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무등산 볼더링 페스티벌 이모저모] ‘인솔자’ 활약 신원진 씨
완등보다 ‘과정’이 즐겁다 “올해 가장 많이 경험한 게 자랑” 무등산을 프로젝트 삼은 볼더러
무등산 선비바위 일대가 다시 한 번 젊은 볼더러들로 들썩였다. 지난 1일 열린 무등산 볼더링 페스티벌 현장 한가운데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 한 사람, 신원진(30) 씨가 있었다.
신씨는 이날 완등보다 설명에 더 바빴다. 다른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루트를 완등할 수 있도록 코스를 안내하고, 바위의 포인트를 짚어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많은 볼더러들 사이에서 코스에 대한 안내와 안전수칙 등을 설명했다.
무등산 선비바위 일대에서 만난 신 씨는 인솔자 역할을 하고 있는 배경을 두고 자신이 가장 잘해서가 아니라 “올해 무등산을 가장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라며 겸손하게 웃었다.
그는 “볼더링은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자주 경험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바위마다 다르고, 날씨나 습도, 컨디션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실내 클라이밍을 즐기던 사람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연 바위의 매력에 빠졌다. 신 씨는 “처음엔 암장 클라이밍에서 시작했다”며 “항상 무언가를 시작하면 취미든 공부든 깊이 파야하는 스타일인데, 클라이밍도 시작할 당시 원래 목적은 실내가 아닌 자연에 있었다. 그러다 클라이밍 동아리에서 1년에 1~2회 자연을 소개시켜줬는데 그때 매력에 빠지게 돼 혼자서도 와보고 있다”고 밝혔다.
무등산은 그에게 단순한 등반지가 아니라 ‘프로젝트 공간’이다. 한 달을 잡고 오로지 한 루트를 완등하기 위해 매주 찾은 적도 있었다. 고급 레벨에 속하는 V-7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설계는 다 끝냈는데, 중간에 실수로 떨어지거나 힘이 빠져서 실패할 때가 있었다”며 “할 수 있는 건데 안 될 때는 정말 짜증이 났다. 결국 완등했을 때 희열보다는 ‘이제 끝났다’는 해방감이 들었다. 뿌듯해서 당시 등반할 때 모습을 기록한 영상을 한번씩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씨는 고난이도의 V-7까지도 올라가는 실력자지만 다만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등반은 부담스럽다고 언급했다.
그는 “등반해서 보는 경관은 좋은데 사람이 많으면 부담이 커서 소수의 인원끼리 오는 것을 선호한다”며 “그런 마음을 안가져도 되는데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잘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차라리 영상을 찍어서 SNS 등에 업로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 씨는 볼더링의 매력을 퍼즐 맞추기로 비유했다.
그는 ““완등하는 과정 자체를 좋아한다. 퍼즐 맞추기처럼 루트를 설계해놓고, 그걸 푸는 과정이 재미있다”며 “완등할 때쯤엔 이미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서 완등보단 만들어가는 과정이 좋다”고 말했다.
그에게 무등산은 운동장이자 소풍 장소다. 신 씨는 “다들 도시에서 밥 먹고 차 타고 돌아다니는 것처럼 여기 오면 도시락 먹고 얘기하고, 문제(루트) 몇 개 풀다가 내려가면 된다”며 “등산은 부담스러워도 이런 볼더링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씨의 가장 가까운 목표는 V-7의 바위 5개 완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 씨는 “무등산에서만 V-7 레벨 2개를 올랐다”며 “V-8도 당연히 도전하겠지만 올해는 V-7 5개 완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등산의 바위 아래, 그는 오늘도 자신만의 ‘퍼즐’을 맞출 계획이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