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 종 향 품어 ‘압도적’ 매력

[좌충우돌 중국차(茶)] (83) 좋은 홍차의 조건 기문홍차·전홍 달콤하고 부드러운 유혹

2025-10-28     류광일
극품 금준미와 극품 전홍. 두 종류의 차 모두 가장 좋은 품질이다. 하지만 시중에는 외형만 비슷할 뿐 품질은 차이가 많은 차가 많다. 어린 차 싹의 솜털인 백호(白毫)가 발효를 거치면 약간 붉은색으로 변하고 이를 금호(金毫)라고 한다. 사진과 달리 시중에서 돌아다니는 찻잎의 전신이 금호로 뒤덮인 것은 금준미가 아니다. 다른 사례이지만 전홍 가운데서도 고수전홍(古樹○紅)이나 전홍금침(○紅金針) 등의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름들이 많으나 어디까지나 허울뿐인 제품들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차 가운데서 향의 종류가 가장 풍부한 것이 홍차이다. 찻잎 상태에서의 향기는 70여 종이던 방향물질의 종류가 제조 과정에 따라 증가한다. 녹차는 200여 종이고, 반발효차인 오룡차는 300여 종이다. 홍차는 완전발효차이므로 가장 많은 400여 종에 달한다. 그러므로 홍차의 기본적인 향기는 달콤함이 느껴지는 첨향(甛香)이다. 이처럼 풍부한 향기로 인하여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홍차의 점유율은 80% 이상에 달하나 이는 대부분 립톤(Lipton)에서 만드는 서구식 홍차의 영향이기도 하다. 2023년 중국의 홍차 생산량은 49.1만t이고 14.7%의 비율이다.

 좋은 녹차를 만들 수 있는 차나무와 좋은 홍차를 만들 수 있는 차나무는 구분된다. 찻잎의 단백질 함량이 너무 높으면 발효과정에서 찻잎끼리 서로 엉겨 붙는 성질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발효에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홍차의 단점은 카페인과 폴리페놀 및 타닌 성분에서 나오는 떫음이다. 이 떫음은 C.T.C 홍차와 같이 발효도가 낮을수록, 찻잎의 등급이 떨어질수록 더해간다. 이 말은 등급이 높은 홍차에서는 단점인 떫음이 없다는 말과도 같다.

 앞서 설명한 소종홍차와 더불어 공부홍차 가운데서 맛과 향이 뛰어난 차는 기문홍차와 전홍이라고 할 수 있다.

 기문홍차는 1915년 파나마 국제박람회에서 금상을 받아 그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서구인들이 주로 마시던 C.T.C 홍차를 중국홍차와 비교하면 달콤한 첨향은 비슷하지만, 기계식 제조 과정의 단점인 발효 부족으로 향은 거칠고, 구감은 쓰고 떫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차에다가 설탕·우유·레몬 껍질·라벤더 등 여러 종류의 부재료를 혼합하여 마시던 서구인들에게 기문홍차에서 나오는 풍부한 향기와 부드러운 구감은 충격으로 다가왔고, 역사적인 이유로 한동안 잊고 있었던 좋은 홍차의 진면목을 본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공부홍차의 발효 진행 과정: 찻잎에서 푸른빛이 약간 남아있을 때 발효를 멈춰야 한다. 홍차는 완전발효차에 속하는 연고로 만일 제조 시 과다한 발효 현상이 일어나면 신맛이 나고 그 가격은 폭락하고 만다. 따라서 현대식 홍차는 과거에 비하여 발효 정도를 낮춤으로써, 맛과 향은 떨어졌으나 안전성을 높이는 선택을 하였다.

 기문홍차는 황산의 기문현에서 만들어지고, 화향인 듯, 과향인 듯, 밀향(蜜香)인 듯한 여러 종류의 성분으로 풍부한 향기 특징이 매력적인 차이다. 이 향기는 황산 일대의 여러 촌락에서 생산되는 좋은 찻잎들을 병배하여 나온 결과물로 각 지의 다원에서 생성된 서로 다른 향기들이 하나로 어우러짐으로써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기문홍차의 서로 다른 향기를 모두 이야기하자면 너무 복잡해지는 관계로, 이를 하나로 묶어서 기문향(祁門香)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전홍은 대엽종 찻잎으로 만든 공부홍차이다. 가장 유명한 생산지는 처음으로 이 차가 만들어진 임창(臨滄) 지역의 봉경(鳳慶)이다. 튼실한 외형과 뚜렷하게 보이는 금호(金毫)와 함께 높고 길게 나오는, 대엽종 특유의 향기에 더해 선상이 살아있는 두터움 등의 특징으로 정평이 나있다.

 전홍은 보이차와 같이 봄~가을에 이르는 3계절 동안 채엽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서로 다른 채엽시기로 인하여 그 품질에서 계절성 변화를 느낄 수가 있다. 춘차(春茶)의 품질이 하차(夏茶)나 추차(秋茶)에 비해 뛰어나다. 특징을 보자면 춘차는 조색이 두텁고 튼실하며 엽저는 부드럽다. 하차는 우기(雨期)와 겹치는 이유로 찻잎의 성장이 빨라 전체적인 맛과 향이 춘차에 비해 떨어지고 엽저는 거칠고 단단한 편이다. 추차는 건조하고 서늘한 계절적인 영향으로 차나무의 생장 대사 작용이 약해지는 시기이다. 찻잎은 가볍고 야위었으며, 품질면에서 맛과 향의 부드러움 역시 춘차나 하차에 못 미친다.

 그 외에도 최근 대만차가 유행함에 따라 대만의 10대 명차 가운데 하나인 일월담홍차(日月潭紅茶)가 알려져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대만에 국한되는 경우이고 본토에서는 명함을 내밀기 힘든 품질이라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군 창평면 덕생연차관에서 차향을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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