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PD의 비하인드캠] (31) 기적과 위기 사이, 광주FC 두 얼굴

그라운드 밖 ‘기적’ 써야 할 때

2025-10-02     김태관

 최근 광주광역시가 광주FC의 내년도 운영비 보조금으로 110억 원을 편성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긴축 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 10억 원이 증액된 예산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따가운 시선이 뒤따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시각이었을지 모른다. 박문성 해설위원 역시 한 지역 방송과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생력 없이 지자체 지원에만 의존하는 K리그 시민구단의 현실을 강하게 질타했다.

 물론 이는 K리그 15개 시민구단 모두의 숙제이지, 광주FC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유독 광주에 비판이 집중되는 이유는, 110억 원이라는 지원금이 시민구단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하는 데다, 과거 재정 건전화 규정 위반과 아사니 연대기여금 미지급 사태 등 행정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낸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매년 경신하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까지 이뤄냈고, 이에 따른 선수단 연봉 인상과 대회 참가 비용 등 불가피한 지출이 지난 3년간 꾸준히 발생했다. 그사이 굿즈와 입장 수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자체 영상 콘텐츠가 큰 화제를 모으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가 그간의 행정적 미숙을 모두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제는 쏟아지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94억 원의 가치, 외면받는 보고서

 그 첫걸음은 단연 홍보 마케팅 강화를 통한 자체 수입 증대다. 구단 역시 필요성을 절감하고 올해 초 국내 굴지의 광고대행사에 마케팅 용역을 의뢰한 바 있다. 보고서는 지역을 넘어 전국 단위로 스폰서를 유치하고,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다양한 광고 상품 개발을 주문했다. 문제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왔음에도 실행은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명칭 사용권, 프로모션권, 디지털 마케팅권 등 오랜 기간 꾸준히 제기된 사안들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K리그 연맹이 직접 분석해 전달한 ‘광주FC 스폰서십 광고 효과 분석 보고서’마저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메인 스폰서인 광주은행이 2024년 한 해 동안 얻은 브랜드 광고 효과는 무려 94억여 원에 달하며, 그 범위는 국내를 넘어 인도네시아, 미국, 호주, 중국 등 전 세계에 미친다. 광주·전남 지역으로 한정해도 최소 20억 원의 가치를 지닌다. 이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뉴미디어의 파급력을 최소 수준으로 책정한 결과로, 실제 효과는 이를 훨씬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연 평균 10억 원을 후원하는 광주은행 입장에서 이는 ‘가성비’ 최고의 광고 채널인 셈이다. 이처럼 객관적이고 강력한 데이터를 가지고도 구단은 스폰서십 증액을 위한 논리적인 설득에 나서지 못했다. 연맹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나아가 아시아 시장에서의 광고 효과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전문적인 협상을 시도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당당하게 든든한 후원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축구 팬이자 구단 이사로서, 성적에 가려진 구단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이 서운한 것도 사실이다. 광주은행의 광고 효과가 94억 원이라면, 광주광역시의 도시 브랜딩 가치는 그 이상일 것이며, 시민들이 느꼈을 즐거움과 자긍심이라는 스포츠 복지 측면의 가치까지 더하면 지난 3년의 투자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믿는다.

 이제는 사무국이 증명할 차례

 그러나, 억울하다고 남 탓만 할 일이 아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위기는 현실이다. 재정 건전화와 연대기여금 문제로 내년 상반기 선수 영입이 금지된 상황에서 주축 선수들의 이탈은 불 보듯 뻔하다. 자칫 최소 엔트리만으로 시즌의 절반을 버텨내야 할지도 모른다.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변수 또한 구단의 미래를 안갯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기적과도 같았던 지난 4년의 선전은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 지금부터가 구단의 진짜 실력을 보여줄 때다. 시민들의 쓴소리를 보약 삼아, 이제는 그라운드 밖에서 기적을 써야 할 차례다. 110억 원의 가치를 증명할 치열한 스폰서 유치와 진정성 있는 지역 밀착 마케팅, 치밀하게 준비해서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김태관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