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광주여성영화제, 주목 이영화] 개막작 ‘이반리 장만옥’

차별 극복 과정 유쾌하게 풀어내 ‘성평등한 세상을 위한’ 변화 포문 열어

2025-11-06     이다혜

올해로 16회를 맞은 광주여성영화제가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광주극장, CGV광주금남로,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열린다. ‘우리는 빛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여성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작품들이 스크린을 밝힌다. 매년 새로운 시도로 여성영화의 지평을 넓혀온 영화제는 올해 역시 국내외 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엄선했다. 이번 기획기사는 광주여성영화제 주최 측이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주요 섹션과 상영작을 미리 소개한다. (편집자주)

개막작 ‘이반리 장만옥’.

 16회 광주여성영화제가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광주극장, CGV광주금남로,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진행된다.

 첫째 날인 6일 7시, 광주극장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총 56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국내·외 게스트와 함께 하는 다양한 행사도 이어진다.

 16회 광주여성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는 “우리는 빛으로”이다. 배제와 차별의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비추며 연대해 온 여성과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영화로 이어가고자 한다.

 이번 캐치프레이즈는 ‘광장의 확장’과 ‘빛의 연대’를 의미한다. 광주여성영화제는 이 ‘빛의 연대’가 극장을 가득 채우고, 더 이상 지워지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가 세상을 밝히길 기대한다.

 개막작인 이유진 감독의 영화 ‘이반리 장만옥’은 도시에서 레즈비언 바 ‘레인보우’를 운영하던 만옥이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고향 이반리로 내려와 겪는 일을 다루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소수자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은 여전하고, 마을 이장으로 있는 전남편의 방해는 그녀의 귀향 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만옥은 결국 마을의 차별적 시선과 권력에 맞서기 위해 이장 선거에 출마한다.

 차별이 만연한 현실을 시골이라는 배경으로, 소수자들의 차별성과 극복 과정을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영화 속 소소한 판타지적인 장치가 더해져, 얼핏 진지한 주제를 무겁게 다루지 않고 담백한 연출로 다룬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무거운 주제를 결코 무겁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진 감독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시골’이라는 작은 공간에 압축해 담아내면서도, 이야기 전반에 유머와 따뜻한 시선을 불어넣는다.

 만옥의 말투와 행동에는 단단하지만 유연함이, 분노하지만 따뜻함이 있다. 그녀의 싸움은 거창한 구호나 대결이 아니라, 일상의 언어로 만들어진 조용한 저항이다.

개막작 ‘이반리 장만옥’.

 무엇보다 이 영화는 차별을 ‘극복’의 단순한 서사로 도식화하지 않는다. 차별을 마주하면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존재를 보여준다.

 사회의 시선이 완전히 바뀌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잔잔하게 전달한다. 만옥의 눈빛과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그 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반리 장만옥’은 평범한 영화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차별과 편견이 여전한 세상에서, 이 영화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묻는다. “당신은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관객은 자연스레 자신을,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시선을 돌아보게 된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연대의 힘’이다. 만옥은 혼자가 아니다. 도시의 한 귀퉁이에서도, 시골 마을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며 만옥처럼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영화는 그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아주 작은 용기를 나누는 모습을 비춘다. 그 연대는 거창하지 않다. 그렇기에 더 현실적이고, 더 따뜻하다.

 영화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서로 다르지만, 다르기에 더 다양하고 아름답다. 영화 속 만옥이 그려내는 ‘작은 연대의 풍경’은 우리가 잊고 있던 공동체의 온기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울림,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남기는 힘이다.

 16회 광주여성영화제가 앞으로 함께 만들어 나갈 ‘성평등한 세상을 위한’ 변화들이 궁금하다면 이유진 감독의 영화 ‘이반리 장만옥’을 관람하길 추천한다.

 이 외에도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영화와 이야기는 10일 월요일까지 계속된다. 자세한 상영작과 프로그램은 광주여성영화제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다혜 광주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