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린다. 고로…] 내가 뛰는 이유
마라탕 대신 러닝으로 8kg 감량! 돈 안 들고 시작하는 ‘갓생’ 끝판왕 건강·성취·힐링 다잡는 매력에 풍덩
요즘 거리엔 ‘러너(runner)’들이 넘쳐난다.
아침 출근길엔 천변을 달리는 직장인들이, 저녁이 되면 광주 곳곳에는 형형색색 운동복 차림의 시민들이 보인다.
SNS에는 ‘러닝크루’, ‘출근 전 5km 챌린지’ 같은 해시태그가 연일 올라오며, 달리기는 이제 단순한 운동을 넘어 자기 관리와 회복, 성취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누군가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 또는 하루를 정리하기 위해 달리기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각자의 이유로 달리기 시작한 ‘러너’들을 광주 곳곳에서 만났다.
마라탕, 탕후루, 마카롱. 유인성(33) 씨의 하루는 달콤하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러나 입이 즐거운 만큼 몸은 무거워졌고, 피로는 쉽게 찾아왔다. 체중계 바늘은 어느새 5kg 이상 늘어 있었다.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지만, 헬스장은 지루했고, 다른 운동도 성격에 맞지 않았다. 그러다 SNS에서 ‘출근 전 5km 달리기’ 챌린지를 보고 처음으로 런닝화를 신었다.
유 씨는 “처음엔 1km도 버티기 힘들었지만 뛰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달리기는 그의 일상이 됐다. 퇴근 후 뛰지 않으면 허전했고, 주말이면 공원 코스를 찾아 달렸다. 식단 관리도 병행한 끝에 8kg을 감량했다.
“예전엔 단것 없인 하루를 못 버텼지만 지금은 달리는 순간이 제일 달콤하다.” 그에게 러닝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몸과 마음을 되찾는 달콤한 습관이 됐다.
광주 서구 상무시민공원에서 만난 박모(49) 씨는 “사이클을 오래 탔더니 근육이 적응돼서 새로운 운동을 하고 싶었다”며 “러닝이 비슷한 유산소 운동이라 듀애슬론(달리기+사이클) 대회를 목표로 달리기 자세를 배우는 중이다”고 말했다.
박 씨는 달리기의 가장 큰 장점으로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을 꼽았다.
젊은 시절부터 다양한 운동을 즐겨왔지만, 달리기는 다른 운동에 비해 많은 장비나 기술이 필요치 않고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라인 스케이트· 테니스 등 여러 스포츠를 해봤는데 그런 것들은 기술을 배워야 하고 장비 값도 많이 들어간다”며 “러닝은 러닝화만 있으면 되고, 공원이라든지 어디에서든 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MZ세대들은 취업난에 시달리지만, 큰돈 들이지 않고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운동이 러닝이라 많이들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퇴근 무렵 광주천변을 달리는 직장인 정민수(38) 씨의 하루는 러닝으로 마무리된다.
그는 “회사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면 머리가 멍해진다. 그런데 광주천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답답했던 게 싹 풀린다”고 언급했다.
정 씨는 한때 퇴근 후 맥주 한 캔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수면이 불규칙해지고 피로가 누적되자 운동을 결심했다. 문제는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정 씨는 “헬스장은 시간 맞추기 어렵고, 사람 많은 곳은 오히려 피곤했다”면서 “대신 퇴근길 운동화만 갈아 신으면 바로 달릴 수 있는 곳이 광주천이라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30분 정도 천변 코스를 달린다. 스마트워치로 페이스를 확인하고, 그날 있었던 일들을 정리한다.
누군가에게 러닝은 하루 중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즐기는 휴식과도 같다.
조선대생 임민대(22) 씨에게 러닝은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그는 오후 수업이 끝나면 달리기 시작한다. 반바지, 검은 티셔츠, 해진 운동화. 준비물은 단출하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동안만큼은 세상의 소음이 잦아든다.
그는 ”남들처럼 공부하거나 심심할 때 친구와 술 한잔 기울이기도 하지만, 가장 알차게 시간 보낼 수 있는 건 러닝 뿐“이라고 강조했다.
임 씨가 뛰기 적합한 곳으로 택한 장소는 운천저수지다. 학교와 거리는 멀지만, 집에서 도보로 10분도 채 안 걸리다 보니,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임 씨는 “지금은 1km의 짧은 일주산책로 구간을 왕복하며 뛰고 있지만, 앞으로는 저수지 한 바퀴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뛰는 게 목표”라며 “이미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쉬지 않고 뛰는 걸 많이 본다. 건강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저만의 목표를 이뤄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건강, 도전, 휴식. 출발점은 달랐지만, 러너들은 모두 달리기를 통해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지는 자신을 마주하고 있었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