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위장 사업장 1.5배 증가”
노동인권 단체들 전국 15곳 사업장 진정·청원 “노동법 사각지대, 근로감독 제도 변화 시급”
‘5인 미만 위장 의심 사업장’으로 분류하는 곳 규모가 2018년 8.3%에서 2023년 12.5%로 무려 1.5배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5인 미만 위장 의심 사업장이란 소위 ‘무늬만 프리랜서’등을 꼼수 고용한 사업장을 의미한다.
13일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노동자성연구분과,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주최로 고용노동부 앞에서 열린 ‘3·3 노동자 특별근로감독 청원 기자회견’에서 노동계가 처음으로 공개한 전국 통계에 따르면, ‘5인 미만 위장 의심 사업장’이 지난 6년간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결과, 2018년 6만 8948개(8.29%)였던 위장 의심 사업장이 2023년 13만 7994개(12.53%)로 급증했다. 5인 미만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사업소득자(3.3% 원천징수 대상자)를 포함하면 5인 이상이 되는 사업장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가장 심각한 지역은 수도권이었다. 서울은 2018년 13.5%에서 2023년 17.3%로, 경기 역시 9.2%에서 14.9%로 뛰었다. 인천은 6년 사이 2.35배 증가했고, 세종은 무려 3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는 ‘사업장 쪼개기’보다 한층 교묘한 형태로, 근로자를 사업소득자로 둔갑시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분류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은성 노무사(샛별노무사사무소)는 “연매출 100억이 넘는 음식점, 지상파 방송 외주제작사조차 상시 근로자는 1명이라고 신고한다”며 “진정 사건이 근로감독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사업주들이 합의로 처벌을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이런 구조가 ‘3.3 노동자’를 통한 사용자 책임 회피의 전형적 사례라며, 고용노동부의 직접 감독과 국세청 자료 연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4차 집단 진정에는 전국 15개 사업장이 포함됐다.
서울의 외주제작사, 음식점, 언론사뿐 아니라 경기 화성 물류업체, 시흥 요양병원, 그리고 광주 지역 콜센터 4곳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교육생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행정해석 탓에 동일한 일을 해도 ‘노동자’ 여부가 엇갈리는 대표적 사례로 지적됐다.
광주고용청 관할에서는 이미 여러 콜센터 상담사들이 진정을 제기했고, 일부는 근로자성이 인정됐지만 다른 일부는 불인정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의 오민규 연구실장은 “이제 일하는 사람 3명 중 1명이 비임금노동자”라며 “근로기준법 제102조의2 시행(10월 23일)을 계기로 국세청 데이터를 활용한 실질적 근로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보 비대칭이 해소된 만큼,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노동의 실질’을 기준으로 한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전남 지역은 상대적으로 중소서비스업과 위탁 콜센터 비중이 높아 ‘3.3 노동자’ 형태가 특히 광범위하다.
최근 광주지역 콜센터 교육생 근로자성 분쟁에서는 부천·전남 노동위가 “교육생도 노동자”로 판단했지만, 대전·서울에서는 반대 결론이 내려지는 등 판정이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오는 23일부터 시행되는 근로기준법 제102조의2를 “3.3 노동자 근로감독의 이정표”로 평가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근로감독관의 재량과 해석에 따라 결과가 갈리고 있다.
근로자성 판단이 일관되지 않으면, 위장된 5인 미만 사업장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