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광양 달군 ‘남도영화제’ 열기
촬영지 광양항 다시 찾은 ‘서울의 봄’ 등 27일까지 광양 곳곳서 영화 축제 이어져
지난 23일 개막해 광양에서 열리고 있는 남도영화제 시즌2가 주말을 맞아 더욱 열기를 보였다. 천만 영화 ‘서울의 봄’과 주목되는 신예 감독들의 토크콘서트, 여순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까지 광양 시내 곳곳을 물들였다.
남도영화제 시즌2는 지난 23일 개막작 ‘철들 무렵’으로 문을 열었다. 정승오 감독의 가족드라마 ‘철들 무렵’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한 작품으로,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철택’을 중심으로 네 세대 가족의 복잡한 사랑과 돌봄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는 정승오 감독과 배우 기주봉, 양말복, 하윤경, 곽민규 등이 참석해 가족의 의미와 세대 간의 화해를 이야기했다. 정 감독은 “누군가의 삶이 끝날 때, 남은 사람들의 마음이 서로를 껴안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며 영화의 진심을 전했다.
24일 저녁, 영화제의 랜드마크인 ‘컨테이너 특별관(스타인벡코리아 광양항)’에서는 천만 영화 ‘서울의 봄’ 주역들이 모두 모였다. 광양항은 극 중 국제시장 앞의 정경, 명동 신세계, 30경비단 부대 입구, 최규하 대통령 취임식 등을 촬영한 곳으로,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반란군과 진압군이 세종로에서
대치하는 장면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감독과 배우, 프로듀서가 참석한 토크 콘서트에서 김성수 감독은 “2022년 6월에 3주간 이곳에 머물면서 ‘서울의 봄’ 엔딩 부분인 세종로 장면을 찍었는데,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며 “돌이켜보니 광양의 맑은 기운이 영화에 힘을 실어준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김성균 배우는 “영화가 빠르게 소비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가 됐다는 것이 감동적”이라고 전했고, 이성민 배우는 “영화 엔딩 음악을 들으며 대기실로 가는데, 장날이 끝나면 천막을 쳐놓고 영화를 틀어 주던 어린 시절 기억이 나더라. 덕분에 좋은 추억거리가 생겼다”고 전했다.
25일, 영화제는 토요일을 맞아 한층 뜨거워졌다. 컨테이너 특별관에서는 배우이자 감독으로 활동 중인 세 인물 류현경, 문혜인, 조은지가 참여한 토크 콘서트 ‘배우, 감독하다’가 열렸다. ‘날강도’, ‘트랜짓’, ‘2박3일’, ‘꽃놀이 간다’ 상영 후 이어진 대화에서는 배우에서 연출자로 전향하며 느낀 변화와 창작의 즐거움이 진솔하게 오갔다.
특히 광양 출신 문혜인 감독은 “고향이라 익숙한 공간에서 ‘감독’이라는 이름으로 영화를 상영할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나에겐 선물 같은 시간”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류현경 감독의 장편 데뷔작 ‘고백하지 마’, 문혜인 감독의 신작 ‘삼희: The Adventure of 3 Joys’가 상영을 앞두고 있어 이날의 만남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같은 날 CGV광양에서는 여순사건 77주기를 기념해 허욱 감독의 다큐멘터리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가 상영됐다. 제주 4·3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봉기한 14연대 병사들의 행적을 따라가는 이 작품은 상영 내내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날 자리에는 여순 10·19 범국민연대의 박소정 운영위원장이 모더레이터로 참여했고, 피해자 유가족이 객석에서 함께해 눈시울을 적셨다.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는 2부 ‘동포의 학살을 거부한다’, 3부 ‘빨갱이의 탄생’을 제작해 장편 다큐멘터리 ‘1948, 사라진 병사들’로 완성할 예정이다.
밤이 깊어질수록 영화제의 열기는 광양시민광장으로 번졌다. ‘무소음 디제잉 파티’에서는 DJ에스투와 DJ현아의 비트가 흐르고, 영화 특수효과팀 ‘다이너마이트’가 뿌린 인공 눈이 광장을 뒤덮었다. 헤드폰을 낀 시민들은 각자의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영화제를 만끽했다.
한편 ‘남도영화제 시즌2 광양’은 오는 27일(월)까지 CGV광양, 전남도립미술관, 광양예술창고, 문화예술회관, 광양시민광장 등에서 계속된다. 영화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공식 웹사이트(www.ndf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