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불가능 경고장, 광주 폐기물 리포트] (6) 배출 방식 시설 따라 바뀐다

SRF시설 갖춘 도시서 분리배출은? 소각 전환 앞둔 광주 분리 체계 재설계 필요

2025-10-14     유시연 기자

 광주는 지금 ‘지속 불가능’의 경고장을 받아 들고 있다. 가연성폐기물연료화시설(SRF시설)은 악취와 갈등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수십 년간 광주의 생활폐기물을 받아온 매립장은 한계에 다다랐다. 소각장 신설 논의는 주민들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본보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벼랑 끝에 선 광주의 생활폐기물 처리 체계를 짚어보고, 현장의 고충과 제도적 난맥을 추적하며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한다. 더 이상 태우고, 묻고,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도시의 쓰레기. 지속 가능한 공존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편집자주)

광주 북구 재활용선별장에 각 가정에서 배출된 재활용품들이 쌓여있다.

 폐비닐은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이지만, 동시에 고형연료(Solid Refuse Fuel, SRF)의 주요 원료이기도 하다. 즉, 가연성 폐기물 연료화시설(SRF 시설)을 통해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는 광주에서 폐비닐은 종량제 봉투에 담겨도 결국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품목 중 하나다.

 가정에서 분리배출되는 비닐의 약 70%는 SRF로 전환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비닐을 ‘분리배출해야 할지, 종량제로 버려야 할지’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 SRF 시설은 하루 800톤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실제 연료화 비율은 50% 이하에 머문다. 시설 설계와 함께 배출 체계가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SRF는 고체폐기물 중 폐합성수지류, 폐지류, 폐목재류 등 가연성 물질을 선별해 파쇄·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연료화한 고체연료를 말한다. 현재 고형연료의 제조·사용은 ‘에너지 회수’로 분류되면서 동시에 ‘재활용’의 한 형태로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 있다. 고형연료는 배기가스 정화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시설에서 사용할 경우, 대기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폐비닐을 단순 폐기할 수도 없다. 고형연료로 재활용하는 방법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비닐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비닐이 생활 곳곳에 스며든 현실을 고려하면, 당장 줄이기 어려운 현실이다. 최소한 고형연료 사용 시설의 환경 기준과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SRF 연료화 비율이 높지 않은 이유로 지목되는 것은 유리·사기류 등 불가연성 물질이 종량제 봉투에 섞여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런 물질들은 잔재물로 분류돼 결국 매립지로 향한다. 또한 수분이 많은 쓰레기도 SRF 시설에서 처리하기 까다로운 대상이다. 음식물 쓰레기나 배설물이 묻은 기저귀는 연료화 공정에서 품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사례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법’은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더 이상 땅속에 묻지 못하도록 한다. 이로 인해 앞으로는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는 반드시 분리배출해야 하며, 소각할 쓰레기만 종량제 봉투에 담아야 한다.

 광주가 향후 SRF 시설을 폐쇄하고 소각시설로 전환하게 된다면, 비닐을 재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비닐은 재활용 자원으로 기능하기보다, 단순 소각 또는 매립의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 재활용 인프라를 확충하기보다는 폐기물 처리 문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소각 중심의 처리 전략이 주를 이루고 있다. 폐기물 시스템은 ‘처리 시설’과 ‘배출 방식’이 서로 맞물려 움직이는 유기체다. 시설이 바뀌면 배출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SRF 체계든 소각 체계든, 각 시설의 특성에 맞는 분리배출 원칙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광주는 현재 SRF 기반의 폐기물 처리 체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현실적 한계와 사회적 갈등, 재정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 앞으로 소각 또는 재활용 중심의 체계로 전환한다면, 무엇보다 비닐 등 생활폐기물의 분리배출 시스템 재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쓰레기 대란’을 방치하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