다. 이처럼 이름난 차들을 외형만 비슷하게 만들어 호가호위하는 저열한 차들이 많은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동목관에서 최초로 홍차가 만들어진 이후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자, 외지에서 녹차를 만들던 사람들이 동목관으로 건너가 소종홍차의 제다 기술을 배워왔다. 이후 자기 지역의 찻잎으로 소종홍차의 제조 과정을 약간 개량하여 만든 것이 바로 공부홍차(工夫紅茶)이다. 공부홍차는 위조-유념-발효-건조의 비교적 간단한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홍차 제다 과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발효의 경우 △발효실 내부를 25℃ 전후의 온도로 유지하고 △90% 이상의 습도에서 △찻잎 1㎏을 발효시키는 데 필요한 산소의 양은 대략 5ℓ에 달하므로 통풍으로 필요한 산소를 공급해주는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하는 과정이 매우 까다로워 ‘장인 공(工)’ 자가 들어간 공부홍차(工夫紅茶)라고 칭하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가 습관처럼 부르는 ‘전홍(滇紅)’이나 ‘기홍(祁紅)’ 등은 전남공부홍차(滇南工夫紅茶), 기문공부홍차(祁門工夫紅茶) 등의 이름을 부르기 쉽게 두 글자로 줄인 것이다.
여기서 차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점이 바로 공부(工夫)와 공부(功夫)의 차이점이다. 시중에서는 인터넷 검색이나 한자의 사용 기피 현상 등의 이유로 인하여 발음이 같은 공부차(工夫茶)와 공부차(功夫茶)의 차이점을 모르고 섞어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실 이 문제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차를 공부한 사람들도 자주 틀리는 문제이기도 하다.
양자의 차이를 보자면 전자의 공부(工夫)는 앞서 설명한 홍차의 제조 과정이 까다롭기에 붙은 이름이다. 후자의 공부(功夫)는 공부차(功夫茶)라고 한다. 이는 차의 우려냄을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린 것으로 북송(北宋)의 조주(潮州)에서 시작되었다. 오룡차를 바탕으로 한 다구의 선택 및 포다(泡茶)에 관한 종합적인 기예를 통하여 차의 색향미에서 나오는 운치를 즐기기 위한 문화적 소양이다. 이처럼 발음은 같되 전혀 다른 뜻을 가진 두 단어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그 사용에 주의해야만 한다.
보통 홍차를 진하게 우렸을 때 눈에 보이는 좋은 홍차를 구분하는 특징으로는 금권과 냉후혼이 있다.
☞금권(金圈): 골드링(Gold Ring). 홍차를 우려내면 잔에 닿은 부분에 보이는 황금색의 테두리처럼 보이는 부분이 보이고, 홍차 가운데서 대엽종을 모료로 사용한 전홍(滇紅)에서 가장 뚜렷하게 보인다. 금권 형성의 원리는 차황소(茶黃素/theoflavin)와 펙틴(pectine) 등의 화학성분과 관련이 있다. 차황소는 발효과정에서 폴리페놀 물질의 산화 후에 만들어지는 색소이자 금권의 빛깔 및 밝음의 정도를 형성하는 핵심 물질이며, 펙틴은 차탕의 점도(粘度)를 높여주고 금권이 눈에 잘 띄게 하는 역할을 한다.
☞냉후혼(冷後渾): 크림다운(cream down). 좋은 등급의 홍차 탕색을 보면 뜨거웠을 때는 붉었던 차탕이 식은 후에는 어둡게 변하고, 이를 ‘냉후혼’이라고 한다. 차탕 속의 차황소, 차홍소(茶紅素/thearubigin), 카페인, 단백질이 냉후혼 현상을 구성하는 주요한 성분이고, 이 가운데서 카페인과 차황소의 농도는 냉후혼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차황소와 카페인의 농도가 낮을 때는 차탕의 투광률이 높아짐에 따라 혼탁도가 낮으며, 차황소와 카페인의 농도가 증가하면 차탕의 혼탁도는 높아지고 냉후혼 현상이 뚜렷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냉후혼의 정도는 차탕의 농도 및 홍차의 발효도와 선상도를 보여주는 잣대라고 할 수 있다. 고급차의 경우에는 차를 우려서 다음 날까지 놔뒀을 경우 차탕의 표면에 도구를 이용하여 걷어낼 수 있을 정도로 얇은 막이 형성되기도 하며 이 역시 냉후혼의 결과물이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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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군 창평면 덕생연차관에서 차향을 내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