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린다. 고로…] ‘함께’ 뛴다… 러닝크루

출근 전 ‘하나의 완주’ 찍는다 30~40대 러닝크루 ‘광주월드’ 새벽 6시30분의 약속 “짧게 뛰어도, 페이스 달라도 괜찮아, 중요한 건 꾸준함”

2025-10-17     전경훈 기자
러닝크루 광주월드가 지난해 12월 화순 고인돌 전국 마라톤대회에 완주 후 기념촬영을 한 모습. 광주월드 제공.

 매주 새벽, 광주월드컵경기장 트랙에는 10여 명의 발소리가 동시에 울린다. 30~40대 직장인들이 중심이 된 러닝 크루 ‘광주월드’의 하루는 이른 아침 6시 30분부터 시작된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기 전, 그들은 이미 출근 전의 ‘하나의 완주’를 마친다.

 광주월드는 약 1년 전 “혼자 뛰지 말고 같이 뛰자”는 단순한 제안에서 시작됐다. 달리기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또다른 지인들과 함께 뛰고 있다. 이들은 광주를 기반으로 하지만 ‘광주에서 세계로 뻗어나가자’는 의미를 담아 팀 이름을 ‘광주월드(Gwangju World)’로 정했다.

 현재 회원은 12명 정도. 대부분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회사원·자영업자 등 직업은 다양하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지만 규칙성은 있다. 주 2~3회, 새벽 6시 30분 집결. 그 시각이면 트랙 주변엔 이미 익숙한 얼굴들이 모여 몸을 푼다.

 신병철 광주월드 대장은 “퇴근 후엔 개인적으로 ‘오늘 뛸 사람?’ 하면 한두 명이 나오기도 하지만 새벽은 다르다”며 “그 시간엔 약속처럼 다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러닝 크루 대원들은 대체로 새벽부터 5km 정도를 달린다. 여유가 되는 날엔 10km를 넘기기도 한다. 30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빠른 템포로 트랙을 돌아보며 하루를 연다. “짧게 뛰어도 좋다”는 게 신병철 대장의 철칙이다. 중요한 건 거리보다 ‘꾸준함’이다.

 광주월드의 중심은 ‘함께 뛴다’는 감각이다. 단체로 뛸 때 생기는 유대감은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는 “각자 페이스에 맞춰서 뛰더라도 결국 트랙에서 계속 마주하게 된다”며 “조언도 해주고, 초보자에게는 페이스 조절도 알려준다. 혼자 뛸 땐 몰랐던 것들이다”고 설명했다.

 광주월드에서는 단체 훈련 때 초보자 옆에 한두 명이 붙어 뛴다. 하지만 ‘무리지어 달리는 크루’는 아니다. 각자 페이스를 유지하되, 서로를 챙긴다. “초보자한테만 붙고, 나머진 자기 속도로 간다”는 규칙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러닝 장소는 많이 있지만 트랙에서 뛰면 숙련자도, 초급자도 결국 트랙 안에서 계속 마주할 수 있어 초보자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거나 미안한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돼서다. 특히 러닝크루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민폐 러닝족들에 대한 눈살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도 고민했다.

 러닝을 하다보니 성취감도 높아졌다.

 신병철 대장은 “새벽에 뛰면 하루가 다르다.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니까 스스로 뿌듯하고, 오늘은 이미 할 일을 다 한 느낌이 든다”며 “달리기를 마치면 성취감과 함께 자신감이 차오르고, 뛸 때마다 성장하고 있다는 희열감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제 러닝을 처음 입문한 크루들이 5km, 10km 마라톤 대회에 참여할 때가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고도 전했다.

 신병철 씨는 런닝 붐의 배경으로 코로나19와 연예인 등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신 씨는 “코로나19 시기엔 헬스장도 못 가고 모임도 제한됐는데 그때부터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달리기가 주목받았다”며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뛰는 걸 보고 시작한 사람들도 많았다. 이유는 간단한데 접근성이 쉽고, 비용이 적게 들고 누구나 바로 시작할 수 있어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원에 다니거나 장비를 갖춰야 하는 운동이 아니다”며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돼다보니 주변에서 ‘나도 한번 해볼까’ 하면서 크루원도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크루를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명령이나 지시보다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우리끼리 ‘대장’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크루원 중 한 명이다”며 “각자 뛰다가도 새벽이면 자연스럽게 모이고 뛰고, 웃으며 유대감을 넓혀가고 있다. 혼자 뛰면 멈출 것도 단체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