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청소년 도전, 재도전, 도전중] (4) “한번 해보자” 청소년도 지도자도 함께 성장

화정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 자기탐구생활’ 첫 시도 ‘나를 찾는 수업’더 많은 청소년 만나기 위해 강사로

2025-09-24     박현아 기자

 누구에게나 ‘처음’은 낯설고 ‘도전’은 두렵다. 하지만 그 과정을 지나온 이들은 진짜 ‘나’를 만나게 된다. 청소년 활동은 끊임없는 시도와 실천의 연속이다. 처음의 설렘, 또 다시 도전, 그리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과정까지. 광주의 청소년들과 이들을 곁에서 응원하는 지도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도전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성장의 궤적을 그리고 있다. 도전의 방향은 달라도, 그 안에는 각자의 성장과 변화가 있다. 본보는 ‘도전’, ‘재도전’, ‘도전 중’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청소년 활동 현장의 다양한 움직임을 따라가고자 한다. 편집자주

금호중학교에서 진행된 청소년 자기탐구생활 프로그램 진행 모습. 사진=광주광역시화정청소년문화의집 제공.

 요즘 청소년들은 빠듯한 학업과 경쟁 중심의 생활 속에서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시간이 부족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광주광역시화정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지도자들이 학교 현장을 직접 찾았다.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 진로·자기이해 프로그램 ‘청소년 자기탐구생활’을 통해서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자기 이해의 기회를 얻었고, 지도자들 또한 더 많은 청소년과 마주하며 또 다른 배움의 의미를 확인했다.

 ‘청소년 자기탐구생활’은 청소년이 스스로를 탐구하는 학교 연계 진로프로그램으로,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 시작해 지역 청소년시설로 보급된 프로그램이다. 원래는 15주차 과정으로 운영되지만, 화정청소년문화의집은 이를 모듈형 3회차로 압축해 올해 5월과 7월 처음 시도했다.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인지, 과거의 나는 어땠는지, 앞으로의 나의 욕망은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진로를 선택하면 좋을지”등 단계별로 탐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청소년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현재·과거·미래를 잇는 자기 탐구의 과정을 경험한다.

 이는 청소년들에게만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현장에 함께한 청소년지도자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자 성찰의 시간이었다. 실제로 더 많은 청소년들을 만나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회고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과 배움의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화정청소년문화의집 현설연 팀장은 “굉장히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다”며 “지도자들이 강사로 참여해 회기를 진행하고, 매 회기 끝마다 회고를 하면서 프로그램 운영의 모범 답안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 현장에서 한 번에 150~180명 정도의 청소년을 만나면서 기관을 알리고,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성과였다”고 말했다.

금호중학교에서 진행된 청소년 자기탐구생활 프로그램 진행 모습. 사진=광주광역시화정청소년문화의집 제공.

 방황하는 청소년들 위한 특별 수업!

 송보연 지도자는 “방과 후 아카데미 아이들은 매일 만나는 아이들이라 신뢰 관계가 이미 형성돼 있지만, 이 프로그램은 일회성이어서 접근 방식이 달랐다”며 “처음 만나는 청소년들에게 2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공부가 됐다. 특히 자기 개방을 잘 하지 않을 것 같던 학생들이 글쓰기에 몰입하거나, 방랑하던 친구가 차츰 자리에 앉아 함께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움과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장소정 지도자는 회고의 가치를 특히 강조했다. 그는 “프로그램 시작 전 시연부터 준비까지 철저히 해봤다. 현장에서 아이들이 대답을 하지 않거나 갑자기 산만해질 때도 있었지만, 다양한 대응을 해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회고의 시간이 인상 깊었다”며 “아이들이 활동 후 자신을 돌아보고 글로 정리하는 모습에서 큰 의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양해인 지도자에게도 이번 경험은 자기 탐구의 시간이 됐다. 그는 “아이들을 만나려면 저 자신도 저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현재의 나, 과거의 나, 내가 가진 욕망 등을 탐구하는 자세로 임했다. ‘나를 먼저 개방해야 아이들도 열린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도자들이 프로그램 강사로 나서며 겪은 도전의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일부 학생들은 끝까지 비협조적이었고, 짧은 준비 기간 탓에 지도자들이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한수진 지도자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준비해 아이들 앞에 서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송 지도자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열심히 참여했지만,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았던 친구들을 보면서 아쉬움이 남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마저도 지도자들에게는 배움이 됐다. “실패나 난관이 있어도 그 과정 자체가 성장”이라는 점을 지도자들 스스로 체감한 것이다.

 양 지도자는 “한 반에 들어가 강의를 한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청소년들 앞에서 주도적으로 아이들을 이끌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자기탐구 프로그램 자체가 나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진로를 선택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언급했다.

 한 지도자도 “우리 지도자들이 학교에 나가 강사로 직접 활동해 본 경험은 많지 않다. 보통은 외부 강사를 섭외해 진행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번에는 준비부터 진행, 평가까지 맡아보면서 우리에게도 큰 도전이 됐다. 동시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성장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도전’의 의미를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지만, 모두가 과정 속에서의 성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본보와 인터뷰를 가진 광주광역시화정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 지도자들.

  150명 청소년의 자기 탐구생활 

 송 지도자는 “다른 말보다 중요한 건 ‘우선 해보자’는 것이다. 저스트 두 잇(Just do it), 해보고 이야기하자”고 강조했다.

 현 팀장은 “아이들은 사실 어른 말을 잘 안 듣는다. 그래서 늘 ‘그거라도 네가 알아서 해라’고 말한다. 작은 선택이라도 스스로 해보는 게 도전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양 지도자는 “도전에는 실패가 당연히 따라온다. 하지만 실패는 값진 경험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야말로 더 큰 가치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한 지도자는 “도전은 말 그대로 도전일 뿐,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고, 장 지도자는 “도전하다가 실패해도 괜찮다. 그 자체가 용기 있는 행동으로, 실패하면 또 하면 된다”면서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많다”고 덧붙였다.

 화정청소년문화의집 지도자들의 이번 도전은 단순히 프로그램 운영에 그치지 않는다. 더 많은 청소년을 만나고, 자기 탐구의 기회를 넓히려는 노력이다. 지도자들 역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교육적 시도를 경험하며 성장했다.

 또한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지도자들의 도전도 계속될 전망이다.

 양 지도자는 “청소년지도자라는 일을 진심으로 사랑할 때, 아이들 역시 나를 반짝이는 사람으로 봐줄 거라 믿는다”라면서 “내 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반짝이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전했다.

 현 팀장도 “이 프로그램이 지역 곳곳의 지도자들에게 보급돼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다가가길 바란다”면서 “언젠가는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 교육으로 확산시킬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