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PD의 비하인드캠] (32) 광주FC 대표이사 3년의 명암

헌신과 위기 사이의 기로

2025-11-06     김태관
비전선포식에서 광주FC 구단주인 강기정 광주시장과 노동일 광주FC 대표이사가 손을 맞잡고 있다.

 광주FC 대표이사의 임기가 다했다. 이사회는 그의 중임 안건을 처리한다. 구단의 중대한 분수령에서 지난 3년을 복기할 필요가 생겼다.

 2023년 2월 3일 취임식 당시, 노동일 대표이사는 ‘시민에게 믿음 주고 팬들에게 사랑받는 광주FC’를 슬로건으로 4대 전략을 선포했다. △일할 수 있는 조직 만들기 △구단 경영방식 개선 △시민 공감대 형성과 상생 추구 △기회와 성장의 유소년 축구 등이 그것이었다.

 사무처장과 경영지원부장 통합, 이사회의 구단 견제 기능 강화, 선수 영입 투명성을 위한 선수단 운영위원회 신설 등 구체적 실행 방안도 약속했다. 당시 이는 구단 개혁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큰 기대를 모았다.

 그로부터 약 2년 9개월이 지났다. 대표이사의 가장 큰 성과는 단연 역대급 경기력으로 지역민에게 큰 기쁨을 선사한 점이다. 이정효 감독의 지휘 아래, 선수단은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광주를 전 세계에 알렸다. 그 이면에는 시민구단 최고 연봉을 보장하고 사비까지 쾌척하며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대표이사의 헌신과 결단이 있었다. 그는 감독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전략기획본부장을 공석으로 놓고, 선수단을 직속으로 둘 정도의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지난해 6월, 광주FC 훈련장에서 노동일 광주FC 대표이사와 강기정 구단주가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반면, 구단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과오도 있었다.

 첫째, 재정 건전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구단은 2024회계연도에 2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으로 프로축구연맹의 FFP(Financial Fair Play) 해소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제재금 1000만 원과 1년간 선수 영입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2024년 초, “재정 적자는 내가 책임지겠다”는 대표이사의 공언을 믿고 역대급 예산안을 통과시켰던 이사회는 불과 3개월 만에 재정 건전화라는 암초를 만났다.

 둘째, 국제적 행정 오류로 FIFA 선수 등록 금지 징계를 받았다. 2023년 아사니 선수 영입 시 발생한 연대기여금(3202달러) 미납 문제로, 구단은 2024년 12월 17일 FIFA로부터 선수 등록 금지 징계를 통보받았다.업무 인수인계 소홀과 사무관리 체계 미흡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선수단을 직할 체제로 운영한 최고 경영자로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셋째, 핵심 수익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재정 건전화 문제가 불거진 2024년, 대표이사는 “적극적 마케팅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겠다고 수 차례 밝혔으나, 2025년 예산안의 광고 후원금 목표액은 2024년 80억 예산대비 13억 원이나 하락했다. 올해는 평균 관중 수마저 하락 추세로 돌아섰으며, 국내 굴지의 광고 회사에 거액의 마케팅 컨설팅을 의뢰했음에도 재정 자생력 확보 전략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2023년 2월, 취임식에서 노동일 광주FC 대표이사가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넷째, 중장기 비전 제시와 사무국 역량 강화에 미흡했다. 구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팬, 언론, 전문가들이 구단 혁신과 중장기 발전 계획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비전은 제시된 바 없다. 후원금 유치를 위해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의욕적으로 신설한 유소년재단 또한 그 존재감이 미미하다.

 다섯째, 선수단의 근간인 훈련 인프라 관리마저 실패했다. 최근 주전 골키퍼 김경민 선수는 언론과의 공식 인터뷰에서 또다시 잔디 문제를 꺼내며 열악한 훈련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고 작심 발언했다. 선수 영입이 금지된 이후 선수단의 동요 가능성까지 전했다.

 이외에도 팬들의 퇴진 요구 걸개, 시의회와의 예산 증액 갈등이 임기 동안 벌어졌다. 기대했던 선수단의 지역 밀착 활동은 3년간 손에 꼽을 정도였고, 기업 후원 유치는 2024년 이후 감소했다. 최근에는 시 보조금증액이 무산되었으며, 메인 스폰서인 광주은행마저 연간 후원 규모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격언이 있다. 역대급 열정과 애정으로 구단 경영에 임한 대표이사의 헌신은 자명하나, 그 귀결은 참담하다. 이사회는 오늘(6일), 그의 헌신과 엄중한 현실의 위기 사이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구단의 주인인 시민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사뭇 궁금하다.

 김태관 PD