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현장] 민주당 텃밭 ‘유령당원’ 가입 의혹
후보자 친인척 주소지에 16명 한집살이? 의혹 당사자 “사실 무근, 특정 음해 세력 공작” 민주당, 전화번호·주소지 중복 당원 조사 중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텃밭인 전남 신안군에서 권리당원들이 특정 주소지로 대거 ‘전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경선은 규정상 단체장 후보 결정엔 권리당원 지분이 50%, 지방의원 후보는 100%에 달한다. 이처럼 당원 표심이 본선 진출을 좌우하게 돼 있는 경선 제도를 악용한 편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본보에 이같은 의혹을 제보한 신안군 관계자는 “내년 민주당 신안군수 출마가 유력한 모 인사가 권유해 10명이 넘는 당원이 신안군 임자면의 특정 주소지로 옮긴 정황이 있다”며 “당내 경선 투표권을 가진 권리당원이 대규모로 주소지를 옮긴 행위는 공정하게 치러야 할 경선 룰을 해치는 처사다. 신안 발전을 이끌어야 할 군수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길 바라는 마음에 제보했다”고 말했다.
의혹 당사자로 거론된 A 씨는 본보와 통화에서 “주민들에게 당원 가입을 권유해도 안 해주는 세상이다. 사실이 아니다”며 “제가 만약에 주도했으면 꼼꼼하게, 조직적으로 여론 작업을 하지, 어리숙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3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화번호, 주소지가 중복되는 전국 권리당원 5만 4000여 명을 확인하고, 불법 당원권 행사를 막는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중 전남 신안군 임자면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16명이 비정상적으로 등록한 정황을 인지했다.
중복 등록된 주소지는 내년 신안군수 출마자로 거론되는 A 씨의 친인척 주소지로 알려지고 있다.
신안·목포 사정에 밝은 B 씨는 본보와 통화에서 “신안뿐만 아니라 목포에서도 출마 예정자가 주민에게 주민번호를 묻고, 휴대폰으로 온 인증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말해줬더니, 다른 선거구로 전적 처리돼 있었다”며 “올해 초까지만 해도 거주지 증명 없이 본인 인증만으로 전적이 가능했던 시스템을 악용한 것 같다”고 귀뜸했다.
이같은 행위의 배경은 권리당원 수가 곧 ‘경선 승리’로 직결되는 정치 구조에 기인한다.
민주당 경선에서 단체장 후보를 결정하는 선거인단에서 권리당원 비율이 50%, 지방의원은 100%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1년 이내 6회 이상 당비를 내야 권리당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렇듯, 권리당원 표심이 후보 공천과 직결되다 보니, 출마자 입장에서는 공천장을 좌우할 권리당원 수 늘리기에 혈안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조직적 당원 가입 의혹을 받는 당사자는 “사실무근.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음해”라고 반박했다.
신안군수 출마 예정자인 A 씨는 본보와 통화에서 “전남도당에서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통보도 받지 않았을 뿐더러, 제가 해명할 이유도 없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특정 세력의 음해성 공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당이 주도해 패널티를 부과하는 강력한 제재로 “불법 선거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은정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권리당원 비율이 높다보니,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당이 규정에 의거해 불법을 발견하면 출마 예정자에게 패널티를 부과해 사전에 불법 선거를 억제해야 한다”며 “다만, 권리당원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비되면, 당 정체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은 불법 당원권 행사를 차단하기 위해 중앙당과 협의해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김원이 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정확히 현황을 보고받은 뒤 당헌· 당규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겠다”며 “불법이 확인되면 적절한 책임지게끔 중앙당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