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악 포커스]특별해지는 전남

2025-09-26     정진탄 기자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에서 선보일 '남도 한정식'. 전남도 제공

‘전남 한 번 다녀오시지요.’

마음이 불편한 분에게 ‘차나 한잔하시지요’의 조주 선사(당나라) 말이 현대 전남버전으로 바뀌는 시간이다.

극단적 이념으로 오염된 정치, 사회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픈 이에게만 해당하는 ‘만트라’(Mantra)라고 할 수 없다. 당장 10월 추석 연휴에 갈 곳 모르는 분들에게도 권하는 주문이다.

그러잖아도 청명한 가을, 어디론가 떠나고자 하는 분들은 아마 포털 검색창에서 전남을 많이 살폈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계절, 전남을 찾지 않으면 스트레스받게 생겼으니 어서 짐을 꾸리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한다.

10월 1~26일 목포에서 열리는 성대한 미식파티는 첫 번째 유혹이다. ‘고독한 미식가’ 스타일이 아닌 세계적 셰프들과의 만남, 교류의 장이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는 먹는 문화의 판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남도 미식, 해외 대표 요리를 맛보고 지속가능한 식품, 식문화의 미래를 조망하게 된다. 일일이 행사 프로그램을 소개하지 않더라도 포털 검색 한 번이면 충분하리라 본다. K-푸드의 진정한 대표지가 어디인지 눈으로, 혀로 확인하는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데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개막 3주 만에 10만 넘는 관람객을 맞이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시각 맛집’이 아닐 수 없다. 목포와 해남, 진도에서 펼쳐지는 ‘문명의 이웃들’ 주제 작품 전시는 장엄하면서도 수묵의 농담, 붓의 터치 등 섬세한 필(feel)을 전달한다.

특히 주목받는 조선 후기 윤두서의 ‘세마도’는 내달 12일까지만 전시된다고 하니 안 보면 무진장 손해다. 1704년 작품으로 수묵화의 세밀성과 자연주의 경향, 여백과 농묵의 대비가 전체 화면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것은 문화예술적 전남 다녀오기에 관한 것이고, 경제적으로 가야 할 이유도 많다.

지금 전남 서남권(목포·무안·해남·영암 등)이 뜨고 있으니 일명 부동산 업자들이 몰린다는 소식이다.

해남 솔라시도에 10만 인구의 신도시 건설을 전남도가 추진하고 있고 곧 정부에서도 그에 맞는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전국에서 ‘땅 보러 온다’는 것이다.

최근 부산과 제주도 출신 큰손이 오갔다는 얘기를 기자가 전해 들었고 갈수록 그런 분이 많다고 한다.

이들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기민하게 움직이는지는 대한민국인이라면 알 만큼 알 것이다. 땅이라면 달나라에까지 날아가 사놓으려 할 분들이 아닌가.

물론 신도시 건설, 경제적 개발이 본격화하면 본연의 비즈니스맨들이 몰려오겠지만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남이라고 하면 여수와 순천 등 전남 동부권이 대표 명소로 인식돼 왔다. 지금은 무게 중심이 서남권으로 이동하는 때여서 동부권에선 견제, 약간 질투하는 표정이기도 하다.(시대적으로 여수 석유화학산단이 구조적 전환을 바라고 있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인증하듯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무안 소재 전남도당에서 첫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민주화 과정에서의)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만트라)처럼 반복 언급하는 상황이어서 더 그렇지 않겠는가.

아마 내년 초쯤에는 이재명 정부에서 서남권에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 신도시 건설 구상을 확정할 것으로 보여 현지 주민들 사이에선 기대감이 급상승한다.

마지막 미개발지처럼 여겨진 서남권이 RE100 국가산단, AI 데이터센터 같은 시설을 세우면 국토 맞은편 격인 포항(인구 약 50만 명)과도 겨뤄보거나 능가하는 권역이 될 것 같다.

현재 목포(20만 명), 무안(10만 명), 해남(6만 명), 영암(5만 명) 등을 합하면 인구 40만 명이 조금 넘는데 신도시 10만 명이 추가된다면 총합 50만 명이 된다. 기계적으로 대비하자면 포항 인구와 비슷해진다.

그런데 포항은 주력산업이 철강이고 서남권은 미래 첨단산업이 될 것이니 비교우위가 되지 않겠는가. 말하자면 비로소 아름답게 밸런스를 이루며 국토 균형 발전을 맞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서남권이 진정 뜨기 위해서는 철도와 항공 등 인프라가 현대화하고 의료와 교육을 포함한 정주 여건이 탁월해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 정권 차원에서도 든든히 힘이 되고 있고 지역민들도 에너지를 결집하고 있다. 순탄치만은 않겠지만 결국 해내야 한다. ‘전남 한 번 다녀오시지요’는 개발 이후에도 계속돼야 한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