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년 만 되살아난 '조선왕조 태조 어진 봉안의례 재현’

2025-10-19     윤재필 기자

18일 토요일 오후, 전주의 거리는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하듯 한 폭의 그림으로 변했다. 

2025 조선왕조 태조어진 봉안의례 재현행사가 전주시청에서 시작돼 경기전에 이르는 1.5km 구간을 행진하면서, 337년 전 1688년의 역사적 순간을 현대에 되살려냈다.

단순한 전시나 공연을 넘어, 시민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역사체험 현장이었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은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다. 조선 개국의 주인공을 그린 26점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본존상으로, 국왕의 위엄과 통치 권위를 상징하는 국가급 문화유산이다. 2012년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 이 작품은 전주 경기전에 안치돼 있으며, 오늘날 전주의 정체성을 가장 잘 대변한다.

1688년 서울에서 전주로 옮겨진 어진의 봉안 과정을 재현하는 것은 단순한 역사 복원이 아니라, 조선 왕실의 국가 의례가 얼마나 엄격하고 장엄했는지를 보여주는 체험이다. 진발의식, 봉안행렬, 정전봉안, 봉안고유제 등 왕실 의례의 모든 절차가 충실히 담겨 있었다.

전주 구도심 중심인 팔달로와 충경로를 따라 이어진 행사 행렬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휴대폰을 이용하여 사진 및 동영상을 촬영하는데 분주했다.

'전라감사' 역할을 맡은 우범기 전주시장이 선두에서 행렬을 이끌었고, 의장대와 어가 행렬이 뒤따라 이동했다. 풍남문을 지나며 전주의 역사적 거리를 그대로 밟으며 행진하는 모습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 시장이 시민과 호흡하는 문화 현장이었다.

 

 

행사 당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전주시청 앞과 팔달로, 충경로 일대에 교통 통제가 실시됐다. 

경기전 정문에서 정전까지 어진을 모시는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행사의 전 과정은 YouTube 채널 '전통문화마을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사)전통문화마을(이사장 김진형)은 이번 봉안의례를 시작으로 '경기전 수문장 교대의식'과 '태조 이성계 전승기념 오목대 잔치' 등 전주의 역사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과거를 존경하되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노력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윤재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